[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

D-29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계급적 편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동시에 누구나 ‘자신’은 무슨 신기한 수가 있는지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한다. 속물근성이란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는 확인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큼은 예외인 악덕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세상은 압제자와 피압제자로 양분되며, 압제자는 이 세상에 있는 다이너마이트를 다 터뜨려도 타도하지 못할 무지막지한 석상石像처럼 꼭대기에 앉아 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정말 타도를 원할까? 확고부동한 압제에 맞서 싸우는 그를 붙들어주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자신이 그것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그가 알던 세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의 생각은 좀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압제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패배자들의 옹호자로 출발한 그가 끝에 가서는 경제적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노동 계급이 가축 무리처럼 식민지에 끌려가도 좋다는 주장을 한다(『은스푼The Silver Spoon』을 보라). 10년만 더 살았더라면, 그는 아마 좀 더 품위 있는 형태의 파시즘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것이 감상주의의 불가피한 운명인 것이다. 그의 모든 견해는 현실을 최초로 맞닥뜨리자마자 정반대의 것으로 변해버린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대영 제국이 건재하기를 바라느냐, 아니면 해체되기를 바라느냐이다. 그러나 영국인치고 대영 제국이 해체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특히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 연대장에 대해 재기 넘치는 조롱을 보이는 유의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다른 것은 별도로 치더라도, 영국에서 우리가 누리는 높은 생활수준은 우리가 제국을, 그중에서도 인도나 아프리카 같은 열대 지역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영국인이 상대적으로 안락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인도인 500만 명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여야만 한다. 그것은 참으로 못된 일이지만, 우리가 택시에 발을 들여놓거나 딸기 곁들인 크림 한 접시를 먹을 때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대안은 제국을 뒤집어엎고 영국을 축소시켜, 우리 모두 아주 열심히 일해야 하고 청어와 감자를 주로 먹어야 하는 춥고 시시하고 작은 섬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좌파 사람도 원치 않는 바다. 그러면서 그는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아무 도덕적 책임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제국의 단물은 다 빨아들일 태세이면서, 제국을 지키는 사람들을 조롱함으로써 자기 영혼을 구제한다.
나는 계급 타파를 위한 그런 모든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아주 심각한 잘못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것들은 때로는 부질없는 짓에 그치고 마는 수도 있지만, 분명한 성과가 나타날 때는 대개 계급적 편견을 ‘강화’하는 노릇을 한다. 그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고 계급간에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평등을 강권했으니, 거기서 비롯되는 마찰 때문에 그냥 뒀으면 영영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온갖 감정이 표출되고 마는 것이다.
스스로를 특권 계급이며 그 자체로 청과상의 심부름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그렇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훨씬 낫다. 궁극적으로는 속물근성을 떨쳐버려야겠지만, 제대로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떨쳐버린 척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신분이 주교라 해도 웃차림만 비슷하면 부랑 자들 사이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주교였다 는 사실을 그들이 알았다 해도 그가 정말 궁핍한 처지가 된 줄 알 거나 그렇게 믿는 한,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일단 그 세계에 들어가거나 그 일부가 된 듯하면, 과거에 어떤 존재였는지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세계는 모두가 평등한 작은 세계인 셈 이며, 작고 누추하긴 해도 아마 영국에서 가장 민주적인 세계일 것 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우리 모두 계급 차별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그것이 정말 없어지기를 진지하게 바라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와 맞닥뜨린다. 그것은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E-2. 번민 끝에 결국 얻은 결론은 모든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언제나 그르다는 단순한 이론이었다. 나는 스스로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어졌다. 그들 중 하나가 되어 그들 편에서 압제에 맞서고 싶어졌다. p203
하지만 사회주의가 정말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했고, 노동 계급이 인간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거리를 두고서, 책 같은 매개를 통해서나(잭 런던의 『심연의 사람들The People of the Abyss』7이 한 예다) 그들의 고통을 안타까워할 뿐이었지, 실제로 그들 가까이 갈 때는 여전히 그들을 혐오하고 경멸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아무 진전도 있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번거롭게 자신의 습성과 ‘이데올 로기’를 바꾸지 않고도 계급 차별을 철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E-3. 9장과 10장에서 오웰은 유산계급의 속물근성, 속물의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냄새’에 대한 지적을 읽으며 영화 《기생충》을 떠올린 건 저 뿐이었을까요? 2020년대 한국 사회에서 유산계급이 갖게 되는 속물근성은 어떤 게 있을까요? 명품, 아파트, 자동차, 교육, 문화소비 등 머리를 스치는 단어들이 몇 가지 있네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예시를 들어주세요. (p. s. 이 질문과 관련해서 한은형 소설가님의 단편소설 「식물성 관상」을 추천합니다. 소설집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 실려 있어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E-3 저는 속물스러움과 계급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은 사교육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E-3 '평당 1억' 아파트에서 미혼 입주민의 결혼을 주선한다고 합니다. 고급 아파트라는 계급이 결혼을 결정짓는 배경으로 되어버린 오늘날의 속물적인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1510717
가장 심한 속물근성은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의대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학원으로 등교하는 학생들. 정말 사람을 살리고 싶어서 의사를 꿈꾸는 것일까요? 아니면 높은 연봉을 받고 사회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의사를 하려는 것일까요?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저는 명품에 대한 소비가 떠오릅니다. 최근들어 국내에서 명품시장도 점점 커지고 명품 앰버서더에 유명 연예인이 많이 발탁되면서 명품을 접하게 되는 나이도 많이 어려지고 보여주기식으로 여유없이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E-3 속물근성하면 학벌이라 생각됩니다. 학별로 계급을 만들고 그 계급내에 진입하기 위해 학원을 돌려 학벌을 가지게 만들고 있는 것같습니다. 얼마나 서울대 패밀리 스티커 뉴스가 떠오르면서 속물의식이라 생각됩니다. https://youtu.be/tZ6YpAXieS4?feature=shared
E-3. 제가 당장 떠오르는 유산계급이 갖게 되는 속물근성은.. '줄 서기'or '라인 타기' 입니다. 나한테 도움이 되어 줄 사람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어떤 거짓말에도 동조하고.. 나아가 그것을 옹호하고~ 핏줄까지 세워가며 방어하는.. 그런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유산계급자들의 최악의 속물근성입니다. 그들에게는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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