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

D-29
영양실조가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지점은 모두들 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랭커셔에 가서 타고난 성한 이를 가진 노동 계급을 만나보려면 한참을 찾아봐야 한다. 실제로도 아이가 아닌 한 이가 성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리고 아이들일지라도 이가 무르고 푸른빛이 도는데, 내가 보기엔 칼슘 부족이 아닌가 싶다. 치과의사 몇몇은 내게 산업 지대에서는 서른 넘은 사람치고 이빨이 성한 경우는 비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위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치아는 되도록이면 일찌감치 “없어져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25만 명의 광부가 실업을 당한다고 할 때, 뉴캐슬 뒷골목에 사는 광부 앨프 스미스라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일종의 순리라 할 수 있다. 앨프 스미스는 단지 25만이란 숫자 가운데 하나, 말하자면 통계 단위일 뿐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신을 하나의 통계 단위로 보기는 쉽지 않다. 길 건너 사는 버트 존스가 아직 일을 하고 있는 한, 앨프 스미스는 스스로를 불명예스러운 실패자로 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실업의 가장 큰 해악이랄 수 있는 무력감과 절망감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116,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자산 조사’가 끼치는 가장 큰 해악은 이산가족을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 제도 때문에 노인들이, 그중에도 때로는 병석에 누워 있던 노인들이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다. 이를테면 홀아비인 노년의 연금생활자는 대개 자녀들 중 하나의 집에서 함께 사는 경우가 많으며, 그가 매주 받는 10실링은 가계의 생계비로 쓰이고 그는 그럭저럭 보살핌을 받을 수가 있다... "위건부두로 가는 길" 중에서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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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장, 8장 ■■■■ ● 함께 읽기 기간 : 8월 17일(토) ~ 20일(화) 7장을 마지막으로 1부 <탄광 지대 노동자의 밑바닥 생활>이 끝납니다. 독서 여정도 정확히 절반을 건너오신 셈인데요, 술술 잘 읽혔던 르포에 비해 남은 2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이 조금은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라면 무엇이든 쉬워지니 걱정 마시고 저 클럽지기를 잘 따라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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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여러분은 7장,8장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D-1 7장의 중산층과 노동자 계급에 대한 비교, 그리고 8장의 하급 상류 중산층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20세기 초를 전후로 하는 이와 같은 해석이 지금에 빗대어도 큰 괴리가 느껴지지 않더군요. 더하여 '비정규 노동'과 '실업 보험(급여)'에 대한 세인츠버리의 주장(p181)은 너무 익숙해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D-1 7장의 실업수당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둘 모두 실업수당을 게으름의 상징으로 보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영국의 세인츠버리는 '게으른 밥벌레들을 먹여 살리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조롱했고, 한국의 누군가는 '시럽급여로 명품백을 샀다'라고 호도했죠. 이러한 말들을 쏟아내는 그들이 바라는 건 무얼까 고민해 봤습니다. 노동자에게 혐오의 프레임을 싸워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저리도 악다구니는 쓰는지. 그 같은 미래를 제가 바라지 않아 상상할 수는 없지만, 대게 대중을 착취하고 소수만이 이권을 독차지할 것 같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가까이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면 8장부터는 저자를 통해 전체적인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분위기라고 느껴서, 저자의 말에 무작정 동의하기보다는 저자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면서 읽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D-1 8장부터는 오웰의 자기반성적 이야기이면서 당시 상류증산층에 대한 비판이네요. 준 귀족인듯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해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수입을 거의 써야하는 허세가득한 계층이네요. 그런 계층이 그당시뿐만 아니라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더불어 이런 계층에 대한 생각이 어린시절 교육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스며들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제대로된 교육이 중요함을 느낍니다.
중산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얼마나 디스를 잘하는지 오웰 역시 중산층이라는 걸 잠시 잊을뻔했어요. 실업수당을 바라보는 중산층의 사고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흥미로웠네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가난한 사람을 바라보는 부자들의 시각이 부정적인 게 안타깝습니다.
D-1. 저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터라.. 솔직히 모르는 게 많았으면 많았지, 편견이라고 할 만한 건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오랫동안..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너무 많은 편견들이 곳곳에 있어서.. 의식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크게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뒤늦게 느꼈기 때문에 제가 더 사회 문제에 분노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하물며.. 애초에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라면 편견의 피해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더군요. 물론 제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지만.. 발췌한 부분 읽으면서.. 저런 류의 편견은 우리 일상에도 여전히 꽤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동 계급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중산층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부르주아 사회주자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 또한 오웰이 살던 때와 비교해서 확연히 개선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노동자들의 인권을 운운하는 사람들 역시, 실제로는 그들의 고충이나 실제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척’하고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 장을 읽으며 나는 어떤 계급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나약한 노동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 편견에 쌓인 눈으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D-1. 7장에 나오는 영국인들의 북부에 대한 묘한 맹신은 지역주의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역에 대한 속물근성'은 8장의 서구 계급 차별 문제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네요. 육체노동자가 '배운'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은 21세기에도 유효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가 학교라는 체계에서 배우는 것들이 차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네요.
오웰은 실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실업을 둘러싼 논의와 묘사들이 지금 시대와도 이어지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어나갔었습니다. 실업이 한 가정과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암울하게 잘 그려져있고, 개인 탓으로 여겨지는 탓에 실업자들은 스스로를 '수치스러워' 한다는 사실이 그때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네요. 결핍을 값싼 사치로 메우면서 노여움을 참고 그럭저럭 견뎌나가는 생활을 한다는 분석에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섬뜩했던 건 8장에서 '냄새'에 관한 분석이었어요.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여기서 자연스럽게 영화 '기생충'을 떠올릴수밖에 없게 되는데, 냄새로 그들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보여주는 동시에 왜 분노의 도화점이 될수밖에 없었는지를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어 놀랍기도 했어요.
D-1 조지오웰이 본인의 위치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자신을 곁들여서 설명하니까 용어는 조금 어렵지만 이해가 돼요. 읽으면서 나는 어디쯤인지 가늠해보고 내 주변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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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댓글창 아래 있는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해 주셔도 좋습니다.)
우리 시대가 살기에 완전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음을 나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근대 기술의 승리도, 라디오도, 영화도, 매년 5천 종씩 출간되는 소설도, 애스컷 경마장의 인파도, 명문교 이튼과 해로의 크리켓 라이벌전도 아니다. 그것은 참으로 묘하게도 내 기억에 남은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이며, 그중에서도 아직 영국의 번영기이던 전쟁 이전의 내 어린 시절에 이따금 보았던 정경들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159,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평균적인 중산층 사람이 노동 계급은 무식하고, 게으르고, 술꾼이고, 상스럽고, 거짓말쟁이라고 믿도록 교육받고 자란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더러운 존재라 믿도록 교육받는다면 대단히 해로운 일이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 바로 우리가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던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172,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계급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중산층은 '속물'이라는 말에서 그쳐버린다면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속물근성이란 것이 일종의 이상주의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런 근성은 중산층의 자제가 목 씻기와 나라 위해 목숨 바칠 각오를 배우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하층민'을 멸시하는 법을 배우는 초등 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177,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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