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

D-29
오웰 스스로 자신을 온전히 파헤치는 모습과 그 문장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어요. 오웰이 왜 스스로 가장 밑바닥이라고 느꼈던 탄광과 실업자들 사이로 내려가 함께 어울리며 그 모습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 글로 남기려고 했는지도 잘 이해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인도 제국 경찰로 복무하면서 느꼈던 체제에 대한 혐오감. 사법 체계의 끔찍함. 뿌리깊은 계급적 편견. 그런 것들을 느낄수 있는 감수성도 대단하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고 느꼈을때 자신이 지닌 것들을 버리고 바뀌고자 하는 행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지금의 저로서는 무척 대단하게 느껴졌던 글들이었어요. 더군다가 그런 놀라운 행동을 했음에도 그는 철저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사람들과 그 환경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기록해낼 수 있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계속 감탄이 나오더라구요. 저라면 아마 그런 자신을 대견해하며 그런 것만을 드러내지,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부끄러움 같은 건 숨기려고 했을 것 같거든요. 그가 계속 비판해대는 프롤레타리아 '지식인'들에 대해 묘사하는 모습들에서 자꾸만 제 자신이 보여서 왠지 모를 거북함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자꾸만 꿈틀대던 장들이기도 했습니다.
E-1. 9장은 조지오웰의 자기반성 같은 글이었습니다. 계급사회에서 태어나 '지식인'으로 살던 영국인이었던 그가 5년 동안의 제국경찰을 거쳐 방랑자가 되기까지... 제국경찰을 거친 이들이 모두 조지오웰과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죠. 그의 부끄러움을 아는 자세가 좋았습니다. 10장에 나오는 것처럼 보통의 인간은 자신을 일부를 포기 할 수 없기에, 열렬한 사회주의자였다가 거만한 사회주의자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이기도 하네요.
E-1 많이 찔렸습니다. 저만 해도 계급이 주는 이데올로기, 문화, 내가 가진 것들을 놓을 생각은 없어 놓고 계급 타파 이런 걸 바랐으니까요.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 직접 해내는 사람을 항상 부러워합니다. 제가 겁쟁이라서 그런가봐요. 조지오웰이 직접 구걸하면서 계급 차이를 발견해나가는 모습이 흥미롭고 대단하고 제가 부끄럽고 뭐 그랬습니다. 제가 인간실격의 요조가 된 거 같아서 더 싫네요 흑.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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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아무 진전도 있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216-217,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10장 건너기 힘든 계급의 강,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악행을 저지르는 것과 악행으로 득을 보는 것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형을 찬성하면서도 교수형 집행인 노릇은 하지 않으려 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E-2. 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 만으로는 아무 진전도 있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 하자면,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 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 하는 한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페한디는 것은 자신의 일 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여기 중산 층의 전형적인 일원인 내가 있다. 내가 계급 차별 을 없애기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거의 모든 것은 계 급 차별의 산물이다. 나의 모든 관념은(선악에 대 한, 유쾌와 불쾌에 대한, 경박과 경건에 대한, 미 추에 대한) 어쩔 수 없이 '중산층' 의 관념이다. 책과 옷과 음식에 대한 나의 취향, 명예에 대한 나 의 감각, 나의 염치, 나의 식사예절, 나의 어투, 나 의 억양, 심지어 나의 독특한 몸동작도 전부 특정 한 훈육의 산물이며, 사회 위계의 윗부분에 있는 특정한 지위의 산물이다. 그런 사실을 이해할 때, 나는 프롤레타리아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가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그와 정말 밀접한 관계 를 맺고 싶다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 노력을 기 울여야 한다. 계급적 특권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 기 위해, 은밀한 속물근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취향과 편견도 억눌러야 한다. 나를 철저히 변화 시켜야 하며, 결국엔 같은 사람인 줄 모를 정도로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동 계급의 현실을 개 선하는 것으로도, 더 어리석은 형태의 속물근성 을 억제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삶에 대한 상류 층적, 중산충적 태도를 완전히 버리기까지 해야 한다. P.216~217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누구나 그게 엉터리라는 것을 안다. 우리 모두 계급 차별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그것이 정말 없어지기를 진지하게 바라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와 맞닥뜨린다. 그것은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계급적 편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동시에 누구나 ‘자신’은 무슨 신기한 수가 있는지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한다. 속물근성이란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는 확인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큼은 예외인 악덕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세상은 압제자와 피압제자로 양분되며, 압제자는 이 세상에 있는 다이너마이트를 다 터뜨려도 타도하지 못할 무지막지한 석상石像처럼 꼭대기에 앉아 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정말 타도를 원할까? 확고부동한 압제에 맞서 싸우는 그를 붙들어주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자신이 그것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그가 알던 세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의 생각은 좀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압제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패배자들의 옹호자로 출발한 그가 끝에 가서는 경제적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노동 계급이 가축 무리처럼 식민지에 끌려가도 좋다는 주장을 한다(『은스푼The Silver Spoon』을 보라). 10년만 더 살았더라면, 그는 아마 좀 더 품위 있는 형태의 파시즘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것이 감상주의의 불가피한 운명인 것이다. 그의 모든 견해는 현실을 최초로 맞닥뜨리자마자 정반대의 것으로 변해버린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대영 제국이 건재하기를 바라느냐, 아니면 해체되기를 바라느냐이다. 그러나 영국인치고 대영 제국이 해체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특히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 연대장에 대해 재기 넘치는 조롱을 보이는 유의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다른 것은 별도로 치더라도, 영국에서 우리가 누리는 높은 생활수준은 우리가 제국을, 그중에서도 인도나 아프리카 같은 열대 지역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영국인이 상대적으로 안락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인도인 500만 명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여야만 한다. 그것은 참으로 못된 일이지만, 우리가 택시에 발을 들여놓거나 딸기 곁들인 크림 한 접시를 먹을 때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대안은 제국을 뒤집어엎고 영국을 축소시켜, 우리 모두 아주 열심히 일해야 하고 청어와 감자를 주로 먹어야 하는 춥고 시시하고 작은 섬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좌파 사람도 원치 않는 바다. 그러면서 그는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아무 도덕적 책임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제국의 단물은 다 빨아들일 태세이면서, 제국을 지키는 사람들을 조롱함으로써 자기 영혼을 구제한다.
나는 계급 타파를 위한 그런 모든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아주 심각한 잘못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것들은 때로는 부질없는 짓에 그치고 마는 수도 있지만, 분명한 성과가 나타날 때는 대개 계급적 편견을 ‘강화’하는 노릇을 한다. 그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고 계급간에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평등을 강권했으니, 거기서 비롯되는 마찰 때문에 그냥 뒀으면 영영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온갖 감정이 표출되고 마는 것이다.
스스로를 특권 계급이며 그 자체로 청과상의 심부름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그렇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훨씬 낫다. 궁극적으로는 속물근성을 떨쳐버려야겠지만, 제대로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떨쳐버린 척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신분이 주교라 해도 웃차림만 비슷하면 부랑 자들 사이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주교였다 는 사실을 그들이 알았다 해도 그가 정말 궁핍한 처지가 된 줄 알 거나 그렇게 믿는 한,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일단 그 세계에 들어가거나 그 일부가 된 듯하면, 과거에 어떤 존재였는지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세계는 모두가 평등한 작은 세계인 셈 이며, 작고 누추하긴 해도 아마 영국에서 가장 민주적인 세계일 것 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우리 모두 계급 차별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그것이 정말 없어지기를 진지하게 바라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와 맞닥뜨린다. 그것은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E-2. 번민 끝에 결국 얻은 결론은 모든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언제나 그르다는 단순한 이론이었다. 나는 스스로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어졌다. 그들 중 하나가 되어 그들 편에서 압제에 맞서고 싶어졌다. p203
하지만 사회주의가 정말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했고, 노동 계급이 인간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거리를 두고서, 책 같은 매개를 통해서나(잭 런던의 『심연의 사람들The People of the Abyss』7이 한 예다) 그들의 고통을 안타까워할 뿐이었지, 실제로 그들 가까이 갈 때는 여전히 그들을 혐오하고 경멸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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