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

D-29
우리가 함께 목표로 삼고 단결할 수 있는 이상은 사회주의의 바탕이 되는 이상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정의와 자유다. 허나 이런 이상은 거의 완전히 잊혀버려 '바탕'이란 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 이상은 이론 일변도의 독선과 파벌 다툼과 설익은 '진보주의'에 층층이 묻혀버렸다. 똥더미 속에 감취져버린 다이아몬드가 되어버린 셈이다. 사회주의자가 할 일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의와 자유 말이다! 이 두 마디야말로 온 세계에 울려퍼 져야 하는 나팔소리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290,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기계의 기능은 일을 덜어주는 것이다. 완전히 기계화된 세상에서는 모든 지겨운 고역은 기계가 해줌에 따라, 우리는 보다 흥미로운 것들을 추구하기 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참 근사한 일 같다. 마땅한 기계를 쓰면 단 몇 분 만에 해치울 수 있는데도, 배수관 묻을 도랑을 만드느라 대여섯 사람이 죽도록 땅을 파는 모습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그런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들은 가서 다른걸 하는 게 낫지 않은가. 그러나 금세 이런 질문이 나온다. 다른 무얼 한단 말인가? 그들은 '일' 아닌 무엇을 할수 있도록 '일'에서 해방된 듯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일이고 무엇이 일이 아니란 말인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우리는 기계와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진보'는 지속되어야 하고 지식은 절대로 억제되어선 안 된다는 관념에 감염되어 있다. 우리는 말로는 기계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 사람이 기계를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계의 발달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지식에 대한 공격이며 곧 일종의 불경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그리고 설사 온 인류가 갑자기 기계에 반발하여 보다 단순한 생활양식으로 돌아갈 작정을 한다 하더라도 실행하기는 너무나 힘들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돌이킬 수 없는 기계의 발달에 대한 이 문장을 읽고 있으니, 기후위기가 목전에 닥쳤음에도 지금의 생활방식과 산업구조를 결코 멈출 수 없는 현 시대의 우리 모습이 떠오릅니다.
F-2.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환경을 안전하고 편하게 하는 것인데, 정작 거기 사는 사람은 자신을 용감하고 강인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다. 앞으로 맹렬하게 돌진하는 동시에 뒤로 절박하게 물러나려고 하는 꼴이다. 그러니 결국 진보의 옹호자가 시대착오의 옹호자가 되는 셈이다. p269
우리가 함께 목표로 삼고 단결할 수 있는 이상은 사회주의의 바탕이 되는 이상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정의와 자유다. 허나 이런 이상은 거의 완전히 잊혀버려 '바탕'이란 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 이상은 이론 일변도의 독선과 파벌 다툼과 설익은 '진보주의'에 층층이 묻혀버렸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사회주의는 적어도 이 섬나라에서는 더 이상 혁명의 냄새를, 압제자 타도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괴팍스러움과 기계 숭배, 미련한 러시아 숭배의 냄새를 풍긴다. 그런 냄새를 한시 빨리 지우지 못한다면 파시즘이 승리할지도 모른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서는 파시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자면 파시즘이 상당한 해악뿐만 아니라 약간의 장점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파시즘은 악랄한 절대 권력이며, 권력을 잡고 유지하느라 쓰는 수법도 워낙 악랄해서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마저 그 이야기는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파시즘의 근간이 되는 정서, 즉 사람들을 처음 파시즘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정서는 그리 한심한 게 아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나아가 대부분의 중산층 사회주의자들이 이론적으로는 계 급 없는 사회를 위해 애쓰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구질구질한 사회적 위신에 악착같이 매달린다는 추악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F-3. 12장은 기술문명에 대한 비판으로도 아주 흥미롭게 읽힙니다. 오웰의 시대에도 지금도 ‘힘든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여가를 즐기면 된다’는 식의 기술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오웰은 매우 강력한 반박을 내놓습니다.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노고와 창조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본성을 좌절시킨다’는 겁니다. 기술이 인간의 일을 모두 대체할 때 인간은 삶의 의미를 잃을 수 있다는 게 오웰의 생각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힘들고 의미 없는 일’만 선택적으로 기계에게 맡기는 게 가능할까요?
A사의 F로 시작되는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을 종종 사용합니다. 며칠 전엔 S로 시작되는 AI 작곡 툴을 이용해서 노래를 하나 만들었어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이과 출신인데도 손쉽게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여겨졌던 예술 분야에서도 AI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결국 '힘들고 의미 없는 일'뿐만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모두'를 기계가 할 수 있겠죠.
저도 이렇게 생각해요. 전에는 그래도 기술문명의 이익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요즘엔 AI가 너무 발전하니까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긴 창작의 영역, 글쓰기까지 AI가 멋지게 수행하는데 인간이 인간으로서 뭘 남길 수 있나 싶거든요.
F-3 기계의 발전으로 힘들고 의미없는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은 가능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특히 의미없는 반복적인 일을 기계가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옆에 비전문직종의 사람들이 기계의 일을 보조한다는 현실에 조금 아이러니한 생각도 듭니다.
F-3 '힘들고 의미 없는 일만 선택적으로 기계에게 맡기는' 시대는 이미 훌쩍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개인이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는 있겠지요. 오웰이 12장에서 짚어낸 것처럼 '어떤 일'이냐고 아니라 '어떤 입장'에서의 일이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짧은 순간에 많은 것들이 변했고, 현재 코로나 재유행뿐 아니라 이름도 어려운 전염병들이 수시로 발병하고 있으니 오히려 기계화가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커집니다.
F-3. 흠... 저는 애매한 답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적당히?? 맡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강도 높은 육체 노동을 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 불가피하다면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길 원하고.. 사회적으로도 더 권위를 인정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육체 노동에 대해서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노가다 인부' 취급을 하는 것 같아서 늘 불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걸 기계에게 맡기려는 태도는.. 자칫 우리의 신체 또한 기계화 하려는 시도로 곧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불가피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굳이 제 몸을 기계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읽고 리뷰 썼던 책 리뷰를 하나 공유드립니다. 정보라 작가님의 단편 모음집, 《작은 종말》에 수록되어 있는.. 표제작 <작은 종말> 입니다. https://blog.naver.com/seasky210528/223527573934
저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며 시작됐던 러다이크 운동이 일어난지 200년이 지나는 동안 기계가 우리를 대체할 것이다라는 불안감이 오랫동안 깔려있었지만 여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우리는 수많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걸 보면 온전히 우리를 대체하는 날이 과연 올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듭니다. 재미있었던 건 오웰이 기계때문에 근육이 쓸모없어지니 아령운동이라도 나중에 해야겠네? 하면서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그 쓸모없어진 근육을 가까고 몸을 돌보기 위한 거대한 산업이 만들어져있는걸 보면 오웰 선생은 뭐라고 할까요. 자본주의는 어떻게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고 발전시키는 놀라운 부분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는데요. 기계의 발전으로 직접의 종류는 바뀌겠지만 또다른 직업과 수요와 산업을 만들어내는게 이 긴 자본주의의 순환이 또 아닐까 싶어서 결국 기계의 대체가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흥미로운 건 이 질문을 받아들었을때가 AI라는 열풍이 엄청나게 불었다가 의문을 품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건데요. 모든걸 대체해버릴 것 같던 AI라는 현상이 과장됐다는 내부의 목소리들이 요즘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거든요. 좋은건 맞지만 그정도로 뛰어나지는 않다라는 이야기였는데 이 현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울 것 같군요. 오웰의 질문을 떠올리면서 말이에요.
'힘들고 의미 없는 일'을 선택적으로 기계에 맡기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다만 요새 저는 키오스크, 셀프계산대, 서빙로봇 등을 도입해 인건비를 절약한 이익이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없애고 기계를 들여온 자리에는 저(=소비자)의 노동력이 투입되는데 그로 인해 절약한 인건비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가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투입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사용자, 자본가의 이득만 늘리고 있는 것 같거든요.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노예화(이건 좀 과한 표현 같은데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요)를 가져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계에 선택적으로 일을 맡기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저의 생각에, 조지 오웰의 문장이 반박을 해줍니다. '기계가 압도함에 따라 손상되지 않을 인간 활동이 '과연' 있겠느냐는 점이다.' '기계가 '있는 한' 쓰지 않을 수 없다' '기계적 진보의 논리적 귀결은 인간을 병 속에 든 뇌 비슷한 무엇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적당히 기계의 발전,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지금의 사회를 낳은 것이겠지요...?
F-3. '힘들고 의미없는 일'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네요.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땅 파는 일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의 창조성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쩌면 조지 오웰의 말처럼 "기계가 압도함에 따라 손상되지 않을 인간 활동이 ‘과연’ 있"을까 싶네요.
이미 그렇게 되고 있지 않나요.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은 노동은 기계가 하고 있죠.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책나눔] [박소해의 장르살롱] 18. 이것은 유익한 안내서다 [도서 증정/함께 읽기]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같이 읽어요 [책 증정] 이데올로기가 아닌 삶을 위한 자유! 에세이 『자유』를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장르살롱>의 귀환! 이번엔 호러의 차례!
[책나눔] [박소해의 장르살롱] 17. 우아하고 독특한 사마란 월드 [박소해의 장르살롱] 1. 호러만찬회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 여러분의 처방책이 필요합니다.
수험생이 시집이 읽고 싶대요. 스무살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을 추천해주세요.
🎉 완독 파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한국을 사로잡은 아일랜드 작가
<함께 읽기> 클레어 키건 - 푸른 들판을 걷다<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신작 함께 읽기원서로 클레어 키건 함께 읽어요-Foster<맡겨진 소녀>
도서관 모임을 응원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강릉교육문화관] 단기독서챌린지 <생존독서>경남교육청의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쌤들의 독서모임도봉 청소년 온라인 북클럽(가칭) 1기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읽고 토론해요.
이 계절의 소설이 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 왔어요. 🍂
[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2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
Daydreamer 님의 블로그, 진화하는 책꽂이
결국은 감수성우리는 왜 다정해야하는가기자다움이란
라이브 채팅을 놓치셨나요? 해원 작가의 글담, 지금 읽어도 꿀잼이에요.
[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송승환 시인과 함께 느릿느릿 읽어요.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읽기 모임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3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2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올 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철학자
[함께 읽기]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기 위해[열림원/도서 증정]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을 함께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나눠요!
투표의 시간!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해의 한 책]은?
[원북성북] 올해의 성북구 한 책에 투표해주세요! : 비문학 부문[원북성북] 올해의 성북구 한 책에 투표해주세요! : 문학 부문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