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

D-29
중산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얼마나 디스를 잘하는지 오웰 역시 중산층이라는 걸 잠시 잊을뻔했어요. 실업수당을 바라보는 중산층의 사고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흥미로웠네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가난한 사람을 바라보는 부자들의 시각이 부정적인 게 안타깝습니다.
D-1. 저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터라.. 솔직히 모르는 게 많았으면 많았지, 편견이라고 할 만한 건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오랫동안..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너무 많은 편견들이 곳곳에 있어서.. 의식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크게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뒤늦게 느꼈기 때문에 제가 더 사회 문제에 분노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하물며.. 애초에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라면 편견의 피해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더군요. 물론 제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지만.. 발췌한 부분 읽으면서.. 저런 류의 편견은 우리 일상에도 여전히 꽤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동 계급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중산층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부르주아 사회주자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 또한 오웰이 살던 때와 비교해서 확연히 개선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노동자들의 인권을 운운하는 사람들 역시, 실제로는 그들의 고충이나 실제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척’하고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 장을 읽으며 나는 어떤 계급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나약한 노동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 편견에 쌓인 눈으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D-1. 7장에 나오는 영국인들의 북부에 대한 묘한 맹신은 지역주의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역에 대한 속물근성'은 8장의 서구 계급 차별 문제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네요. 육체노동자가 '배운'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은 21세기에도 유효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가 학교라는 체계에서 배우는 것들이 차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네요.
오웰은 실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실업을 둘러싼 논의와 묘사들이 지금 시대와도 이어지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어나갔었습니다. 실업이 한 가정과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암울하게 잘 그려져있고, 개인 탓으로 여겨지는 탓에 실업자들은 스스로를 '수치스러워' 한다는 사실이 그때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네요. 결핍을 값싼 사치로 메우면서 노여움을 참고 그럭저럭 견뎌나가는 생활을 한다는 분석에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섬뜩했던 건 8장에서 '냄새'에 관한 분석이었어요.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여기서 자연스럽게 영화 '기생충'을 떠올릴수밖에 없게 되는데, 냄새로 그들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보여주는 동시에 왜 분노의 도화점이 될수밖에 없었는지를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어 놀랍기도 했어요.
D-1 조지오웰이 본인의 위치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자신을 곁들여서 설명하니까 용어는 조금 어렵지만 이해가 돼요. 읽으면서 나는 어디쯤인지 가늠해보고 내 주변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랬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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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가 살기에 완전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음을 나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근대 기술의 승리도, 라디오도, 영화도, 매년 5천 종씩 출간되는 소설도, 애스컷 경마장의 인파도, 명문교 이튼과 해로의 크리켓 라이벌전도 아니다. 그것은 참으로 묘하게도 내 기억에 남은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이며, 그중에서도 아직 영국의 번영기이던 전쟁 이전의 내 어린 시절에 이따금 보았던 정경들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159,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평균적인 중산층 사람이 노동 계급은 무식하고, 게으르고, 술꾼이고, 상스럽고, 거짓말쟁이라고 믿도록 교육받고 자란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더러운 존재라 믿도록 교육받는다면 대단히 해로운 일이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 바로 우리가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던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172,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계급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중산층은 '속물'이라는 말에서 그쳐버린다면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속물근성이란 것이 일종의 이상주의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런 근성은 중산층의 자제가 목 씻기와 나라 위해 목숨 바칠 각오를 배우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하층민'을 멸시하는 법을 배우는 초등 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177,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중산층인 사람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여 공산당에까지 가입했다고 하자. 그래서 달라지는 게 과연 얼마나 될까? 자본주의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아야 하는 만큼 그는 계속해서 돈벌이를 해야 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그가 부르주아로서 경제적 지위에 매달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취향이나 습관, 거동, 상상력의 배경은, 공산주의 용어로 말해 그의 '이데올로기'는 변할까?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지난 30년 동안 발행된 <펀치 Punch>의 어느 호를 봐도 좋다. 어딜 봐도 노동 계급인 사람은 그 자체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시 된다. 예외가 있다면 그가 큰 돈을 벌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여 더 이상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마귀가 될 때뿐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8장 학교에서 익힌 편견,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계급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 지를 알아야 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노동계급을 혐오하고 두려워하고 무시하도록 배운 어리 시절의 교육에 아직도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모든 중산층은 계급적 편견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D-2. 북부의 산업 지대로 접어들 때 묘한 땅으로 들어 선다는 느낌은 낯선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풍경 말고도 엄연히 존재하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서 이기도 한데,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뇌리에 각인 된 남북 사이의 차이가 그것이다. 영국에는 북부 인의 속물 근성이라 할 만한, 북부 사람이라는 것 에 대한 묘한 맹신이 있다. 남부에 사는 요크셔 사람은 당신이 자기보다 열등한 존재임을 알게 해주려는 수고를 아끼는 법이 없다. 이유를 물어 본다면 북부의 삶만이 '진짜' 삶이고, 북부에서 이뤄낸 산업화의 업적만이 '진짜' 업적이고, 북 부에 사는 사람만 '진짜' 사람이며 남부엔 불로 소득 생활자와 거기에 기대 사는 사람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무튼 북부인은 담력 있고 강인 하고 '강직' 하고 씩씩하고 인정 있고 민주적이 며, 남부인은 속물적이고 나약하고 게으르다는 지론이 있는 것이다. (중략) 한두 해 전에 나는 남부에서 나고 자라서 지금은 북부에 사는 친구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동부의 서퍽을 다녀본 적이 있다. 우리는 꽤 아름다운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곳 오두 막들을 탐탁찮은 눈으로 흘긋 보더니 이렇게 말 했다. 물론 요크셔의 마을들은 대부분 통하지. 하지만 요크셔 사람들은훌륭해. 그런데 여긴 정반대야. 마을은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썩었어. 저런 오두 막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쓸모가 없어. 아무짝에 도 못 쓰는 사람들이야. 나는 그 마을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거 기가 영국 동부 지방이기 때문에 거기 사는 사람 들이 쓸모없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역시 남 부에서 태어난 다른 친구 하나는 남부를 혈뜯어 가며 북부를 추켜세울 기회가 있으면 절대 놓치 지 않았다. P. 147~149
산업화의 아름다움이나 추함 자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의 진정한 사악함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어 뿌리를 뽑기가 아주 어렵다. 그 점을 명심하는 게 중요한 것은, 산업화가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것이면 해롭지 않다고 생각할 유혹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의 목욕이 출신이나 재산이나 교육보다 더 효과적으로 계급을 가르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어딜 봐도 노동 계급인 사람은 그 자체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시된다. 예외가 있다면 그가 큰 돈을 벌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여 더 이상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마귀가 될 때뿐이다. 그런 태도를 비난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어쩌다 그런 태도가 생겨났는지 알아보는 게 나은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 계급 속에 섞여 살지만 다른 관습과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노동 계급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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