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럴 수 있겠다! 멋진 발견입니다! 「벽의 틈새」에서 두 사람은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요. 그런 절망스러운 상황에, 같은 공간에서, 그런 절박한 눈빛을 주고받았다면요, 그것은 서로가 품은 역사와 이야기와 그리고 감정을 주고받은 것이나 마찬가지겠죠.
[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소전서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전서가
독자 여러분, 절반까지 오셨나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흥미로울 거예요! 더 재밌는 독서가 될 수 있도록, 오늘은 책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부에서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그녀>와 관계가 있거든요! 당.연.히. 소설 읽기를 모두 마치고 이 글을 읽으셔도 좋습니다. 출판의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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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아닌, 기획 편집자로서 이 책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가, 제가 최초에 디자이너에게 보냈던 의뢰 메일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 당시 무엇을 강조했기에 지금의 시리즈 디자인이 나왔을까? 그중 중심이 되는 몇 가지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1. 시간이 지나 10년 뒤에라도,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보장하는 보석 같은 시리즈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2. 시장이나 독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하고, 그것을 결과물에 반영한다. 우리는 그 결과물로서의 한 권의 책을 통해 독자가 이 세상과 시대를 이해하고 나름의 해답을 얻어 풀어나가는 힘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3. 최대한 가볍고 간편한 장정, 그리고 늘 어딘가에 들고 다니고 싶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겨울 코트 주머니에 들어가면 좋겠다.
4. 페이퍼백이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표지(딱딱한 코팅 없어도 좋음)였으면 좋겠다.
5. 소설(제목, 이야기,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표지와 본문 디자인이면 좋겠다.
너무 거창했을까 싶지만, 디자이너는 이 시리즈에 대한 기획 의도를 공감했습니다. 그다음부터 디자이너는 『냉담』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 문장을 같이 발견했습니다. (독자 몇 분이 1부의 인상적인 문장으로 추천해 주기도 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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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워 있는 흰 그녀를 내려다본다. 창에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그녀의 희미한 윤곽을 날려 버려, 잠든 모습은 몹시 밝고 뜨거운 별이 그러하듯 온통 청백색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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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대한 시각적 영감에 대해 이야기하던 저와 디자이너는, 이 책이 물성을 가진 어떤 물건으로서 온전히 <그녀>였으면 좋겠다는 공통 의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인 <나>가 그토록 원하는 <그녀>를요.
그래서 위의 문장에서 언급된 청백색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청백색은 어떤 색일까?(어떤 특정한 색으로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ㅋ) 우리는 적절한 인쇄 잉크를 찾았고, 그래서 차가운 느낌보다는 신비로운, 우주 속 특별한 별빛을 자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제목이 가지는 느낌처럼, 다양한 해석과 감정들이 가득한, <냉담>한 <그녀>를요.
한편, 저는 디자이너에게 특별한 몇 가지를 더 강조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디자이너가 웃었어요.
저는 15년 이상 책을 만들면서, 도서 디자인의 흐름을 몸소 겪었습니다. 각 시기마다 유행하는 스타일과 컬러들이 있었어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책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선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어도, 바로 그 안에 담긴, 글의 힘이 중심이고 본질이었습니다. 긴 시간을 두고 보니 그러했습니다. 디자인은 책의 오랜 수명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직 글의 힘이 어떻게 발휘되는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오로지 글의 힘이 더 잘 느껴지는 디자인을 요청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우선은! 텍스트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디자인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형태를 위한 감각적 디자인은 책의 홍수 속에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아 주지만, 이 시리즈는 그 감각을 과감히 포기하고 오로지 작가의 글, 즉 소설에만 집중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또 강조했던 것은 <독서 행위>였습니다. 독자가 이 책을 만날 때 바로 몰입할 수 있어야 하고, 한 손으로 펼치기 쉬워야 하고, 누워서도 앉아서도 기분 좋게 손에 붙어야 하고, 눈길이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자연스럽게 흘렀으면 했고, 글자의 모양과 간격 역시 아무런 주저함 없이 순수히 받아들여졌으면 했습니다. 즉 독서 행위를 돕는 편안한 형태와 디자인이길 바랐습니다.
한편, 이 책에서 가장 화려한 디자인이 바로 각 부와 부록 소설들의 표제 디자인인데요. 배경에도 이미지로 질감을 만들어 냈고, 선도 그어져 있습니다. 그것도 소설의 표현이나 부분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북디자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 댓글 남겨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소설보다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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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이 책의 디자인에까지 연결된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이어집니다. 왜 이 책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녀에 대해 한번 더 깊게 생각해 보는 소설 읽기를 시작해 볼까요?
강츄베베
제가 본 냉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표지의 독특한 질감과 화려하지 않은 밝은 회색(?)의 색감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독톡한 질감은 자꾸만 만져보게 되고 손이 닿게 하는 오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매끈한 코팅의 느낌이었으면 오히려 기존의 책들과 비슷한 생각으로 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무채색의 색감이 '냉담'이라는 소설의 제목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튀지 않아서 마케터로서 고민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이 책이 주는 감정과 잘 닿아있다는 생각에 무던한 그리고 일상적인 느낌으로 더욱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전서가
다. 시. 금.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기간: 2주 차, 7/24~7/30, 7일간
같이 읽기: 『냉담』 2부 + 「도래한 미래」(149~316면)
이번 공통 질문은 8개입니다. 그중 맘에 드는 질문을 골라 답변해 주세요. 독자분들이 단 댓글에 편집자인 제가 또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답변은 각 질문에 대한 답글로 써주십시오.
(* 그 외에도 궁금증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읽다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편집자인 저도 분명히 가졌을 궁금증입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전서가
2-1. 인상적인 장면, 또는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그리고 그 이유도요.
라아비현
상사는 주민등록 등본과 백신 접종 증명서를 지참해 왔느냐고 물었다.
『냉담』 P169,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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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예전 코로나가 심할 때가 떠오르네요 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각종 시설들을 이용 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죠
소전서가
네 맞아요. 하지만 주인공은 거짓말을 합니다........!!
김갑용
맞습니다... 제 주변에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해 재차 접종을 못 받아 방역패스 관련해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병으로 인하여 계엄령이 내려진 것만 같은 참으로 이상한 시기였습니다. 방역 패스가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방역 패스가 쓰이던 몇 달이 코로나 시기 가장 힘들었던 구간 중 하나같습니다.
소전서가
그렇군요. ^^ 위험성마저 철저히 통제되는 사회가 결코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나 또한 위험이 잠재된 통제 요소라는 실감이 드는 시기였지요.
밍묭
원예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아버지 속 장기들을 긁어 내고 대신 다른 걸로 채웠다. 무엇으로? 그의 물음에 여동생이 야무지게 대답했다. 아버지 속에서 식물을 키운다고.
『냉담』 157,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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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슝
"그의 머릿속에 대고 죽음이라고 외치던 자는 사라졌다. 이제 그 말은 좀 유치하게 느껴졌다." 151p
저는 첫 문장에 매료되는 유형인가 봅니다. 1부에서도 첫 문장이 인상 깊었는데 2부에서도 간결한 문체인데 확 몰입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충동에서 벗어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소전서가
작가님은 항상 첫 문장을 신경 쓰거든요. 이렇게 알아봐 주는 분이 있다니 기뻐하겠어요!
Henry
그의 머릿속에 대고 죽음이라고 외치던 자는 사라졌다. 이제 그 말은 좀 유치하게 느껴졌다.
『냉담』 p.151,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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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전지적작가시점인듯 하다가 1인칭주인공시점인듯 묘한 기분이 드는 시작이라 오히려 경쾌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말이죠.
소전서가
저도 경쾌해지는 기분이라는 표현에 동감해요. 2부 또한 1부의 시점대로 '나'였으면 조금 답답하거나 축 처졌을 거라는 생각이!
호디에
“ "(...) 그녀가 그 속에서 이리도 아름답고 슬프도록 우거진 건 다 이유가 있어. 밀폐된 속에서도 그녀는 영원히 안전하고 완전해. 유리 벽을 두고 그녀를 바라볼 수 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해. 우리 시선에 병이 자리했다며 그녀는 진작에 썩어 문드러졌을 거야. 우리는 그녀를 만지지 못함에, 그녀와 함께 숨 쉬지 못하는 데에 기뻐해야 해. 우리 손과 숨에 병이 묻어 나올 수 있으니까. ”
『냉담』 p176,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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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저는 이 부분이 역설적으로 읽혔습니다.
호디에
“ "...... 두려워. 우리가 보는 건 이 유리 벽이야. 미끄럽고, 차갑고, 투영되지. 우리가 보는 대상은, 그녀의 상像이야. 빛이 사라지면 상 역시 사라져. 빛이 있어야 그녀가 있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그녀가 없는 거나 다름없어. 흠모가 오직 빛에서 비롯된 거라면, 우리가 빛을 좇는 무리와 다를 바가 뭐지? 도서관의 모든 불이 꺼짐으로써 시야가 가려지는 순간,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소리도 못 내고 누구와도 닿지 못한다면 우리는 존재를 확신할까? 불 꺼진 유리관 속에 방치된 그녀가 소리 없이 신음하는 모습을 상상해 봐...... . 난생처음으로, 빛이 사라질까, 어둠이 찾아올까 두려워. 우리에게 비치는 그녀의 완연한 모습이 꺼림칙하게 다가와. 그녀는 우리에게 항상 최적의 모습만을 보여 줘...... . 한 바퀴만 더 돌고 가지 않을래?" ”
『냉담』 p177,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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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일어나야 해.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냉담』 p261,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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