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첫문장 스타트가 좋았고 이 부분이후 글귀에서 새벽거리를 함께 가는 모습을 묘사를 잘하신거 같아요
네. 저도 그 부분의 이미지, 색깔들, 분위기가 감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가로등에서 그 두 남녀의 그림자가 동그랗게 고였다가 사라졌다, 다시 고이는 그 이미지들이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어요.
나는 누워 있는 흰 그녀를 내려다본다. 창에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그녀의 희미한 윤곽을 날려 버려, 잠든 모습은 몹시 밝고 뜨거운 별이 그러하듯 온통 청백색 빛을 발한다.
냉담 27p, 김갑용 지음
기시감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장면들 사이에 아름다운 문장들이 있네요.
오, 저도 이 문장! 흰 그녀, 청백색의 이미지,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누워 있다고 해서 그리고 희다고 해서 나체의 그녀를 상상하기도 했는데, 계속 문장을 되새길수록 그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에게 <그녀>는 별과 같은 존재라는 표현을, 이 작품에서는 이렇게 했네요.
사람들은 말한다. 괜찮으니 숨김없이 고백하라고. 그들은 솔직함에 집착한다. 진실하기를 바라서라기보다는 상대가 품은 비밀이 자신을 괴롭힐까 경계해서다. 솔직함은 대부분 타인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해가 되기에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때로 사람들은 낱낱이 고백함으로써 용서 받거나 스스로가 떳떴해지기를 기대한다. 고백의 순간 진실은 박제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다. 서로를 바라본들 보이는 건 박제된 진실이다. 솔직함은 떨쳐 내야 할 강박에 지나지 않는다. 고백의 유혹을 뿌리쳐 내고 숨기고 만 진실은 아무도 해치지 않고 암전히 상자에 담겨 봉해져, 서서히 삭아 간다. 시간이 지나 상자를 열어 보면 전혀 다른 물건이 들어 있기도 하다. 상자를 연다. 상자 안에 든 게 이전의 소유물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것에 붙인 이름표마저 떨어졌다. 이전의 그것이 맞으리라고 전제하지만, 틀린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냉담 38p, 김갑용 지음
뒤표지에 있는 글이죠. 도서전에서, 어떤 분이 읽으시고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서 책을 사가셨어요. 이 작품의 핵심을 말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이 문단으로 통째로 뒤표지에 넣었습니다.
“그 일을 그만두는 대로 그녀와 여행을 가기로 했다.”_9p 가장 첫 문장이고, 띠지에 있는 구절이지만 그래도 이 문장만큼 강력하게 저를 사로잡는 건 없었어요. 이 문장처럼 훌쩍, 그것도 이성과 떠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기대되거든요.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럴 수 있길 바라요. 그래서 더욱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이 같이 높아졌습니다.
네 김갑용 작가의 다른 단편들도, 첫 문장이 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두 인물은 여행을 떠나게 될까요? 그렇다면 어떤 여행일지.... 궁금해하면서 저도 읽었습니다. 문장 추천, 감사해요.
38쪽입니다. 우리가 자주 당면하는 '솔직함'이 갖는 딜레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네, 저도 이 문단을 마주하고는 일상에서 자주 겪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익숙했습니다. 그런 관념적인 감정들을 활자로 마주하니 속시원했고요. <솔직함>이 정말 솔직한지...를 생각하면, 늘 이런 곤란함, 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진정한 진실의 추구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문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앞서 내가 고백했으므로 이제 그녀의 고백을 들을 차례라는 듯이, 그것은 공정이 아니다. 나는 고백이 필요치 않았다. 고백을 강요하는 줄도 모르고 글을 쓰게 했다. 관성적으로 그게 자유인 줄 알고. 한사코 거부하고 노트북 앞에서 쓰기를 망설이던 그녀를 끝없이 독려했다.(...) 그녀의 눈물이 감동이나 꺠달음 때문이 아니라 수치에서 비롯되었음을 눈치챈 뒤로 다시는 글쓰기를 권하지 않았다.
냉담 p40-41, 김갑용 지음
(1-1) 종종 선의를 기반으로 하는 제안이라고 여겨 미처 강요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강요인 줄 알면서도 좋은 의도였다고 핑계를 대지만 실상 상대가 그것을 원하는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흔하게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고요.
네, 맞아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저도 제가 가했던, 그리고 당했던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
사무실의 완결성은 구성원 개개, 혹은 정족수의 달성에 좌우되지 않고 공간이 이루는 사각 프레임만으로 손쉽게 사람들을 일원으로 끌어들여 획책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냉담 P.55(일에 관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 받지 못한 채 겉도는 '나'의 시선이 보입니다, 김갑용 지음
저도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어떤 공동체에는 완벽할 수 없는 그런 고민들이 늘 이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여깃도 회사원으로서...ㅋ 지금 공유해 주신 문장 앞에 있는 이 문장 <직원들은 잘 섞이지 않고 각자 따로 놀다가도 대표의 단호한 붓 터치 한 번에 사각 프레임 속 하나의 완결적인 구성을 이루었다.> 강렬한 추상화를 이렇게 폭력적인 느낌으로 활용하다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상사를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지금 단호한 붓터치를 놀리고 계시는군.... ㅎ
이 부분 숨막히게 읽었네요. 제가 2호선 타고 강남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 특히, '가로막은 그들을 처벌하는게 아니라, 누구든 간에 형벌 도구가 살갗을 죄는 순간에 몰입한다.' 이 문장 날카롭네요.
네, 역시 지옥같은 출퇴근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더 공감이 갔을 테죠. 저도..... 수년 째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으로서, 매우 공감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우리가 부정할 수 없었던 타인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이 소설에서는 <형벌 도구>를 상상하는 인간의 너무나 당연한, 잔혹한 상상력으로 보여 준 것 같아, 시원하면서도, 순간 씁쓸했습니다.
당신 하나로 끝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 하나로 끝난다는 착각에 빠진 것처럼 구는군요. 왜 스스로가 모두와 연관 없는 혼자라고 여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거야말로 여러가지로 아이러니 입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늘 혼자였는데, 갑자기 혼자가 아니라니요. 코로나 팬데믹과 연결을 지어도 당시에 우리 모두는 혼자여야만 했죠. 질병이 모두를 연결시키는 바람에 말이에요 ㅠㅠ
네!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렇게 직접적인 언어로 들으니까 그것 자체가 극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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