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물들의 이름이 없는 것에 대해서 작가님의 의도가 궁금했는데, 주인공이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특정함 내지는 특별함을 갖지 않길 원했다고 하신 것이 인상 깊었어요. 보통은 일부러라도 인물들을 특정시키기 위해 이름을 지어주는데 말이죠!
[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밍묭
소전서가
네, 특별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무명의 사람들을 더욱 상상하게 하고, 또 그 이야기가 인물보다 두드러져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호디에
저는 두 번째 서평 '『냉담』에 대한 네 가지 의혹'이 인상적입니다.
제가 『냉담』을 읽었던 방식이 끊임없는 물음표 찍기였습니다. 다들 말씀하다시피 수월하게 읽히는 소설이 아니고 인칭이나 소재들의 상징성이 크다보니 읽는 제 스 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이해가 녹록치 않았거든요. 이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리뷰다보니 반가운 마음이 우선 들었고요, 2부에서 수삼목(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컸었습니다. 이 부분을 '의혹3'에서 제시를 해주고 있는데, '소설 속 소설 속의 소설이다(p85)'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작가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들이 있어서 '소설'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두 번에 걸친 소설 속 소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리뷰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소전서가
이 소설에 대해 독자가 받을 인상을, 자신의 첫 인상을 바탕으로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자 하는,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들어 있는 듯하여 저 도 좋아합니다. 작품 속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룬 점도 좋았습니다.
실비향기
사실 저는 편집자와 작가와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왜냐하면 편집자님과 저의 공통된 시선이 튀어나왔거든요! 지난주에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 생각났다고 적었었는데, 마침 p.61에 이미 편집자님이 그 작품을 언급하셧었더라구요. 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된 것이라 매우 기뻤습니다!
소전서가
아하, 그러셨군요. 찍콩!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버m
저도 재현에 기반하는 서사와 그것을 거부하는 환상적 텍스트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은 글로 읽어서 이 부분이 와닿았어요!
층계참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래와 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의 이미지도요.
하나가 다른 쪽을 지배하는 것이 질서로 여겨지기 쉽지만, <냉담>은 자기 배반적 면모를 드러냄으로써 모두 부수고 다시 쌓는 것 같아요.
도서관이 완전히 분쇄된 이후에야 그는 인쇄된 활자와 만나고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던 죽음이 찾아와 그는 해방되는 것처럼요. (여기서 그가 3인칭 '타자'라는 것도 의미가 깊습니다.)
소전서가
읽을수록 <층계참>은 이 소설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무언가를 나누죠. 현실(재현)과 비현실(환상)을 나누고, 위와 아래를 나누고, 내려가는 행위를 부각해주고요, 주류와 비주류, 음과 양의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 주는 것 같구요,... 가장 크게는 공동체와 개인의 갈등이 부닫히는 경계의 장소이기도 하고... 다시 읽으면 더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전서가
3-2. 어떤 소설이 고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슝슝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의 사람이 읽어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어서 본의 아니게 망자 덕질을 하고 있는데요. ^^;; 카프카나 안톤 체호프 등 타계한 지 100주기, 120주기 되는 작가들의 소설이 아직도 읽히고, 현재의 제가 읽어도 가슴에 울림을 주는 건 시대를 초월한 공감이 형성되어 독자들에게 효용을 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해외 문학을 읽다 보면 원문은 어떻게 표현됐을까 생각하는데요, 김갑용 작가님의 <냉담>도 잘 번역되어 세계에서 읽히는 소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염병 시대의 소설이 카뮈의 <페스트>가 아니라 김갑용의 <냉담>으로 거론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면서요. ^^ (근데 작가님 특유의 문체와 어조를 잘 살려서 번역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외국어로는 살릴 수 없는 한국어만의 맛이 있거든요 )
소전서가
멋지게 생각을 정리해주셨네요. <독자들에게 효용>이라는 단어에서 좀 멈칫하게 되네요. 저희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슝슝님에게는, 구체적으로 문학에서 어떤 효용을 느끼셨을까요? 그리고 해주신 말씀, 너무 과찬이라서^^ 듣고 있기가... 너무... 기쁩니다.ㅋㅋㅋ 해외 독자들에도 가닿을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보겠습니다.
슝슝
화두를 던져 주셔서 계속 생각해 봤습니다. 그믐에서의 모임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 이만 갈무리하는 게 좋겠다 싶어 의견을 개진해 봅니다.
<냉담>은 단순히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이 아닙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느꼈던 인간의 다중 심리를 묘사하며 독자의 폐부를 찌릅니다. 정곡을 찌른다는 말로는 부족한 이유는 독자의 감정선을 시릴 정도로 냉혹하게 후벼파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 팬데믹에서 엔데믹 시기로 넘어가며, 시간의 경과와 함께 묵혀뒀던(덮어버린) 감정을 끄집어내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그 시대, 그 순간으로 바로 데려다 놓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작가가 독자를 괴롭히려는 의도로 저술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니 너도 느껴 봐’가 아니라, ‘나는 이러한 애환과 비통함을 느꼈는데 너도 혹시 그러진 않았니(너만 힘들진 않았어)’라고 애써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 속에 위로를 건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마냥 불친절하고 비극적인 소설처럼 보이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드러냄에 있어 문학적 표현에 수사를 더했을 뿐입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로 정의될 만큼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겪었고 좌절하며 패배감에 젖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힘드니까 잊고 싶었을 뿐 그렇다고 없는 사실이 되진 않는데, 이걸 <냉담>이 기록문학으로 남긴 셈이라고 봅니다. 온갖 통계 수치를 보며 펜데믹 시기를 반추할 수 있지만, 그건 사회과학적 의미만 있을 뿐 그 시대 사람들의 심리상까지 반영하진 못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냉담>은 톡톡히 꼬집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의 고전>으로서 수 년, 수십 년이 흘러 후대의 독자가 읽었을 때, COVID-19이 2020년대 초반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가장 적확하게 알 수 있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첨언하자면 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카뮈의 <페스트>가 떠올라 다시 읽어봤습니다. 전례없는 바이러스 위기 속에 가장 유사한 상황을 그려낸 문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어떠한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모르는데 그럴 때 <냉담>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 ^^
소전서가
와 슝슝님은 정말 멋진 서평을 쓰시는 분이군요. 많은 분들이 이 서평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게요, 코로나 블루 라는 말이 모두의 입에 오르내렸죠. 그러나 그 한 단어로만 표현하기엔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이었습니다. 슝슝님의 말처럼 이 작품이, 후대의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같이 읽어주시고, 늘 생각을 잘 정리하여 공유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밍묭
저는 고전이란 것이 오랜 세월을 견뎌 살아남은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곱씹힐 작품이라면 그게 바로 고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소전서가
제가 생각하는 고전의 가능성은... 제 자녀 세대, 제 손자 세대에도 읽어 보라고 권하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제 자녀와 손자들이... 그 이야기를 알고 같이 고민하고, 소설에 대해서 둘러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네요. ^^ 두고두고 곱씹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담는결
책의 초반부에서는 '이게 무슨 뜻이지?', '갑자기?' 등의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거리감을 느끼게 되면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혹은 두,세번 읽고 난 후에는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고전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미래에는 그런 일이 없겠지 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만 씁쓸하게도 현재 살고 있는 시대에서 이미 일어나버린 상황들...
소전서가
담는결 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가 읽었던 모든 고전 소설들은 처음에... 낯설고 어려운 감정들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 만나게 되는 인물과 이야기들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았습니다.^^
Henry
고전, 그러니까 클래식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되 독특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내는 것이다 싶습니다.
호디에
시대성, 보편성, 창의성 등 여러 요소들을 아우른 소설이 고전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상과 삶의 고찰을 꼽습니다. 그리고 위의 요소들을 한때 유행하는 방식으로서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술한 작품들이 고전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전서가
세상과 삶의 고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술한 작품, 호디에 님은 그런 작품 많이 만나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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