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P.203-212 한 선생님은 그에게 왜 쓰는 것을 바랬을까, 왜 그를 수삼목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 걸까. 쓴다는 것은 그에게 어떤 감정을 들게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죽은 아버지의 속을 비워내고 원예기술을 이용해서 속을 식물로 채워서 피와 숨이 돌게했다던 장면이요. 끝까지 읽은 지금도 그 장면 무슨뜻인지 이해가 안돼요.
2부 자체가 사실 너무 어렵고 이해가 안됩니다. 오염 이후의 장면들은 눈먼사람들의도시를 읽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등장인물들이 모두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 때문에 힘든것도 같아요
이 그믐의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렵고 이해가 안 갔던 지점을 넘어선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이 읽기가 힘들었던 것은, 많은 장면들이 너무 간절하게 저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입니다. 힘들었다는 것보다는, 음, <진도가 안 나갔다>는 표현이 좋을지도. 한 장면씩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제가 대충 넘어 온 곳이 있나 하면서 자꾸 되돌아 갔어요. 주말을 냉담 완독에 보내고 어제부터 게시판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하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질문으로 생각할꺼리를 주셔서 책을 더 정성껏 읽을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님께 감사합니다.
그믐 책 모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독자분들과 자세한 감상과 질문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어려운 질문에도 같이 고민해주시고 생각해주시고 그 내용을 나눠주셔서, 기쁩니다. 저도 이번 3주간이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3. <그녀>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본인만의 해석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그녀가 무엇이었는지는 정말 감이 안오지만, 이 부분을 접했을 때 2-1 질문에 했던 답변이 떠올랐어요. 주인공이 경외하는 무언가 같기는 해요.
아~ 그렇군요. 발췌해주신 부분과 함께 생각해 보게 되네요. <원예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아버지 속 장기들을 긁어 내고 대신 다른 걸로 채웠다. 무엇으로? 그의 물음에 여동생이 야무지게 대답했다. 아버지 속에서 식물을 키운다고.> 그토록 미워하는, 정신적인 시체나 다름없는 아버지의 내부가 식물로 채워지는 장면. (이 부분 저는 인상적이면서도 좀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아서 제 뇌리에 계속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이 죽은 시대의 도서관에 거대하게 자리잡은 나무가 등장하고. 밍묭님의 발췌문과 함께 보니 그 대비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네요. 죽음과 반대되는 개념 같기도 하고, 절망에서 싹틀 수 있는 희망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하필 그 나무는 거대하고요. 경외하는 무언가, 추구하는 무언가인 것처럼요. 네. 언젠가 작가에게 근본적으로 <식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습니다. 왜 하필 식물이었을까요.
그녀=죽음 아닐까요? 마치 뮤지컬 <엘리자벳>에 등장하는 '죽음'이라는 캐릭터처럼요. '그'의 곁을 지키고 늘 가까이 있고 머릿속을 장악하던 죽음이 <그녀>로 형상화된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요. 그녀는 어느 방면으로 바라봐도 명쾌히 설명되기에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데, 죽음 또한 항상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찾아오는 무엇이죠!
끝까지 읽어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느낌으로 <그녀>는 '알 수 없는 것'을 뭉퉁그린 어떤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기심도 가다가 피하고도 싶다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난제가 그녀인 듯해요. 독자들이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요. 저는 그런 고민이 들기도 했지요. 그녀를 실체로 대해야 할지, 어떤 허상으로 대해야할지요.
<그녀>는 각각의 개인이 '사로잡힌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특정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사람 뿐만이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정확한 발견이에요. 나와 너, 그에게만 나무가 그녀로 비치고 다른 이들에게는 또 다른 대상으로 비칠 수도 있지요. 정말 이 나무는 모두에게 다른 감상을 주는 하나의 '작품' 같아요.
모든 독서를 끝낸 뒤에야 제가 본 그녀는, 명작(혹은 고전)을 쓰겠다는 희망이거나 의지로 보입니다. '최초의 전거'와도 같은 맥락 아닐까요.
네 그녀를 그렇게 생각하고, 첫 장부터 읽으면 완전히 다른 소설이 될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그녀를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4. <도서관>을 배경으로 벌어진 일 중에 가장 새롭거나 좋았던, 또는 의문이었던 장면을 공유해 주세요.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도 들려주세요.
도서관 한 가운데에 심어진 나무가 신기했고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나무를 보며 "그녀"를 부르는 주인공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ㅠㅠ
실제로 보고싶은 마음! 저도 그랬어요! 너무 이미지적이고 환상적이죠! 멋졌습니다. 주인공이 처음 마주했을 때 바로 <그녀>라고 부르지 않아요. 도서관 사람들이 <그녀>라고 부르기 때문에 놀랐죠. 그 다음부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녀>로 인식합니다. 더이상 개인적인 <나만의 그녀>가 아니었던 것, 이라고 생각해요. 좀 전에 <경외하는 무언가>라고 말씀해 주신 그 지점요, 그 부분을 계속해서 인식하면서 읽어나가 보시면, 밍묭 님만의 더 좋은 해석을 이르실 것 같아요. 궁금해요. 꼭 공유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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