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과 굴>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골과 굴>에서 <나>가 쓴 글 중 아래 부분을 보며 <나>도 <너>도 모두 <그>(주인공)의 분열된 자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75쪽] 나는 문을 연다. 거기에는 내가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짐이 있다. (중략) 온갖 약으로 가득 찬 약통. 나의 유서.
그리고 아래 구절에서는 65쪽에 나온 장면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을 읽으며 어쩌면 65쪽 이후부터 아래 구절까지의 내용이 주인공의 긴 꿈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276쪽] 매트리스와 벽 사이 틈으로 손을 비집어 넣자 달달 떠는 핸드폰이 붙잡혔다.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이미 몸이 알았다. (중략) 그녀가 전화를 받자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 토하듯이 통곡했다.
<숲으로>의 아래 구절을 보면서는 이 모두가 꿈이었거나, 혹은 주인공의 환상(?망상?)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289쪽] 그는 안간힘을 다해 생각했다. 이 모든 건 내가 지어낸 거야.
[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겨울매미
소전서가
아주 인상적인 구절들을 짚어주셨어요. 화자 자신이 소설을 통해 분열된 스스로와 세계를 인식하는 듯하죠! 소설이 스스로의 작위를 의식하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일 수도 있겠어요.
담는결
[골과 굴]에서 그는 인쇄된 활자를 읽게 되고 [숲으로]에서 그녀를 만납니다. 이 과정이 서서히 그가 죽어가는 과정을 다루면서도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느껴지기도 했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녀를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묘사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전서가
저는 <골과 굴>의 하다 만 이야기와 <숲으로>의 그녀와의 재회를 연결시켜 바라볼 생각을 못했는데 정서적으로 연결해서 바라볼 여지가 있겠어요. 어쩌면 '나'의 이야기는 하다 만 것이 아니라 <숲으로>의 죽음으로 이어진 것일 수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전서가
2-7. 「도래한 미래」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에세이일까요? 소설일까요?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지 편안하게 감상을 공유해 주세요.
밍묭
저는 당연히 소설이겠지 생각하고 읽었는데, 이 질문을 보니까 에세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