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벽의 틈새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2부에서는 <나>보다는 <그>에 대한 거리가 더 짧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2부 중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그>를 통해 <나>와 <너>를 마주한다는 느낌이 들어 결국 셋이 하나의 인격은 아니였을까 그저 분리해내고 싶은 그의 어떤 일부는 아니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술 방식이 오히려 읽는 동안 한 방향이 아닌 다각도에서 이야기를 보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참으로 욕심이 많은 걸지도 몰라요. 한 소설에서 한 가지 시선으로 만족을 못하니까요!
@소전서가 1부에서 그의 시점으로 전개된 이야기를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세계 속에서 그가 느끼는 혼란과 어지러움을 함께 느끼며 읽었습니다. 그래서 좀 울렁거리기도 했는데요. 2부에서는 그 울렁거림에서 빠져나와 주인공을 따라가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읽기에는 한결 수월해진 느낌이나 여전히 그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며 읽는 동안 편치만은 않았어요. 그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지만요.
1부와 2부의 분위기가 좀 다르지요! 영화 같다는 시선에 동의해요. <냉담>의 묘사는 좀 영화같이 시각적인 이미지를 내포한다는 생각. 저도 아무래도 주인공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기가 벅찬 지점이 있었어요. 작가님은 코로나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1부를 읽는데 울렁거렸다는 느낌, 저도 동의해요
사실 저도 조금... 현기증이..
'그'의 마음속, 머릿속에서 빠져나온 느낌입니다. 제가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으로 치자면 1인칭 시점의 게임을 하다가 3인칭 시점이 된 느낌이에요. 시야가 넓어지고,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달까요.
인칭의 변화로주어지는 시야를 잘 말씀해 주셨어요. 2부의 <그녀에게 이르다>에서도 화자가 자신을 대하는 거리감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나오죠. "원래 그는 자기 자신을 현미경으로 가까이 들여다보듯 대했는데, 요 근래는 스스로가 거리와 건물이 첩첩이 쌓인 도시 원경 끄트머리에 걸린 행인같이 멀찍하고 조그맣게 느껴져 언젠가 지평선을 흐릿하게 넘어가 사라지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었다." 2부가 1부보다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둘러볼 인칭이 필요했던 것일까요?
게임도 주변 풍경 그래픽을 신경써서 만들면 보여주고 싶어지듯이, 작가가 설계한 세상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1부는 현실 위에 덧씌워졌다면 2부는 작가만의 좀 더 본격적인 세계로 만들어졌다는 인상이 강하죠!
인칭변화를 통해 화자가 변경됨으로서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관점을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는 고정된 틀에서 보는 것이 아닌 전체의 스펙트럼을 넓히게 하는 효과가 있죠. 즉, 단면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아닌 복합적인 감정 전달이 이루어져 독자들로 하여금 신선하게 느껴지고 개방적인 묘사가 가능해 묵혀있는 응어리를 풀어지게 하는 환기의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6. 소설의 마지막 장이자 결말인 <숲으로>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들려주세요.
저는 전염병으로부터의 물리적, 심리적 해방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주인공의 무력함과 자포자기적인 심정도 언뜻 느껴지는 것 같았고요. 해석은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마지막 부분까지 다 읽으셨군요! 드디어 해방! 1부의 첫문장과도 연결될 수 있겠습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처럼 숲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전체라는 패러다임에 갖히는 영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체로 돌아간다. 공동체로 돌아간다, 전체라는 패러다임에 갇히는 영혼. 멋진 표현입니다. 그러나 전체라는 패러다임은 더욱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여기서 그녀와 주인공(그)의 행보는 달라지는데요, 왜 다른 행보를 선택하는 걸까요?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숲'은 나무들이 울창하고 개방된 곳이지만 마치 군중 속에 숨어들 수 있는 광장 같은 곳이죠. <그>는 문 밖으로 나가 '숲'으로 간 것으로 보이는데, 세상 밖으로 군중 속에 섞여들어간다는 걸 암시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완전히 녹아들 것 같진 않아요, 적당한 거리로 세상과 냉담자가 될 것 같습니다.
소리와 상관없이 그녀가 확실했다. 발소리가 현관문 앞에 멈춰 섰는데도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설레고 심장이 빨리 뛴 나머지 몸이 고장 난 것 같았다. 아직 문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음에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재회하여 온기를 나누고 다정하게 대화하면서 우러나오는 숨 멎을 듯한 기쁨을 이미 다 누린 기분이었다.
냉담 p277, 김갑용 지음
277쪽의 발췌한 문장만 읽어보면 희망적이지만, 이는 서술자인 '그'의 바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너'의 죽음과 '그'의 죽음에 대한 깨달음은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는데요, 고립과 외면의 대상인 이들이 죽음이라는 절망스러운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 저는 이 소설이 무척 비극적으로 읽혔습니다. 실제로 팬데믹 시기뿐 아니라 고독사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요.
아! 고독사로도 바라볼 수 있겠군요. 최근의 통계에서 30대의 40% 가까이가 자신의 고독사 가능성을 예상한다더라고요. 작가님의 나이도 30대니까 그 나이대의 전망이 무의식 중에 발현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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