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여전히 저는 이 소설의 제목이 왜 <냉담>일 수밖에 없는지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을 읽고 떠오른 저의 개인적 생각은, 냉담이라는 것이 저는 가장 두려운 것 같습니다. 내가 애정을 가지게 된 어떤 존재로부터 냉소도 아니고 냉랭도 아닌(그런 것은 부정적이지만 그래도 감정이 섞인 반응이니까요), <냉담>한 무관심과 무감각을 당하는 것만큼 괴롭고 슬픈 일은 없더라구요. 우리는 어떤 존재들에게는, 어떤 집단에는 냉담하겠죠. 이 책에서 말하는 냉담이 무엇이고 내가 생각하는 냉담에 어떤 반응과 영향을 주는지, 좀 더 구체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 주에 그런 이야기들을 더 나눴으면 해요.
[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소전서가
라아비현
이책은 팬더믹 시기를 다루고 있고 그 시기에는 다들 말도 잘 하지 않았고 또 거리를 두고 있기에 다들 관심이 없어서 소설제목을 냉담이라고 지었지 않았는가 생각이 드네요
소전서가
라아비현님 말씀대로 그때 사회와 개인의 모든 분위기를 지칭하는 한 단어이자 문제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어요.
호디에
냉담의 사전적 의미는 '태도나 마음씨가 동정심 없이 차가움' 혹은 '어떤 대상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음' 입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냉담이 의미하는 바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연민이 부재한 세태를 말하고자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통해 이를 말하고 있지만, 기실 현대 사회는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이미 유대와 연대를 점점 더 상실해가고 있음을 얘기한다고 읽혔습니다.
소전서가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냉담>은 펜데믹 이전에도 있었으나 펜데믹이라는 극단적인 전제를 통하여 분명하게 대두된 한 현상 아닐까요?
위버m
1부는 관계, 2부는 책에 대한 냉담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런 제목이 붙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더불어 한자는 다르지만 필담(筆談)이 연상되기도 해요. 말로 통하지 않기에 글을 써서 대화하는 것처럼, 이 시대에 걸맞는 화법을 고민한 것 같아요. 그저 차가운 것이 아니라 세태나 정념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자세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요. (아파테이아, 아타락시아 같은 ㅎㅎ)
그리고 냉담가계라는 말이 있잖아요. "경전이란 원래 맹물처럼 서늘하고 담담한 것이니 거듭 곱씹어 읽어야 한다" 경전의 자리에 고전을 놓아도 무리가 없고 내일의 고전인 <냉담>도 그렇게 읽어야 하는 책 아닐까요.
소전서가
내일의 고전을 준비하고 지향하는 소전서가의 입장에서 위버m님이 언급한 "냉담가계"는 정말 반가운 사자성어예요. 맞는 말씀이에요. 반대로 너무 쉽게 뜨거워지고, 너무 쉽게 다가설 수 있다면, 그만큼 쉽게 식고 쉽게 멀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비록 냉담하지만 더 오래 지속되고 지향할 수 있다면!
호디에
글타래가 잘못 되어 옮겼습니다.
담는결
P.244 "많은 이들이, 사건의 발생보다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인지, 자기가 이해 가능한 과정과 순서로 발생했는지를 더 중요시 해. 사건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데 말이야."라는 <나>의 말에서 책의 제목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같은 것을 바라 보고 있지만 각각의 전혀 다른 생각들로 인해 본질은 잊혀지게 되는..
소전서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본질적인 이해보다 나의 개인적인 기대와 확인에 더 무게를 싣게 되는 것 같아요.
김정환
코로나 시기 차까운 기계에 가까운 대답을 대화를 하는 인간들을 풍자한 거인 듯 싶습니다.
소전서가
코로나 시기는 말씀처럼 사람들이 차갑지 않게 대화하기 힘들었던 때기도 하지요. 병이 옮는 주요한 수단이 비말이니 공공장소에서는 대화를 함구해야 했고요. 소설과 시기를 소통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겠어요!
황씨
코로나로 의심하고 거리를 두고 비대면이 만들어낸게 아닌가 싶어요
소전서가
<냉담>은 어쩌면 코로나 시기에 대두된 '거리 두기'일까요?
위버m
소전서가
^^ 책갈피가 자기와 어울리는 구절을 찾았군요!
하뭇
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아요.
코로나 시기의 엄혹함과 암울함을 모두 겪어왔는데도, 그게 불과 몇 년 전인데도, 까마 득하게 느껴지네요.
그래, 이럴 때가 있었지... 이런 느낌.
요며칠 다시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보이고, 제가 일하는 직장에서도 확진자가 한 명 나왔다는 얘길 전해들었는데, 전과 같은 위기감은 안 생겨요.
소전서가
그동안의 다른 전염병 시기처럼(2000년대에도 코로나보다는 짧았지만 참 여러 번이었어요) 코로나 역시 잊혀지는 걸까요!
siouxsie
격이 낮은 일일수록 열정과 정성을 배로 요구한다.
『냉담』 55p, 김갑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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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123p 완전 엽기인데 속이 시원한 장면 나오네요!! 혼자 빵 터졌습니다. 코로나 걸린 몸으로 이렇게 맛깔나는 복수를 하다니
"욕설을 퍼붓고 입을 맞추어 댔다. 너 같은 천둥벌거숭이는 망신은 수도 없이 당해 봤어도 진정으로 혼쭐난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형과 매형이 네가 친 사고를 다 수습하니 인생에 불행이나 근심은 한 번도 없었겠지. 내가 네 버르장머리를 뜯어 고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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