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참 이상하죠. 분명히 전염병의 시대가 우리가 실제로 지나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상의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그 시간이 너무 길고 비참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멀리 두고 잊혀진 듯 살아가고 싶었나봐요.
네. 만일 이 소설이 우리가 겪었던 모든 상황을 다큐멘터리처럼, 뉴스 보도처럼 일일이 자세하게 보여 줬다면, 오히려 저는 읽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정말 끝날 것 같지 않던 코시국이었죠. 사람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고요. 동선파악으로 한 사람의 행적이 그대로 노출됐고 전파자인 경우 마녀사냥도 서슴치 않았고요. 소설 속 장면을 통해 지난 과거를 떠올렸어요. 닭살이 돋듯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돋아나더라고요. 음울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신 것 같아요
네, 정말 다시는 상기하고싶지 않았던 순간들이었지만. 소설로서 맞이하니, 다시금 그때를 회상하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술 장르인 소설로이니 다시 볼 수 있었지, 다큐멘터리나 리포트였다면, 뉴스였다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잊고 있던 코시국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돌아보니 집단적인 불안감과 공포로 인해 초기 감염자에 대한 지나치리만큼의 경계를 했었던게 생각납니다. 그때는 어쩔수 없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문장으로 읽으니 마음이 서늘해진달까요...!
코시국! 삼 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는데 정말로 너무 빠르게 잊혔어요! 어쩔 수 없고 당연한 건 없는데, 전염병을 통해 어쩌면 우리가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가 빠르게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그땐 그랬지 하고 얘기하는데,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인지 벌써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같아요. 책 보면서 맞아! 그랬었지 하고 읽고 있어요^^
맞아요. 저도 다시금 돌아보면, 마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서로 다른 인물인 것 같아요. ^^
'벽의 틈새'가 이런 내용일지 몰랐어요. 전 운좋게도? 너도나도 걸렸을 무렵에 걸려서 그냥 집에 있었습니다. 격리소 얘기는 도시전설처럼 들었는데, 작가님이 직접 겪으신 것처럼 사실감 있게 쓰셔서 이랬었구나하며 읽었습니다.벌써 2년 정도 지나 거의 잊었지만, 저렇게 다시 살라고 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4. 소설의 어느 곳에도 고유 명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조차요. 이 이야기 속에 <이름>이 없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왜일까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로, 독자가 본인을 이야기에 대입하며 읽을 수 있게 작성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네, 나중에 작가에게 기회가 있으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밍묭 님께서 생각하신 바가 저도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한 이름이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이입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은 생생한 캐릭터를 위해 온갖 현실적인 이름이며 설정을 만들어 붙이잖아요. 그러나 오히려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만일 10년 뒤라면 더욱 낡게 느껴질 수도 있기도 하니까요. 이 소설은 그런 부자연스러운 장치들을 걷어내는 작가의 시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변 감사해요^^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소속만 있을 뿐 자기 정체성이 없는 존재니까 고유 명사 자체가 없는 걸로 판단됩니다.
네, 맞아요. 말씀하신대로 소속만 있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죠. 그러나, 왜 그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현실성 있고 자기 정체성 있는 캐릭터들이 더욱 매력있고, 읽기도 쉬운데 말이죠. 그런 소설이 익숙했던 저에게는, 한동안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을 만들었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이 없어서 굉장히 낯선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그런 의도를 갖고 특별히 명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춘수의 '꽃'의 한 구절처럼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소설 속으로 즉각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설마 작가님께서 주인공에게 이름을 지어주기 귀찮아서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ㅎㅎ (농담입니다)
< '이름'이 없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다>는 말이 멋집니다. 저도 슝슝님 생각대로 작가가 그런 의도를 어느정도 가졌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말은 즉, 이런 방식이 독자의 머릿속에서 다양한 모양을 이룰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겠어요. 갑작가께서는 편집자가 옆에서 귀찮은 일을 해주려고 하면(준이, 서연이 등등) .. 한사코 머리를 흔들었을 것 같아요 ㅋㅋ
(1-4)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마스크에 얼굴을 가린 채 통제와 단절 안에서 '불특정 다수'로 살아왔음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화자)이나 '그녀'의 이름이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유 명사가 없는 것 또한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의 '고립'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리고 화자는 꿈을 자주 꾸는데요, 그는 꿈속에서 온갖 일을 다 겪고, 가족을 비롯해 오래된 지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그날 마주쳤던 모르는 익명의 사람까지 등장하는데(비록 행복한 꿈이 아니더라도) 잠이 깬 현실에서 그는 가벼운 일상적인 인사를 주고받을 사람도 없이, 지독하게 외롭습니다. 또한 마스크 때문에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처음 본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 그의 모습, 역학 조사를 당하면서 자신의 동선 안에 '그녀'가 있기를 기대하는 등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 여러 부분들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굳이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밥, 혼영, 혼술 등 혼자하는 것이 점점 확대되고 SNS에서 활발한 개개인이 현실에서는 저마다 하나의 섬처럼 떠있는 듯한 사회 현상을, 소설에서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조바심 어린 갈망이 정체를 드러냈다. 그게 무엇이지를 밝혀내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갈망은 하나의 본질이었다. 아무도 거기에 이름 따위를, 예컨대 사랑이나 공포 같은 그럴듯한 개념을 갖다 붙이지 않았거나, 명칭이 있더라도 그 명명 속에 전연 속하지 않았을 뿐이다. 명명 없이도 갈망은 존재했다.
냉담 p92, 김갑용 지음
호디에 님, 반갑습니다. 익명과 고립을 연결지어 주셨네요. 공동체 안에서의 누군가 역시 결국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의 면면에 비추어 읽으셨군요. 혼밥, 혼술 같은 용어도 어떤 현상처럼, 콘텐츠화 또는 이미지화되어 있지만, 그 본질은 정말 <혼자>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혼밥을, 혼술을, 혼영을 합니다.
어쩌면 냉담을 읽고 있는 내가 누군가에게 말은 못하지만 소설의 등장하는 나, 그녀, 노인, 학생, 카페에 앉아있는 중년, 깨, 체, 남자의 딸 등의 입장이 적용될 수도 있고 펜데믹을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거쳐왔기 때문에 그 시기에 대해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오히려 고유 명사를 특정하지 않을 자유를 부여해 준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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