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로, 독자가 본인을 이야기에 대입하며 읽을 수 있게 작성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네, 나중에 작가에게 기회가 있으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밍묭 님께서 생각하신 바가 저도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한 이름이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이입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은 생생한 캐릭터를 위해 온갖 현실적인 이름이며 설정을 만들어 붙이잖아요. 그러나 오히려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만일 10년 뒤라면 더욱 낡게 느껴질 수도 있기도 하니까요. 이 소설은 그런 부자연스러운 장치들을 걷어내는 작가의 시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변 감사해요^^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소속만 있을 뿐 자기 정체성이 없는 존재니까 고유 명사 자체가 없는 걸로 판단됩니다.
네, 맞아요. 말씀하신대로 소속만 있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죠. 그러나, 왜 그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현실성 있고 자기 정체성 있는 캐릭터들이 더욱 매력있고, 읽기도 쉬운데 말이죠. 그런 소설이 익숙했던 저에게는, 한동안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을 만들었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이 없어서 굉장히 낯선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그런 의도를 갖고 특별히 명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춘수의 '꽃'의 한 구절처럼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소설 속으로 즉각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설마 작가님께서 주인공에게 이름을 지어주기 귀찮아서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ㅎㅎ (농담입니다)
< '이름'이 없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다>는 말이 멋집니다. 저도 슝슝님 생각대로 작가가 그런 의도를 어느정도 가졌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말은 즉, 이런 방식이 독자의 머릿속에서 다양한 모양을 이룰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겠어요. 갑작가께서는 편집자가 옆에서 귀찮은 일을 해주려고 하면(준이, 서연이 등등) .. 한사코 머리를 흔들었을 것 같아요 ㅋㅋ
(1-4)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마스크에 얼굴을 가린 채 통제와 단절 안에서 '불특정 다수'로 살아왔음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화자)이나 '그녀'의 이름이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유 명사가 없는 것 또한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의 '고립'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리고 화자는 꿈을 자주 꾸는데요, 그는 꿈속에서 온갖 일을 다 겪고, 가족을 비롯해 오래된 지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그날 마주쳤던 모르는 익명의 사람까지 등장하는데(비록 행복한 꿈이 아니더라도) 잠이 깬 현실에서 그는 가벼운 일상적인 인사를 주고받을 사람도 없이, 지독하게 외롭습니다. 또한 마스크 때문에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처음 본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 그의 모습, 역학 조사를 당하면서 자신의 동선 안에 '그녀'가 있기를 기대하는 등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 여러 부분들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굳이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밥, 혼영, 혼술 등 혼자하는 것이 점점 확대되고 SNS에서 활발한 개개인이 현실에서는 저마다 하나의 섬처럼 떠있는 듯한 사회 현상을, 소설에서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조바심 어린 갈망이 정체를 드러냈다. 그게 무엇이지를 밝혀내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갈망은 하나의 본질이었다. 아무도 거기에 이름 따위를, 예컨대 사랑이나 공포 같은 그럴듯한 개념을 갖다 붙이지 않았거나, 명칭이 있더라도 그 명명 속에 전연 속하지 않았을 뿐이다. 명명 없이도 갈망은 존재했다.
냉담 p92, 김갑용 지음
호디에 님, 반갑습니다. 익명과 고립을 연결지어 주셨네요. 공동체 안에서의 누군가 역시 결국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의 면면에 비추어 읽으셨군요. 혼밥, 혼술 같은 용어도 어떤 현상처럼, 콘텐츠화 또는 이미지화되어 있지만, 그 본질은 정말 <혼자>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혼밥을, 혼술을, 혼영을 합니다.
어쩌면 냉담을 읽고 있는 내가 누군가에게 말은 못하지만 소설의 등장하는 나, 그녀, 노인, 학생, 카페에 앉아있는 중년, 깨, 체, 남자의 딸 등의 입장이 적용될 수도 있고 펜데믹을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거쳐왔기 때문에 그 시기에 대해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오히려 고유 명사를 특정하지 않을 자유를 부여해 준 것 같기도 합니다.
아! 오히려 <자유>군요. 고유명사를 제한하는 이 방식은 실은 이렇게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네요.^^
이름이 주는 어떤 특정의 이미지조차 배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소설을 읽으며 무미, 무취, 무색... 이런 느낌들이 있거든요.
무색, 무미, 무취...... 아, 보드카의 특징인데. 그 특징은 술의 본질적 목적을 가장 잘 구현시킨다고! 그래서 완벽하게 아무것도 없는 것(!)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긴다네요. 이 소설도 그런 것일까? ㅋㅋ 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떤 한 사람으로 특정화하지 않고 대상을 확장시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읽는 입장에서는 누가 누군지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네요.ㅎ
이야기가 확장적이라는 것은, 포용성과도 연결이 되려나요? 저는 그런 고민도 하면서 읽었습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떠한 상징성을 가진다. 고유명사 역시 어떠한 사람이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담고 있다. 태도나 마음씨가 동정심 없이 차가움, 어떤 대상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음을 뜻하는 냉담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고유명사는 사치스러운 존재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이자 책을 집필한 작가 내면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고유명사의 존재는 불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아. 냉담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고유명사는 사치스러운 존재라니요. 찐 멋진 문장입니다. 또 팔뚝을 쓰다듬습니다(소름....)
@소전서가 그들은 '나'이고 '너'이고, 또 '우리'니까요. 내 옆에 있는 이일 수도 내가 증오해마지않는 이일 수도 있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해도 여전히 이것이 현실의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은 내 이야기기 때문입니다.
이날 님, 네 이 이야기가 환상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현실을 계속하여 확인하게끔 합니다. 리얼리즘 예술이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고유명사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고유명사를 넣게 되면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아요 그 고유명사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작가가 고유명사를 안 넣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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