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클럽-나와 해방을 위한 글쓰기

D-29
고명재 시인은, 사랑하면 세세하게 부서지는 거라고 했는데 사랑이고 뭐고 일하다가 부서지는 삶이란. 시인의 생각과 현실이 이다지도 다르다는 게 슬퍼요.
리얼리즘 문학 - 서사나 운문 - 이 대세이던 70, 80년에 젊은 날들을 보낸 저희는 어쩜 고시인이 가지고 있는 여리고 맑으며 섬세하고 말랑말랑한 감성이 되돌아갈 수 없는 유토피아 같이 부럽기도 합니다. 왜 우린 그렇게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무장하여 일렬대오로 거대 악과 싸워야했으며 그 과정의 투쟁과 행동만이 소중했고 젊음만이 가지는 신열과 치기, 그리고 방황과 순수를 쉽게 떠나 보내야 했는지 ...
@안심현인 글을 읽으니 갑자기 떠오르는 소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전 이 소설 얼마 전에야 읽었는데요. 시절과 방황이란 말을 들으니 바로 떠오르더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레전드 소설 ' 노르웨이 숲 ' , 어떻게 저도 인연이 되지 않아 지금껏 독서하지 못했네요. 대신 ' 해변의 카프카 ' 는 읽었습니다만, 이러한 소설류를 잘 접해보지 않아 스토리가 상당히 생경하고 난해했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가 구사하는 은유의 정교함에 대해 " 은유 능력을 서로 다른 두 이미지 사이에 점프력이라고 생각할 때, 하루키만큼 멀리 점프할 수 있는 일본 작가는 없다. " 라는 평과 즐겨 사용하는 모티프가 ' 연인이나 아내, 친구의 실종 ' 이라는 것 정도에 살짝 수긍을 ~
책상 뒤편에 자리한 창문 밖에서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들려옵니다. 찌르르 찌르르하니 왱왱왱왱하고 화답하는 것 같은데, 노래소리도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그러다가 소리가 들리지 않기도 합니다. 그들만의 아름다운 소리가 있는 것이겠지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문득 궁금해져 가만히 귀를 쫑긋하고 모아봅니다. 여러분이 지금 계신 곳에는 어떤 소리가 맴돌고 있나요?
저도 금방 매미 소리 들으며, 밴드 책방 일기를 올렸는데. 제가 쓴 글을 공유해요. ㅡ 비가 내립니다. 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죠.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런데 아마도 그냥, 12월까지 죽 내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종일 맑은 날을 본 게 꽤 오래된 일 같으니까요. 누에보 다리에서 만난 커플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그들이 아일랜드인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우리 가족이 내일 더블린으로 들어간다고 하자, 반기면서도 곧장 하늘을 가리키더군요. 날씨가 여기처럼 안 좋을 거라고. 그러나 그들은 그걸 우울하다 생각 않고 '그러려니' 한다고. 꽤 오랫동안 비를 보고, 빗소리를 듣고 있는 나는, 이 느낌이 싫지는 않지만 절대 '그러려니'는 못하겠어요. 어서 이 비가 그치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아이들이 첨벙첨벙 물방울을 튕기고, 마른 구장에서 어른들이 폭포수 같은 땀을 흘리며 축구를 하고, 무엇보다 한창 울고 있는 매미들의 소리가 빗소리에 묻히지 않기를 바라요. 7년을 기다렸다가 나 여기 있소 외칠, 고작 1달밖에 살지 못할 그것에게 그 시간 동안만은 그의 소리가 온 산하의 소리일 수 있도록, 이제는 이 비가 멎기를 바라요.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동시필사 아이들이 올 시간입니다. 세 명인데요.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 오는 풍경을 상상하며 저는, 밥 먹으러 가요.
저는 이런 글을 쓰면서 매미와 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릴레이 글도 보고 싶군요.
산 날이 꽤 많아지니 여기저기 잔고장이 나서 가벼운 병원 두군데를 순례 후 귀가하여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오르한 파묵의 ' 이스탄불 ' 을 펼쳐놓고 밀린 톡의 답을 하고 있는, 습기로 끈적끈적한 늦은 오후입니다.
이틀 전 오후에는 하릴없는 노인네 네명이 율하의 ' 책방아이 ' 를 급습했는데 바쁜 송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살짝 의아했으나 좋기도 했습니다.
이 노인들은 격동의 70년대 말, 80년대 초에 걸쳐 지역에서 활동하던 문학동인 " 예각 " 의 멤버들이었는데, 모처럼 모여 맨발걷기를 즐기고 점심을 나눈 후 근처에 있는 책방아이에 들리는 길이었습니다.
담주에 예정된 장강명 북콘 소식을 듣고 중견인 김용락시인은 참가 신청 후 KBS윤지상극작가와 함께 장작가의 소설책을 구입했습니다. 오승건시인도 북콘 참가 신청을 했고요. 예외로 젊은 작가의 강연에 이렇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의아스럽기도 했습니다. 물론 장작가의 소설을 10권 이상 읽은 저의 해맑은 " 야부리 " - 재수사,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등 넘 잘 썼더라 - 가 사전에 있었지만 이들도 장작가가 언론매체 출신답게 팩트를 기초로한 문학적 상상력을 빠르고 흥미롭게 전개하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로써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율하의 젊은 맘들과 어린 새싹들 뿐만 아니라 70을 바라보는 장년층에서도 책방아이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는 사실이, 그 지평을 건강하게 확산하는 모습으로 다가와서 맘이 편해지는 시간입니다. ^^
북토크는 다음주 화요일로 다가왔는데 기대가 큽니다. 질문 많이 준비해 주시면 좋지요. 작은 책방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아무쪼록 그늘진 곳을 비추는 한 줌의 햇살이거나, 그 햇살을 머금은 미소로 피어나길 바라요.
부산은 비가 그쳤지만 잔뜩 흐립니다 어디 중부지방 비 많이 온다는 소식 들으며 전국이 젖고 있구나 해요 작년 이맘땐 상주에서 모든걸 쓸어가는 큰비에 노심초사 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여기까지왔네요 세월 빠르다 싶고 지난하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문득 질문 해방을 위한 글쓰기는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일까요? 각자 다르겠죠?
저는..... 몰의미로 부터의 해방? 있었는지도 모르게 지나치거나 사라지는 생의 어떤 감각들을 잡아 두는 것?
지나칠지도 모를 생의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새날이 밝았습니다. 해가 중천에 떴으니 이미 너무 밝아버린 세계로군요. 다들 부서지지 않고 잘 계신지요. 오늘까지 고명재 시인의 산문집 마지막 글쓰기로 나누고 내일부터는 새 책으로 갈까 해요.
고명재 시인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올 것이 있다. 비와 눈은 오는 것, 기다리는 것, 꿈의 속성은 비와 눈처럼 녹는다는 것, 비와 눈과 사람은 사라지는 것, 그렇게 사라지며 강하게 남아 있는 것, 남아서 쓰는 것, 가슴을 쏟는 것, 열고 사는 것, 무력하지만 무력한 채로 향기로운 것, 그렇게 행과 행 사이를 날아가는 것. "
고명재 산문집이 당장 곁에 없어 인용하지 못해 아쉽네요. 아름다운 문장들이 참 많은데
고명재 산문집이 곁에 없어 아쉽게도 인용을 못하겠네요 아름다운 문장이 참 많아서 작가가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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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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