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책방에 들어와 책을 고르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독서일기클럽-나와 해방을 위한 글쓰기
D-29
체의시가
안심현인
책을 손에서 놓는다면 죽은 것과 다름없지요. 죽을 때까지 끊임없는 자기 성찰만이 인간을 동물과 차별되게 하지요.
노논
이승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체의시가
맛있게 점심을 먹고 시를 한편 타이핑해봅니다. 이름하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체의시가
가난한 내가
아른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을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을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체의시가
다들 맛점 하시고 좋아하는 백석의 시가 있다면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심현인
넵, 백석의 시집을 살펴 좋은 시를 올려 볼게요. 아울러 이용악 시도 골라볼게요. ^^
안심현인
백석의 시 ' 여승 ' 과
계속 비가 오니 비에 대한 시 두 편도 올리겠습니다.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웠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을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체의시가
이 시 처음 봤을 때 너무 슬펐어요.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ㅜㅜ 간혹 여승을 보면 이 시를 떠올리게 됩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안심현인
비
아카시아들일 언제 흰 두레방석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산비
산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닌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켠을 본다
체의시가
비를 어찌 이렇게 쓸 수 있을까요!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켠을 본다
문득 궁금해지네요. 저의 시 읽기는 여기서 멈춰 있는데 요즘 시인들의 좋은 시를 보고 싶어져요
안심현인
백석의 생애를 그린 김연수의 소설 ' 일곱 해의 마지막 ' 을 올려 주셔서 오래 잊었던 백석을 떠올리고 그의 시 몇 편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희의 학창 시절엔 월북 시인들의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상황이라 겨우 시인의 존재만 알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백석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 시인들이 말하는 가장 뛰어난 시인 "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