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들판에서 드문드문 타오르는 저 불빛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인간의 대지』 007,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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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동정 없는 세상, 자신밖에 모르는 세상, AI가 득세하는 세상에 고전이 주는 울림은 크구나.
우리는 서로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빛과 불빛이 만날 수 있을까?
점이 선이 될 수 있을까?
네가 나에게 다가오고 내가 너에게 다가가고
그리하여
우리가 손을 맞잡고
서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박소해
<인간의 대지>를 읽으면 읽을수록 생떽쥐페리가 이 소설을 쓰면서 <어린 왕자>를 내면에 잉태했구나란 생각이 든다. <인간의 대지>가 있었기에 <어린 왕자>가 나올 수 있었다.
박소해
“ 우리는 떠돌이 행성에 살고 있다. 비행기 덕분에 이 행성은 가끔 우리에게 자신의 기원을 드러낸다. 연못이 자신과 달 사이의 숨겨진 혈연관계를 보여주듯이. 그런데 나는 이런 숨겨진 관계에 대한 다른 표식은 본 적이 있다. ”
『인간의 대지』 97페이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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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 잠에서 깨었을 때, 오로지 밤하늘만 눈에 들어왔다. 십자로 팔짱을 끼고 별들의 양식장을 마주한 채 언덕 꼭대기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심연과 나 사이에 몸을 지탱할 나무뿌리도 지붕도 나뭇가지도 하나 없었기에, 나는 끈에서 풀려나 마음껏 떨어져 내리는 잠수부처럼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현기증에 사로잡혔다. ”
『인간의 대지』 103페이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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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 하지만 나는 조금도 떨어져 내리지 않았다. 목덜미부터 발뒤꿈치까지 대지에 묶여 있었으니까. 대지에 나의 무게를 내맡긴다는 데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중력이 마치 사랑처럼 지상 최고의 가치로 다가왔다. ”
『인간의 대지』 103페이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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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 대지가 내 허리를 떠받치고 나를 들어 올려 밤의 우주 속으로 데려간다고 느꼈다. 마차가 급회전을 할 때 밀려나가는 힘과 비슷한 힘으로 내가 지구에 달라붙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멋지게 떠받쳐주는 힘, 그 견고함과 안정감을 맛보면서, 내가 타고 있는 배의 갑판이 이루는 곡선을 몸 아래로 느꼈다. ”
『인간의 대지』 103페이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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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 내가 실려 가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의식했기에 자재들이 힘겹게 다시 끼워 맞추어지며 내는 탄식과 오래된 범선이 기울어지며 내는 신음, 거룻배가 역풍을 받으며 내는 날카롭고 긴 비명이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온다 해도 놀랍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는 침묵만 이어졌다. 그래도 일정하고 조화롭게 밀어붙이는 그 힘이 내 어깨에 계속 작용하고 있었다. 납덩이에 매달려 가라앉은 갤리선 도형수의 시신이 바다 밑바닥에 있듯 나는 진정 이 행성에 살고 있었다. ”
『인간의 대지』 103페이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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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모래와 별들 사이에서 벌거벗은 채 지나친 정적으로 인해 내 삶의 중심에서 멀어져 위협받고 있었다. 만일 그 어떤 비행기도 나를 찾아내지 못하고 무어인들이 나를 무참히 죽이지 않는다면, 삶의 중심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몇 날, 몇 주, 몇 달을 보내야 할 것이었다. 여기 있는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나는 오로지 감미로운 호흡만을 의식하면서 모래와 별들 사이에서 헤매다 죽을 운명에 불과했다... ”
『인간의 대지』 103페이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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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셍떽쥐베리가 사막에서 길을 잃었던 경험을 쓴 구절들이다. 알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동시에 대지의 자비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