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해 역시 많은 인기를 누린다. 죄에 대한 고백이 아니라 남자들이 자기에게 가한 고통에 대한 고백. 고통은 중요하지만, 오직 특정한 종류의 고통이어야 한다. 즉 남성의 고통이 아닌 여성의 고통이어야 한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나눔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런 식으로 나누고 싶지 않다. 게다가 나는 흉터가 충분하지도 않다. 나는 기득권의 삶을 살아왔다. 얻어맞거나 강간당하거나 굶주린 적도 없다. 물론 돈 문제가 있지만, 존 역시 나만큼이나 가난했다.
그것이 존의 모습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존에게 과분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내게 가한 모든 것에 대해 나는 복수했고, 어쩌면 더 심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존은 이제 세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그는 장거리 전화를 건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모소리는 전쟁 시의 방송처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패배와 오래된 슬픔이 묻은 애처로운 목소리. 그 오래된 슬픔을 남자들 대부분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든다.
그에게 자비를 갖 지 말라고 그 여자들은 말할 것이다. 나는 자비롭지 않지만, 연민을 느낀다. ”
『고양이 눈 2』 P.32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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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나는 철거된 학교에서 보도를 따라 걸어 나온다. 내가 항상 걷던 방향. 눈을 가리고도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길에서는 미움받는 느낌이 든다.
『고양이 눈 2』 P.38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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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커가면서 공간이 주는 영향을 많이 느낀다. 어떤 길에서는 미움 받는 느낌이 들지. 그치.
도리
“ 나는 코딜리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쪽으로 기운 입은 희미한 미소를 띠었고, 얼굴은 굳고 반항적이다. 동일한 수치심, 몸의 아픔, 나의 잘못됨, 어색함, 약함에 대한 동일한 깨달음이 몰려온다. 사랑받고자 하는 동일한 소망, 동일한 외로움, 동일한 두려움. 그러나 이러한 것은 더 이상 나 자신의 감정이 아니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그것은 코딜리어에게 속한 것이다.
이제 나는 더 나이 들고, 더 강하다. 더 오래 있으면 코딜리어는 얼어 죽고 말 것이다. 그녀는 잘못된 시간대에 혼자 뒤처질 것이다. 너무 늦을 뻔했다.
나는 코딜리어에게 팔을 뻗치고, 몸을 굽히고, 손을 펴 내게 무기가 없음을 보여 준다. 내가 말한다. "괜찮아, 이제 집에 가도 된단다." ”
『고양이 눈 2』 P.390-39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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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에 있었던 대사가 거의 끝에 있었구나. 뒤표지에서 이 대사를 먼저 보고 너무 좋아서 이 부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며 읽었다. 너무 좋다. 상담 교사 지인이 알려준 '투사'가 떠오르는데, 자기가 잘 아는 걸 더 미워한다고 그랬나? 아무튼 그래서 상대방의 어떤 면이 너무 싫으면 그 면이 자신한테 있을 확률이 높고 그래서 잘 알기 때문에 더 미워한다고 했었지. 독서모임 때도 이 언급이 나왔었다. 코딜리어와 일레인이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샴 쌍둥이, 이런 게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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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내가 돌아서자 코딜리어는 더 이상 그곳에 없다. 붉은 뺨에 모자를 쓰지 않은 중년 여자가 청바지와 두꺼운 흰 스웨터 차림으로 테리어 한 마리를 초록색 목줄에 묶어 데리고 내가 있는 쪽으로 언덕에서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그녀는 나를 스쳐 지나며 예의 바르고 무미건조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내가 봐야 할 것은 더 이상 없다. 다리는 그냥 다리고, 강은 강이며, 하늘은 하늘이다. 이제 이곳의 풍경은 텅 비었다. 일요일 달리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 아니, 빈 것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지 않을 때, 이곳은 그 자체로 가득 차 있다. ”
『고양이 눈 2』 P.39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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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간에 점철된 상처가 다 사라졌구나. 그 자체로 가득 차 있는 풍경이라니. 나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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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놀랄 정도로 근심 없어 보인다. 그들은 이 여행을 위해 돈을 모았고, 한 사람은 류머티즘이 있고 다른 사람은 다리가 퉁퉁 부었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들은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열세 살짜리처럼 거칠고 순수하고 더러우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책임감, 의무, 오래된 미움과 불만 같은 것은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이제 잠시 동안 그들은 다시 아이들처럼 놀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통 없이 놀 수 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이것이란다, 코딜 리어.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앞으로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두 늙은 여자는 차를 마시며 킥킥거린다. ”
『고양이 눈 2』 P.39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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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딜리어에게 팔을 뻗치고, 몸을 굽히고, 손을 펴 내게 무기가 없음을 보여 준다. 내가 말한다. "괜찮아, 이제 집에 가도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