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그림에 남자는 없지만 내용은 남자에 관한 것이다. 여자들을 추락하게 하는 그런 부류의 남자들. 나는 그들이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묘사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날씨 같은 존재다. 그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상대방을 흠뻑 젖게 만들거나 번개처럼 일격을 가한 후, 눈보라처럼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를 옮겨 간다. 또는 그들은 가장자리가 거친 날카롭고 미끄러운 일련의 바위들이다. 발걸음을 신중히 디디며 이 바위들 사이를 조심해서 걸을 수 있다. 미끄러지면 떨어져 다치게 된다. 그러나 바위를 원망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타락한 여자'라는 말도 이런 뜻일 것이다. 즉 타락한 여자는 남자 위에 추락해 상처를 입은 여자다. 그 단어는 아래로 향하는 행동을 암시한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일어나는, 그 어느 누구의 의지에 의한 것도 아닌 움직임. 타락한 여자는 '아래쪽으로 잡아당겨진 여자'도 아니고 '뒤에서 떠밀린 여자'도 아니며, 단순히 '떨어진' 여자다. 물론 이브와 타락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는 추락이나 타락에 대한 것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대부분의 동화처럼 먹는 것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다.
「추락하는 여자」에는 사고 때문인 것처럼 다리에서 떨어지는 세 여자가 그려져 있다. 치마는 바람 때문에 종처럼 펼쳐지고, 머리카락은 위쪽을 향하여 나부끼고 있다. 그들은 저 깊이, 아래쪽에 보이지 않게 누워 있는, 거칠고 어둡고 아무 의지 없는 남자들 위로 떨어진다. ”
『고양이 눈 2』 p.134-13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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