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딜리어 같은 거. 이거다. 이거. '그들에게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지나치게 공손하거나, 계산적이거나, 정도가 지나치게 행동'.
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2>도 혼자 읽어볼게요.
D-29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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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딜리어는 남자아이들에게 유도성 질문을 던지며, 어른들이 하듯이 그들을 대화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들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만의 침묵 속에 존재하도록 내버려 두고 곁눈질로만 살짝 훔쳐봐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코딜리어는 그들을 꾸밈없이, 정면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그녀의 눈초리에 눈이 부셔서 전조등에 비친 토끼들처럼 꼼짝 못하고 얼어 버린다. 그녀가 남자아이와 차 뒷좌석에 앉아 있을 때면,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헐떡이는 숨소리를 통해 그녀가 그 방면에서도 역시 도를 넘은 행동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애는 좀 이상해, 네 친구 말이야." 남자아이들은 내게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는 말하지 못한다. 나는 그녀가 남자 형제 없이 자매만 있어서라고 판단한다. 코딜리어는 남자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말을 주고받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남자들 침묵의 복잡함을, 그 미묘함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 ”
『고양이 눈 2』 p.9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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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 침묵의 복잡함과 미묘함을 배워야 하나 의문. 그들의 침묵은 권력이 아닌가.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가 거슬려서 나는 요즘 불쑥 질문하며 대화에 참전시킨다. 어떤 사안에 영향권에 있으면서 한발 빼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게 싫다. 그래도 나는 코딜리어처럼 이상하게 보여지진 않은 거 같은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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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코딜리어가 남자아이들이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녀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남자들이 아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과 대화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하나의 공연, 모방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남자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코딜리어의 웃음소리는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여성의 웃음처럼 세련되고 나직하다. 물론 자제심을 잃지 않는 한 말이다. 자제심을 잃게 되면 그녀의 웃음소리는 지나치게 커진다.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어떤 역할이나 영상을 모방하고 있다. ”
『고양이 눈 2』 p.93-9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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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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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정을 느끼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사실 나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말한다. "통탕통탕 통, 털썩." 코딜리어가 말한다. "아, 제발 그러지 마." 그녀의 목소리는 활기 없고 풀이 죽 었다. 농담이 아닌 것이다. 나는 한순간 의아해한다. 어떻게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렇게 야비하게 굴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정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말이다. ”
『고양이 눈 2』 p.9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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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인이 코딜리어처럼 그녀를 괴롭히게 하는 시초일까. 코딜리어도 이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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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우리는 더 나이가 들고, 가장 높은 13학년이 된다. 새로 들어오는 학생들, 한때의 우리처럼 아이에 불과한 그들을 업신여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양이 눈 2』 p.9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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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불문 학년제 특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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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포크를 휘두르며, 인류라는 종이 지나치게 번식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일들은 사람들이 과학의 기본적 가르침을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나게 될 것이다. 과학 대신 사람들은 정치와 종교와 전쟁에 열중하면서 서로를 죽일 광적인 이유들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과학은 그와 반대로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과학은 유일한 보편적 언어다. 그 언어는 숫자다. 결국 죽음과 쓰레기 더미에 빠진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이 혼돈을 정리하기 위해 과학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
『고양이 눈 2』 p.101-10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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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종교보다 굳건해져서 권위가 높아진 요즘이라 과학이 청렴결백하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지점에 반대한다고 생각해서 메모 했는데
과학 科學: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보편적인 물리 법칙 이런 거 생각하면 맞나..? 문외한이라서 모르겠다. 평소 일반적인 사람들이 과학으로 증명된 거라고 근거를 들면 바로 수긍되는 게 좀 싫은 거 같다. 뭔가 사람들이 과학은 완전하게 생각하는 그런 태도가 싫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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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촛불을 켜고 식사를 하는 날이다. 험상궃은 눈썹과 사나운 얼굴을 한 코딜리어의 아버지가 식탁 상석에 앉는다. 그리고 육중하고, 신랄하고, 위협적인 매력의 엄청난 힘으로 나를 압도한다. 그는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객하는가가 정확하고 중요하지,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코딜리어의 아버지는 슬픈 척하며 말한다. "나는 노파들한테 시달리고 있어. 여자들만 가득한 집에 유일한 남자라니. 아침에 면도하러 목욕탕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단다." 조소하는 듯한 태도로 그는 내 동정과 공모를 구한다. 그러나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
『고양이 눈 2』 p.10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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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 2 嘲笑 흉을 보듯이 빈정거리거나 업신여기는 일. 또는 그렇게 웃는 웃음.
공모 2 共謀 ‘공동 모의’를 줄여 이르는 말.
모의 5 謀議
1. 명사 어떤 일을 꾀하고 의논함.
2. 명사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그 실행 방법을 의논함. 또는 그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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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익숙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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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딜리어는 우리가 엎지른 물로 탁자에 낙서를 한다. "내가 파던 그 구덩이들 기억나?" 그녀가 묻는다.
"무슨 구덩이들?" 나는 되묻는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 집 뒤뜰에 있던 구덩이들 말이야. 어휴, 거기다 얼마나 구덩이를 만들고 싶던지. 하나 파기 시작했는데, 땅이 너무 딱딱했어. 바위가 가득 있더라고. 그래서 다른 데를 팠어. 방과 후에 계속해서 했어. 매일매일. 삽질을 하도 해서 손에 물집이 잡혔어."
코딜리어는 생각과 회상에 잠긴 듯한 미소를 짓는다.
"구덩이를 뭐에 쓰려고 했는데?" 나는 묻는다.
"안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있고 싶었어. 나 혼자서."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왜?"
"모르겠어. 나만의 어떤 장소를 갖고 싶었던 것 같아.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 어렸을 때 나는 앞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곤 했어. 가만히 앉아서 아무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켜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어."
"무엇으로부터 안전한데?" 내가 묻는다.
코딜리어가 말한다. "그냥 안전한 거.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빠에게 말썽을 많이 부렸던 것 같아. 아빠가 화를 낼 때 안전하게 피하려고. 아빠가 언제 화를 낼지 알수 없는 노릇이었거든. "그 아니꼬운 웃음 얼굴에서 당장 없애지 못하겠어." 아빠는 항상 그렇게 말했어. 나는 아빠에게 항상 반항하곤 했어." 그녀는 재떨이에서 연기를 내며 타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끈다." 나는 그 집으로 이사 가기가 싫었어. 퀸 메리 학교 아이들도, 줄넘기처럼 지루한 놀이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너를 제외하고는 좋은 친구들도 없었어."
코딜리어의 얼굴이 해체되었다가 다시 형성된다. 그 얼굴 아래에서 그녀의 아홉 살 때 얼굴이 형태를 갖추는 것이 보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마치 밖의 어둠 속에 서 있는데, 불 켜진 창문에서 차양이 갑자기 걷히며 그 안에서 진행되던 모든 일들이 선명하고 자세하게 드러난 느낌이다. 그러한 광경이 순간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사라진다.
마치 위험한 무엇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처럼 머리로 피가 몰려들고, 위장이 한꺼번에 수축된다. 도둑질하거나 거짓말하다 들킨 느낌, 나 몰래 내 험담을 하는 것을 엿들은 느낌이다. 그것과 같은 종류의 수치심, 죄책감, 공포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차가운 역겨움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거나 알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이곳, 화요일, 5월에, 서니사이드의 붉은색 탁자에 앉아, 코딜리어가 남은 밀크셰이크를 세련되게 빨대로 빨아들이는 것을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그녀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한다.
"나 또 하나 생각났어. 목욕을 하지 않은 병아리는 왜 길을 건넜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갔을까?" 내가 말한다.
"왜?" 코딜리어가 묻는다.
"왜냐하면 그 병아리는 더러운 반역자였거든." 나는 말한다.
코딜리어는 퍼디처럼 눈을 굴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 아주 웃긴다." 그녀가 말한다.
나는 눈을 감는다. 머릿속에 정방형 어두움과 자주색 꽃들이 떠오른다. ”
『고양이 눈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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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 2 遮陽 명사 햇볕을 가리거나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처마 끝에 덧붙이는 좁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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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모른 척 덮어두었던 일레인의 상처를 작동시키는 매개체.
<고양이 눈1>에서도 괴롭힘의 시작이 구덩이가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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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딜리어를 피하기 시작한다. 왜 그런지 나도 이유를 모른다.
『고양이 눈 2』 p.11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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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날에는 코딜리어가 나를 기다려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끊임없이 수다를 늘어놓고, 나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하긴 돌이켜 보면 나는 말을 많이 한 적이 별로 없었다. 한참 후 코딜리어는 지나치게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 얘기만 계속했네. 너는 어떻게 지내니?" 그러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별일 없어." 때로 그녀는 그것으로 농담을 삼는다. "그러면 나는 충분히 얘기를 했으니까,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봐." 그러면 나는 그 농담에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별 할 말 없어." ”
『고양이 눈 2』 p.111-11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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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딜리어는 마치 그 시절이 황금기였다는 듯이 회상한다. 아니, 그때가 지금보다는 더 나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더 많은 일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녀의 더 많은, 더 어두운 추억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 그리고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점잖게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 그녀는 가식적인 유쾌함의 가장자리에서 균형 잡기를 하고 있으며, 언제든 정반대 쪽인 눈물과 절망 속으로 고꾸라질 수 있는 노릇이다. 그녀가 그런 식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
『고양이 눈 2』 p.11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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