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사물의 표면 아래>를 함께 읽어요.

D-29
각각의 문화는 인간으로 존재하고 살아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이다. -'원주민을 대신할 새로운 단어'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202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예전엔 '인디언'이라는 단어가 왜 이상하다는 걸 몰랐을까요.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 부를 때. 그들은 '인도 사람'이 아니건만. 그런 의미에서 '원주민'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를 생각하니 원시와 문명의 대립이 무슨 뜻인지 알것 같습니다.
맞아요. '인도 사람'도 아닌 사람들을 인디언이라 부르고, 인도에 대해서는 나라도 아니라고 하고,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그런 웃기지도 않은 서구의 태도를 또 누군가는 추종하기도 하고요.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어머니 인도>와 <원주민을 대신할 새로운 언어>는 우리가 근시안을 갖고 있었음을 깨닫게 하지요.
9장 원주민이란 단어에 대한 작가의 비평이 예리합니다. 이래서 인류학자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느끼게해주는 챕터네요.
힌두교도가 신을 가장 잘 지각하는 것은 여러 감각 중에서도 눈을 통해서다. 이들은 "사원에 예배를 드리러 간다"보다는 "다르샤나darshana를 얻으러 간다"고 말한다. 꿰뚫어본다는 뜻이다. 신에 대한 다르샤나를 얻고 봉헌한 음식에 축성을, 신의 축복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185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다이애나 에크가 썼듯 힌두교도에게 죽음은 삶의 반대말이 아니라 탄생의 반대말이다. 삶의 연쇄에는 죽음의 연쇄가 들어 있다. 영적 자유와 해방의 열쇠는 지혜다. 깊은 자기이해라는 이 깨달음의 지혜는 카시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모두 이에게 닥친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195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세계의 여러 문화는 원주민성이라는 안개에 묻힌 것처럼 무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는 한데 모여 독자적인 삶의 비전을 자아내는 생각과 직관과 신화와 기억과 통찰과 혁신으로 그려진 고유하고 변화무쌍한 별자리다. 각각의 문화는 인간으로 존재하고 살아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이다. 이 방대한 문화 레퍼토리를 하나의 항목으로 압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두를 축소하고 각 문화의 특색, 즉 그 문화가 인간의 상상으로부터 독자적으로 정제해낸 것을 부정하는 일이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202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어떤 단어들은 지나치게 많이 쓰인 나머지 힘도 권위도 잃어 듣는 사람의 눈에서 생기를 앗아간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199,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해당 언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 그리고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실제 그 단어가 지칭하고 있는 것과는 꽤나 괴리가 있는 단어들이 많다는 걸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시를 들어주신 원주민은 그들을 구분지어 말하고자 하는, 원주민의 1/2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라는 사실을요. 실제 그 단어로 지칭해놓은 사람들은 그 단어를 만들지 않은 사람들의 2배가 넘는 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 단어를 대하는 태도가 타인의 힘과 권위까지 앗아간다는 말이 너무나도 와닿았습니다.
분명 다른 길을 찾아야 할 때다. 공중에서 더 많은 제초제를 뿌리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대신, 외국의 오도된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콜롬비아 아동의 건강과 안녕은 물론 가장 위대한 국가적 자산일 생물다양성을 위태롭게 할 이유가 있는지 질문하자는 것은 불합리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신이 주신 영생의 잎, 242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불법 마약류로만 알던 '코카'에 대해 너무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어 혼란스러울 정도 입니다.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들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당연히 농담인 줄...그게 사실이었다니. 사물의 겉모습, 사회의 흐름에 속아 그 내면의 진짜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큰 호감은 없습니다. 해외여행을 한다면 가장 가고싶지 않은 나라중 하나일꺼에요. 질서와 안정, 편리함과 선진성에 편안함을 느끼는 저로서는 온갖 신들로 넘쳐나고 다양성을 넘어 복잡함과 어지러움이 지배하는 인도는 생각만해도 피로가 몰려오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곳에서 오히려 자기자신을 찾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발견하기 위해 순례를 떠난다는게 놀라운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내 기준으로 남을 바라보는것, 내가 배워오고 익숙한 가치로 다른 세계의 가치를 판단한다는게 얼마나 편협하고 어리석은것인지 많은걸 깨닫게 됩니다.
7월 19일~7월 21일 '신이 주신 영생의 잎' / '기후 불안과 공포를 넘어' 읽기 오늘부터 사흘간은 '신이 주신 영생의 잎'과 '기후 불안과 공포를 넘어'를 읽습니다. 이 글들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는 다들 알게 모르게 확고한 입장을 갖고 계실 거예요. 그래서 저자의 의견이 옳다, 그르다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실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인류학은 판단을 지우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판단에 충분한 정보가 바탕이 되게끔 판단을 잠시 미루라고 할 뿐이다"라는 말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저자의 에세이는 균형 잡힌 듯하면서도 편향되어 있어서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읽었어요. 저자가 많이 의존하는 저자 가운데 스티븐 쿠닌은 귀 기울일 만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예를 들어 비외른 롬보르, 마이클 셸렌버그의 책들은 실제로 읽어보면 정말 문제가 많거든요. 후자의 두 권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식견을 가진 과학자 사이에서도 못 읽어줄 정도라는 비평이 많았고, 그런 사실을 저자가 모르지 않았을 텐데 굳이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서 왜 그들을 인용했는지 의아했어요. 저는 평소 저자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니고, 그래서 한국의 기후 운동 판에서 '뭐래?' 이런 반응을 자주 듣는 처지라서 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저런 이들 인용하지 않고서 저자와 같은 문제 의식은 충분히 가질 수 있으니까요. 저자가 강조하는 지구를 식히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적응'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고, '기후 정의'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모두 맞는 이야기지만 그걸 강조하면서 지금 열심히 현장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훼방꾼의 말들을 높이 평가하면서 폄훼할 필요는 없어 보였어요. :( 하긴 저도 매년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도시에서 북적거리는 게 그다지 마음에 안 들긴 합니다만. :)
설명 감사합니다. 주류 주장들과 어떻게 다른지, 난점이나 한계는 무엇인지 신경 곤두세우고 정독해봐야겠어요.
과학의 품격 - 과학의 의미를 묻는 시민들에게저자는 결코 ‘돈’ ‘경제’ ‘성장’과 동일시할 수 없는 과학 기술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당장 과학 기술은 문학, 그림, 음악 등 훌륭한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인간의 가장 빛나는 창의력의 산물이다. 과학 기술은 그 자체로 ‘문화’다.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 환경을 생각하는 당신이 들어보지 못한 기후과학 이야기긴 시간 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으로 일하며 에너지·기후 관련 정책을 맡았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후과학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쿨 잇 -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보고오늘날 논의가 오가는 지구 온난화 방지 대책에 필요한 비용은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그런 대책의 당위성에 대한 근거로 드는 가정은 과학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게 많으며, 세계의 기온에도 앞으로 수백년 동안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여지가 크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대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급한 문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신이 주신 영생의 잎> 이 글 역시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코카라는 신이 선물로 주신 선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거든요. 건강에 유익하고 영양가도 높고 순하고 무해한 각성제인 코카가 어떻게 하여 단지 마약의 원료로만 인식되게 되었는지 흥미롭게 읽었어요. 그리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술수로 마약 위기를 날조한 것, 코카인 금지 조치와 마약과의 전쟁이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는지, 안데스 지역에 살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등을따라 읽으면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바버라 터크먼은 고전 『바보들의 행진』에서 사실 바보스러움이란 정보를 온전히 쥐고 있으면서도 구태여 국민과 나라의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쫓는 정치 지도자들의 ㅎ애태라고 정의했다. 어떤 객관적 척도로 봐도 마약과의 전쟁은 공공정책 역사상 가장 심각하게 오도된 십자군이었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237,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콜롬비아가 이 식물 편에 섰고, 자신들의 유산이 부정당하는 데, 세계에 선사하는 자신들의 선물이 모욕당하고 거부당하는 데 질린 페루와 볼리비아 사람들도 그렇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245,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기후 불안과 공포를 넘어> 저 역시 이런저런 책들과 매체들을 통해 우리 인간이 이렇게 ‘지속불가능한’ 방식으로 계속 살다간 ‘여섯번째 대멸종’을 가지고 올 수 있겠구나…인지적으로는 반응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글쎄요…무지몽매한 현대인 중 한 명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 저자의 글을 열심히 따라 읽었는데요 저자께서 설명하고 있는 기후 위기, 기후 과학의 한계 등의 글 속에 녹아있는 편향까지는 논할 수 있는 식견은 당연히 없습니다. 그래서 @YG 님께서 작성하신 댓글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 드립니다.
차나 커피, 코카과 같은 식물들의 ‘화학적 본질이 문화적으로 재정의’되었다는 사실을 새로이 봅니다. 특히 코카를 악마화하여 페루에서 박멸하고자 했던 미국의 제반 프로그램들은 결국 페루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같이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된 사실과 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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