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아, 『황금가지』(918쪽)도 추가. 축약본이지만... 『사기』는 열전만이라도 완역본으로 읽어보고 싶고...
@장맥주 위의 글은 장맥주님이 『광기의 역사』를 언급한 글에 대한 답글이어요! 이거 생각보다 답글이 잘 날라가네요(?)
742쪽,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는 내가 지금 심란한 게 누구나 가끔씩 느끼는 심란함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임상적 불안감의 정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적의와 대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고 싶다.]
742쪽, [친구와의 우정에 금이 가면 반드시 바로잡으려 한다. 그 금이 삶의 불가피한 마모 현상이 아니라 나의 정신 상태가 초래한 것이라고여기기 때문이다. 나의 향수는 과거를 고치려는 형태를 취한다. 나는 우울증이라는 신경증을 안고 있고 내 우울증에 대해 신경과민 증세를 보인다.]
742쪽, [전문적인 우울증 환자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우울증이 너무 흔한다는 것이다.]
746쪽, [어떤 우울증 환자들은 개입의 증거인 활발한 대화를 원한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부담스러워하며, 그 경우 그들 옆에 앉아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
746쪽, 한 방에 누가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우울증 환자를 위해 문밖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조언. 환자에게는 참 좋은 조언이겠지만 과연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저런 요구를 누구한테 당당히 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엊그제 우울증이 있는 한 명의 지인이 은둔모드로 들어갔어요.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도, 좀 편해지면 다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 관계도 잠시 pause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네요. 신뢰도 많이 쌓여야 하고...
824쪽, [산후우울증은 환자가 침묵 속으로 후퇴할 수 없고 무력한 존재를 보살피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우울증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832쪽,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한 뒤 딸 젤다에게 아버지 시체를 묘사한 조작 사진을 보낸 악플러들. 미국이나 한국이나...
844쪽, [우울증을 보기 좋게 포장하거나 악마로 묘사하지 않고 우울증에 대한 글을 쓰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몇 가지 면에서 나는 그 두 가지 우를 다 범하고 있다.]
다 읽었습니다. 아, 길었다.
좋았지만 앤드루 솔로몬의 다음 벽돌책 『경험 수집가의 여행』(760쪽)으로 바로 달려들 것 같지는 않고, 좀 쉬었다 가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매우 당혹스러웠던 지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 역시 우울증을 두 차례나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의 이야기를 읽다가 몇 번인가 짜증이 났다는 것. 미시마 유키오마냥 “그렇게 누워 있지 말고 라디오 체조를 하라고!”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 병력 있는 사람이 그 정도인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저도 양날의 검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 보면서 묻혀있던 우울한 성질들을 한 번씩 다 파헤친 느낌이에요. ㅎㅎ. 한 달 전의 저보다는 많이 가라앉아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지경에까지 간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옥 가까이에 간 환자들 이야기를 읽다 보니 부끄럽지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었어요.
p.490 - 그 자신도 우울증을 앓았던 몽테뉴는 의학의 열렬한 신봉자로, 속임수를 써서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했다. 예를 들면 바늘을 삼켰다고 믿고 공포에 빠져 찾아온 여자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를 토하게 만든 다음 토사물에 몰래 바늘을 넣었더니 치료가 되었다고 했다. 이 비슷한 사례가 TV에도 종종 나옵니다. 얼마 전에 벌레가 온 몸 속에 산다고 믿던 남자를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한 사례를 보았습니다. 이정도 볼륨이면 좀 덜 짜증나고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아. 근데 이건 벽돌책이죠. 어차피 무겁...
혹시 책 표지가 적벽돌 색이어서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아무래도 암이나 결핵과 달리 마음의 병에 대해서는, 특히 그 중에서도 ‘우울감’이라는 형태로 다들 조금씩 자신이 안다고 믿는 우울증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의 책임이 얼마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이게 정말 본인이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 낫는 것인지 저는 좀 궁금합니다. 그런 가능성도 정말 아주 조금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어쩔 수 없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듭니다. (루이 C. K.의 유명한 ‘Of course, but maybe’ 스탠드업 코미디가 생각나네요.) 그런 궁금증이 풀리기 위해서라도 의학이 발달해서 우울증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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