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저도 그 부분 읽다 뿜었네요. 어디까지 솔직할거니..
오타쿠 식으로 표현하자면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기의 역사』는 제가 저자의 지명도와 제목의 자극성에 이끌려 구매만 해놓고 제 책장을 차지한지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서문만 읽고 덮었으려나 싶네요. 읽어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엄두도 안나서 앞으로 10년은 계속 그 자리를 차지할 것 같고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유명해서 자주 언급되던데 재미가 없다고 하시니 책이 유명한 것과 재미는 비례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네요.
제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말 꾸역꾸역 읽었거든요. 약간 번역이 문제였던 건 아닐까, 가독성보다는 학문적 엄밀성에 중점을 두고 번역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하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렌트 여사님이 그다지 교양 독자들이 빠져들게 글을 쓰시는 편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루살렘까지 날아가서 세기의 재판을 방청하게 되면 당연히 법정 풍경을 흥미진진하게, 현장감 있게 묘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그게 뭐가 중요하냐? 악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지’ 하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광기의 역사』 엄두가 안 나서... 시도도 안 해봤습니다. 트레바리에서 벽돌책 읽기 시즌 3이나 시즌 4를 할 즈음에 벽돌책 중에서도 한번 극악한 책들만 모아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약간 듭니다. 벽돌책 지옥편 뭐 이렇게 타이틀을 달까요. 후보작은 『광기의 역사』(928쪽),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760쪽), 『정신의 삶』, 『슬픈 열대』(765쪽) 정도?
아, 『황금가지』(918쪽)도 추가. 축약본이지만... 『사기』는 열전만이라도 완역본으로 읽어보고 싶고...
@장맥주 위의 글은 장맥주님이 『광기의 역사』를 언급한 글에 대한 답글이어요! 이거 생각보다 답글이 잘 날라가네요(?)
742쪽,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는 내가 지금 심란한 게 누구나 가끔씩 느끼는 심란함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임상적 불안감의 정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적의와 대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고 싶다.]
742쪽, [친구와의 우정에 금이 가면 반드시 바로잡으려 한다. 그 금이 삶의 불가피한 마모 현상이 아니라 나의 정신 상태가 초래한 것이라고여기기 때문이다. 나의 향수는 과거를 고치려는 형태를 취한다. 나는 우울증이라는 신경증을 안고 있고 내 우울증에 대해 신경과민 증세를 보인다.]
742쪽, [전문적인 우울증 환자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우울증이 너무 흔한다는 것이다.]
746쪽, [어떤 우울증 환자들은 개입의 증거인 활발한 대화를 원한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부담스러워하며, 그 경우 그들 옆에 앉아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
746쪽, 한 방에 누가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우울증 환자를 위해 문밖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조언. 환자에게는 참 좋은 조언이겠지만 과연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저런 요구를 누구한테 당당히 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엊그제 우울증이 있는 한 명의 지인이 은둔모드로 들어갔어요.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도, 좀 편해지면 다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 관계도 잠시 pause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네요. 신뢰도 많이 쌓여야 하고...
824쪽, [산후우울증은 환자가 침묵 속으로 후퇴할 수 없고 무력한 존재를 보살피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우울증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832쪽,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한 뒤 딸 젤다에게 아버지 시체를 묘사한 조작 사진을 보낸 악플러들. 미국이나 한국이나...
844쪽, [우울증을 보기 좋게 포장하거나 악마로 묘사하지 않고 우울증에 대한 글을 쓰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몇 가지 면에서 나는 그 두 가지 우를 다 범하고 있다.]
다 읽었습니다. 아, 길었다.
좋았지만 앤드루 솔로몬의 다음 벽돌책 『경험 수집가의 여행』(760쪽)으로 바로 달려들 것 같지는 않고, 좀 쉬었다 가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매우 당혹스러웠던 지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 역시 우울증을 두 차례나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의 이야기를 읽다가 몇 번인가 짜증이 났다는 것. 미시마 유키오마냥 “그렇게 누워 있지 말고 라디오 체조를 하라고!”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 병력 있는 사람이 그 정도인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저도 양날의 검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 보면서 묻혀있던 우울한 성질들을 한 번씩 다 파헤친 느낌이에요. ㅎㅎ. 한 달 전의 저보다는 많이 가라앉아있는 것 같아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