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허락하나요? 천주교는 신자들에게 지침을 내렸는데 내용이 좀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렵더라고요. 허락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안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심폐소생술은 거부할 수 있는데 단순 물 공급, 산소 공급은 멈추면 안 된다는 정도로 이해했는데 제가 맞게 이해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천주교는 지금은 콘돔 사용 허락하나요? 이것도 교황이 허락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던데...)
지금 개신교는 뭐랄까. 교리적 통일성 같은 것을 다 잃어버렸어요. 교회들이 공공연하게 교회법, 교단법을 어기는 것이 심화되어 신자들에게 보편적인 지침을 내릴 만한 권위를 다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신자들이 따를 만한 지침이란 건 자기 교회 목사가 하는 말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굳이 신학적으로 해석을 하자면, 보수신학에서는 인간의 생명에 인간의 의지가 개입하는 모든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요. 진보신학에서는 개개인의 선택에 좀 더 관대한 편입니다. 물론 보수신학, 진보신학도 한국에서는 무의미할 정도로 뒤섞여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 말이 지침입니다. ㅎㅎ. 공식적인 지침은 없습니다.
매우 쉽게 잘 이해 되었습니다. ㅠ.ㅠ
459쪽, [“내 죽음을 네 인생에서 대단한 사건으로 만드는 것으로 내게 조의를 표할 생각은 마라. 네가 이 엄마에게 표할 수 있는 최고의 조의는 예전과 다름없이 멋지고 알찬 삶을 살아가는 거야. 네가 가진 것을 즐겨라.”]
460쪽, [만일 안락사를 돕게 되면 그것도 일종의 살인이 되며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을 견디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내가 읽은 안락사에 참여한 사람이 안락사에 관해 쓴 글 치고 변명서의 성격을 띠지 않은 것은 없었다.]
지난 주말에 완독하고 다른 비슷한 정신질환 책 읽고 있어요. 그 동안 마음 힘들까봐 일부러 안읽고 버틴 책들인데, 이 참에 다 몰아 읽자 하고 후루룩 보고 있어요. 앤드류씨도 너무나 필력이 좋지만, 이 질환 자체가 아직 미지의 영역이자 어쨌든 자극적인 소재이긴 해서 책들이 다 잘 읽힙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언다잉'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까지 찜해놨습니다.
정신질환 관련 책은 이번에 처음 읽는 것 같아요. 뇌졸중이나 암 관련 투병이야기는 몇 읽었는데 말이죠. 이 주제 관련한 다양한 북 큐레이션 감사해요! 위시북리스트가 계속 쌓이네요.
심심출판에서 나오는 책들이 좋더라고요. 푸른숲 출판사의 심리학 서적 전문 출판 브랜드인데 제가 위에 언급한 『조현병의 모든 것』도 심심출판에서 나왔고, 개인적으로 『우울할 땐 뇌 과학』이 재미도 있었고 도움도 됐습니다.
오, 여러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론 파워스의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를 무척 슬프게 읽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조현병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 병도 참 무서우면서 미스터리한 병이더라고요. 나중에 트레바리 벽돌책 읽기 3시즌이나 4시즌 즈음에 E. 풀러 토리의 『조현병의 모든 것』을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평가가 좋더라고요.
통증과 고통에 대해 저도 알만큼 안다 생각했는데, 공감되는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작가 ㅠㅠ p.19 만성화된 육체적 통증이 그러하듯, 이것도 고통의 순간을 견딜 수 없어서라기보다 그런 고통의 순간들이 다시 찾아올 것을 알기에 비참하다. p.21 부식을 체험하는 것, 거의 날마다 내리는 비의 파괴에 노출된 자신을 발견하는 것, 자신이 연약한 존재로 변모하고 있고 자신의 점점 더 많은 부분들이 강풍에 날려 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아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p.24 최악의 고통은 눈물이 모두 말라버린 뒤에 오는 철저한 유린의 메마른 고통, p.34 고통의 정반대는 권태다 p.68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첫 계시,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암시는 파괴적이고 과격하다 (.....) 자신의 전반적인 취약성을, 내 부모님이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며 나 역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건 사실이다. p.87 우울증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것은 관점 자체를 잃게 만든다. p.125 "...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게 무언가를 원한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주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자꾸 긴장이 되지요...." <-- 아빠가 평생 이런 느낌으로 살아왔을까 싶었음. p.265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밀로 간직한 채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보이지 않는 깁스를 하고 힘겹게 살아간다. p.307 그 아이는 생각과 감정을 구분할 수 없었다. <--- 주변에 생각보다 많을 것 같음 p.343 이 사회에서는 육체적으로 너무 친밀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절제가 필요하다. <-- 한국인 가족들에게 필요함 p.426 청년들은 다른 체험을 위해 삶에서 도피하는 자살을 하지만 노인들은 죽음을 최후의 상태로 본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보다 자살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적다. p.466 자살은 자신의 자기 반란이며 우울의 극에 이른 정신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 이중적인 환멸이다. 그것은 자신을 저절로 해방시키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이다. 날카로운 자기 인식이 있어야 그 인식의 대상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온순한 우울증 상태에서는 자살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자살은 지극히 약하거나 비겁한 행동이라기보다 그릇된 용기와 불행한 힘에 의한 행동이다. p.490 앙드레 뒤 로랑스는 인간의 정신을 이성, 상상력, 기억의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p. 519 "... 삶이란 밑지는 장사다. ..." p.527 이것이 빅토리아 시대 멜랑콜리의 본질이다. ... 이처럼 신의 존재와 의미 자체에 대해 갖게 된 불신은 전능한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슬픔보다도 훨씬 큰 고통이었다. 자신이 강렬한 증오의 대상이라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거대한 무 속에서 무관심의 대상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앞선 세대들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p.595 "우울증 환자들은 성가시게 졸라대는 면이 부족하죠... " p.672 직업을 잘 선택했다, 혹은 배우자를 잘 선택했다는 기본적인 확신의 상실은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 p.689 말은 긍정적인 것이다. 말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며, 우리 모두는 강력한 의사소통 의지를 지니고 있다. p.711 인간이란 유기체는 서로에게 굴복당하거나 서로를 선택하는 자아들의 연속체다. p.824 하지만 흉내를 내다 보면 진짜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여성들이 애착을 흉내 내 그걸 진짜로 만든다. 나다는 자녀와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애착을 부담스러운 의무라고 표현했다. 그러다 의무가 결국 기쁨이 되었다.
와우! @한낮의여름 님은 평소에 책 읽으시면서 마음 가는 문장들을 다 이렇게 정리하시나요? 개인적으로 343쪽 문장에 다신 코멘트에 대공감합니다.
464~465쪽, [대다수 사람들에게, 석방의 시간은 기쁘지도 마음이 가볍지도 않았다. 그들 대부분에게 자유는 파괴와 학살과 고통이라는 배경에서 주어졌다. 그들에게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책임을 의미했고 그러자 인간의 슬픔들이 다시 찾아왔다.]
p.86 - 그 모든 것의 불가해성은 논리를 거부했다. 저에게 이 책이 잘 읽히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심리 변화를 꼭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대부분의 심리학책들이 어떤 심리상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통계에 따른 해석에 가깝죠. 우리 사회는 일상에서 상대를 상대가 표현하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류를 지갑에 넣고 다니시나요? 아니면 요즘은 인증 카드 같은 게 나왔나요? 제가 의향서 작성할 때 “아직은 인증 카드가 없지만 나중에 발급될 수도 있다, 그때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을 들었거든요.
465~466쪽, [사회적인 약자들 사이에서는 살인이 자살보다 흔한 데 반해 강자들 사이에서는 살인보다 자살이 많다. 일반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자살은 우울한 정신이 취하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다. 정신적인 붕괴의 최후 순간도 아니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보다 퇴원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의 자살 가능성이 더 높은데, 병원에서는 제약이 심해 자살을 실행하기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466쪽, [자살은 정신의 자기 반란이며 우울의 극에 이른 정신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 이중적인 환멸이다. 그것은 자신을 저절로 해방시키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이다. 날카로운 자기 인식이 있어야 그 인식의 대상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온순한 우울증 상태에서는 자살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자살은 지극히 약하거나 비겁한 행동이라기보다 그릇된 용기와 불행한 힘에 의한 행동이다.]
p.111 - 그녀는 나와 절교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정상 상태를 소중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고 나는 너무 이상해진 사람이다. 우울증은 친구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우울증 환자는 친구들에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상식을 벗어난 요구들을 하게 되며, 그런 요구들을 들어줄 의향이나 융통성, 우울증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교회에 몸담고 있을 때는, 어떻게든 '나아지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들어주고 했는데 잘 되었던 적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그 때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는지, 친한 친구 중에 약을 먹는 사람이 3명 정도 있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저는 제가 우울증 약을 먹었다는 고백을 한 뒤 주변 사람들이 자신 역시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복용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몰랐거든요. 친한 선배는 “나는 약은 안 먹었어”라고 말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잠시 뒤 “그냥 상담을 받고 있어”라고 하더군요.
이성 친구에게 새벽에 뜬금 전화해서(심지어 처음 받은 사람은 남친..) 횡설수설하면 얘는 뭔가 싶을 것 같긴해요. 제겐 아직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하는 우울증에 걸린 친구는 없지만 막상 닥치면 당황스러울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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