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17쪽,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절망할 줄 아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17쪽, [정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며, 이런 열정들은 우울증의 반대인 활기찬 목적의식을 제공한다.]
18쪽, [슬픔은 상황에 걸맞은 우울함이지만 우울증은 상황에 걸맞지 않은 슬픔이다.]
26쪽, [마음의 병은 진짜 병이며 이것은 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사를 찾아가 위경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우울증 때문이지요!” 우울증이 위경련까지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다면 진짜 해로운 것이며 치료가 필요하다.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아무 이상도 없습니다. 폐기종 때문이지요!” 하면서 넘겨 버릴 의사는 없다.
26~27쪽, [육체와 정신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종종 화학이 동원된다. 의사가 우울증을 “화학적 작용”이라고 말할 때 환자가 안도감을 보이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슬픔과 난데없는 슬픔을 구분하고 완전한 자아가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학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이 싫다거나 늙어 가는 것이 걱정스럽다거나 사랑에 실패했다거나 가족을 미워한다거나 하는 스트레스성 불만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부담감을 덜어주는 듯하다. 화학적이란 단어는 사람들을 죄책감으로부터 유쾌하게 해방시켜 준다.]
밑줄 긋고 싶은 대목이 참 많은 책이네요. 어렵지도 않고... 주석을 빼면 800여 쪽인데, 수월하게 완독할 것 같습니다. 우울증을 걸린 적이 없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실까요? 저는 지금까지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33쪽, [우리는 행복에 대해서는 항상 그 덧없음을 느끼는 반면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37쪽, [우리는 전에는 치료 가능한 것, 쉽게 조절될 수 있는 것을 성격이나 기분으로 취급했지만 이제는 병으로 취급한다. 난폭성도 치료약이 나오는 즉시 병이 될 것이다.]
38쪽, 우울증 환자들이 ‘벼랑 끝에서 떨어진다’는 표현을 쓴다는 대목. 제 경우에는 젖은 솜 같은 게 몸에 얹힌 기분, 코와 입 바로 앞에 투명한 벽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47~55쪽, 팔리 누온의 사례 정말 몸서리가 쳐지네요. 인간의 잔악함에 분노해야 할까, 아니면 그 모든 걸 이겨내려는 힘에 경탄해야 할까.
저자의 첫 번째 우울증 삽화 고백을 읽으며... 저는 저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한창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촬영일이 되면 그냥 씻고 나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녹화하고 오곤 했습니다. 아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줄 몰랐고요.
저도 저자처럼 그때 밖에 나갈 일이 없으면 영 몸을 움직이기 귀찮아서(라기보다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잘 안 씻었습니다. 물론 무기력증이 원인이었지만 당시 저희 집에 뜨거운 물이 잘 안 나온 탓도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앤드루 솔로몬이 먹었던 약은 발륨과 자낙스였군요. 제가 먹었던 약은 렉사프로와 아빌리파이였습니다.
저한테는 그 약들이 잘 받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약간 플라시보 효과만 있었던 거 같아요. 어쨌든 용기를 내서 병원에 갔고 약을 처방 받았다는 사실 자체로 조금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그 사실을 우울증으로 고생한 다른 작가와 이야기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그 분은 약을 먹고 나니 너무 행복해져서 문제일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100쪽, [스트레스가 우울증 발병률을 높이는 건 분명하다. 스트레스 중에서 으뜸은 굴욕감이고 두 번째는 상실감이다.] 그렇군요...
"최선의 방어책은 외적인 굴욕을 최소화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고 하네요. "결혼"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든든한 버팀목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대신 상실감이 크겠네요 ㅠㅠ
사랑이 제일 좋은 치료제이겠지만 그 약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대의에 기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링컨이나 처칠은 그렇게 버텼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야심이나 강렬한 승부욕 같은 것도 버팀목이 될까요?
110쪽, [자존심은 내가 아는 그 어떤 것보다 우울증과의 싸움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이 깊어져 사랑조차 무의미한 것으로 느껴질 때에도 허영심과 의무감이 우리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자존심 여태까지 세상 쓸모없는 기질이라 여겼는데,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저도 그랬습니다.
113쪽, 갑자기 우울증 약 끊은 대목. 저도 의사 몰래 우울증 약을 갑자기 끊고 금단증상에 시달렸더랬습니다. 약을 끊은 이유는 저자와 비슷한 이유였고요. 제 경우에는 끊고 나서 얼마 뒤에 공황장애가 몇 번 왔습니다. 코와 입 바로 앞에 투명한 벽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114쪽, 허걱. 이건 진짜 쇼킹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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