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저는 이 작가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제해서 전달하는 것 또는 체험한 것을 전달하는데 큰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팔리누온 사례라든지 이누이트 마을의 사례, 은두프 체험 등등이요. 이런 쪽에 더 집중된 책이라면 흥미로울 것 같아요. 좋은 파트랑 그렇지 않은 파트가 약간 나뉘는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르포 작가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취재하는 데 엄청나게 정성을 들이고, 현장감 있고 공감 가게 상대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인터뷰이들의 실제 모습이나 장소는 그렇게까지 호감 가지는 않을 거 같은데. 마리아 포포바의 글에서 막연히 느껴지던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도 없었고요.
반면 우울증의 역사를 다룬 파트 등은 피터 왓슨 같은 사람이 썼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재미있을 이야기인데 상당히 덤덤하더라고요.
공교롭게도 13개의 챕터 중에 가장 재미없게 읽은 장이 바로 8장(역사)이네요. 말씀하신대로 피터 왓슨이라면 어떻게 썼을까 싶기도 하네요.
저만 그렇게 느꼈던 게 아니군요. 저는 앤드루 솔로몬이 사람이 주인공을 삼고, 다루는 시간이 휴먼 스케일인 경우에만 이야기를 재미있게 펼칠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적어도 그런 경우에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하는 작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터 왓슨 같은 경우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상, 학파, 학문, 심지어 묘한 분위기까지도 주인공으로 삼아서 수십 수백 년 단위로도 짜임새 있게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기술이 있어 보였습니다.
735쪽, ‘심지어 개한테도 그랬다.’ 어... 음...
저도 그 부분 읽다 뿜었네요. 어디까지 솔직할거니..
오타쿠 식으로 표현하자면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기의 역사』는 제가 저자의 지명도와 제목의 자극성에 이끌려 구매만 해놓고 제 책장을 차지한지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서문만 읽고 덮었으려나 싶네요. 읽어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엄두도 안나서 앞으로 10년은 계속 그 자리를 차지할 것 같고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유명해서 자주 언급되던데 재미가 없다고 하시니 책이 유명한 것과 재미는 비례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네요.
제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말 꾸역꾸역 읽었거든요. 약간 번역이 문제였던 건 아닐까, 가독성보다는 학문적 엄밀성에 중점을 두고 번역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하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렌트 여사님이 그다지 교양 독자들이 빠져들게 글을 쓰시는 편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루살렘까지 날아가서 세기의 재판을 방청하게 되면 당연히 법정 풍경을 흥미진진하게, 현장감 있게 묘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그게 뭐가 중요하냐? 악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지’ 하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광기의 역사』 엄두가 안 나서... 시도도 안 해봤습니다. 트레바리에서 벽돌책 읽기 시즌 3이나 시즌 4를 할 즈음에 벽돌책 중에서도 한번 극악한 책들만 모아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약간 듭니다. 벽돌책 지옥편 뭐 이렇게 타이틀을 달까요. 후보작은 『광기의 역사』(928쪽),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760쪽), 『정신의 삶』, 『슬픈 열대』(765쪽) 정도?
아, 『황금가지』(918쪽)도 추가. 축약본이지만... 『사기』는 열전만이라도 완역본으로 읽어보고 싶고...
@장맥주 위의 글은 장맥주님이 『광기의 역사』를 언급한 글에 대한 답글이어요! 이거 생각보다 답글이 잘 날라가네요(?)
742쪽,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는 내가 지금 심란한 게 누구나 가끔씩 느끼는 심란함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임상적 불안감의 정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적의와 대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고 싶다.]
742쪽, [친구와의 우정에 금이 가면 반드시 바로잡으려 한다. 그 금이 삶의 불가피한 마모 현상이 아니라 나의 정신 상태가 초래한 것이라고여기기 때문이다. 나의 향수는 과거를 고치려는 형태를 취한다. 나는 우울증이라는 신경증을 안고 있고 내 우울증에 대해 신경과민 증세를 보인다.]
742쪽, [전문적인 우울증 환자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우울증이 너무 흔한다는 것이다.]
746쪽, [어떤 우울증 환자들은 개입의 증거인 활발한 대화를 원한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부담스러워하며, 그 경우 그들 옆에 앉아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
746쪽, 한 방에 누가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우울증 환자를 위해 문밖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조언. 환자에게는 참 좋은 조언이겠지만 과연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저런 요구를 누구한테 당당히 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엊그제 우울증이 있는 한 명의 지인이 은둔모드로 들어갔어요.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도, 좀 편해지면 다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 관계도 잠시 pause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네요. 신뢰도 많이 쌓여야 하고...
824쪽, [산후우울증은 환자가 침묵 속으로 후퇴할 수 없고 무력한 존재를 보살피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우울증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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