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714쪽, [세상과 자신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진화적인 우위에 있지는 않다. 종의 보존이라는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는 어리석은 모험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적당한 낙관주의는 강력한 선택적 이점이다.]
734쪽, [스트레스가 많고 매혹적인 삶], [가족도, 친구들도, 일도 포기하지 않는 서툴지만 열정적인 저글링 곡예사]
저도 이 표현들이 마음에 들어요. 스트레스가 없지만 심심한 삶을 사는, 저글링을 내던진 곡예사는 202쪽의 여자분을 연상케 하네요.
왠지 앞으로 몇 번 써먹게 될 거 같은 표현이었어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상태 자체가 어쩌면 ‘한없는 행복’이나 ‘걱정거리 하나 없이 안정된 상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걸 몇 단어로 짧고 쉽게 표현하는 능력이 부러웠습니다.
우울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은 인간의 불완전함과 불확실함을 더 잘 아니까. 그것에 비추어 타인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도 좀 더 유연한 편인 것 같습니다.
당사자한테 그게 뭐 장점인가 싶으면서도, 그런 유용함(?)이나마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흐뭇하더라고요.
p.217 - 심연의 어둠 속으로 떨어지기 전에 신앙을 지녀 본 이들은 그곳에서 나올 길을 아는 셈이야. 심연의 어둠 속에서는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지. 이 때 종교가 도움이 되거든.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흥미롭네요. 저도 제 우울감을 다루는 데는 종교와 명상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읽을수록 감탄스럽네요. 어떻게 이렇게 문제를 광범위하고 유연하게 다루는지.
저는 이제 몇 페이지 안 남았는데, 처음에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쳤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지만, 『부모와 다른 아이들』 정도는 아니구나라는 게 현재까지 잠정 결론이네요.
저는 이 작가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제해서 전달하는 것 또는 체험한 것을 전달하는데 큰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팔리누온 사례라든지 이누이트 마을의 사례, 은두프 체험 등등이요. 이런 쪽에 더 집중된 책이라면 흥미로울 것 같아요. 좋은 파트랑 그렇지 않은 파트가 약간 나뉘는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르포 작가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취재하는 데 엄청나게 정성을 들이고, 현장감 있고 공감 가게 상대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인터뷰이들의 실제 모습이나 장소는 그렇게까지 호감 가지는 않을 거 같은데. 마리아 포포바의 글에서 막연히 느껴지던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도 없었고요.
반면 우울증의 역사를 다룬 파트 등은 피터 왓슨 같은 사람이 썼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재미있을 이야기인데 상당히 덤덤하더라고요.
공교롭게도 13개의 챕터 중에 가장 재미없게 읽은 장이 바로 8장(역사)이네요. 말씀하신대로 피터 왓슨이라면 어떻게 썼을까 싶기도 하네요.
저만 그렇게 느꼈던 게 아니군요. 저는 앤드루 솔로몬이 사람이 주인공을 삼고, 다루는 시간이 휴먼 스케일인 경우에만 이야기를 재미있게 펼칠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적어도 그런 경우에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하는 작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터 왓슨 같은 경우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상, 학파, 학문, 심지어 묘한 분위기까지도 주인공으로 삼아서 수십 수백 년 단위로도 짜임새 있게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기술이 있어 보였습니다.
735쪽, ‘심지어 개한테도 그랬다.’ 어... 음...
저도 그 부분 읽다 뿜었네요. 어디까지 솔직할거니..
오타쿠 식으로 표현하자면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기의 역사』는 제가 저자의 지명도와 제목의 자극성에 이끌려 구매만 해놓고 제 책장을 차지한지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서문만 읽고 덮었으려나 싶네요. 읽어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엄두도 안나서 앞으로 10년은 계속 그 자리를 차지할 것 같고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유명해서 자주 언급되던데 재미가 없다고 하시니 책이 유명한 것과 재미는 비례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네요.
제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말 꾸역꾸역 읽었거든요. 약간 번역이 문제였던 건 아닐까, 가독성보다는 학문적 엄밀성에 중점을 두고 번역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하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렌트 여사님이 그다지 교양 독자들이 빠져들게 글을 쓰시는 편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루살렘까지 날아가서 세기의 재판을 방청하게 되면 당연히 법정 풍경을 흥미진진하게, 현장감 있게 묘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그게 뭐가 중요하냐? 악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지’ 하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광기의 역사』 엄두가 안 나서... 시도도 안 해봤습니다. 트레바리에서 벽돌책 읽기 시즌 3이나 시즌 4를 할 즈음에 벽돌책 중에서도 한번 극악한 책들만 모아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약간 듭니다. 벽돌책 지옥편 뭐 이렇게 타이틀을 달까요. 후보작은 『광기의 역사』(928쪽),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760쪽), 『정신의 삶』, 『슬픈 열대』(765쪽)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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