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와우! @한낮의여름 님은 평소에 책 읽으시면서 마음 가는 문장들을 다 이렇게 정리하시나요? 개인적으로 343쪽 문장에 다신 코멘트에 대공감합니다.
464~465쪽, [대다수 사람들에게, 석방의 시간은 기쁘지도 마음이 가볍지도 않았다. 그들 대부분에게 자유는 파괴와 학살과 고통이라는 배경에서 주어졌다. 그들에게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책임을 의미했고 그러자 인간의 슬픔들이 다시 찾아왔다.]
p.86 - 그 모든 것의 불가해성은 논리를 거부했다. 저에게 이 책이 잘 읽히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심리 변화를 꼭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대부분의 심리학책들이 어떤 심리상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통계에 따른 해석에 가깝죠. 우리 사회는 일상에서 상대를 상대가 표현하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류를 지갑에 넣고 다니시나요? 아니면 요즘은 인증 카드 같은 게 나왔나요? 제가 의향서 작성할 때 “아직은 인증 카드가 없지만 나중에 발급될 수도 있다, 그때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을 들었거든요.
465~466쪽, [사회적인 약자들 사이에서는 살인이 자살보다 흔한 데 반해 강자들 사이에서는 살인보다 자살이 많다. 일반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자살은 우울한 정신이 취하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다. 정신적인 붕괴의 최후 순간도 아니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보다 퇴원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의 자살 가능성이 더 높은데, 병원에서는 제약이 심해 자살을 실행하기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466쪽, [자살은 정신의 자기 반란이며 우울의 극에 이른 정신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 이중적인 환멸이다. 그것은 자신을 저절로 해방시키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이다. 날카로운 자기 인식이 있어야 그 인식의 대상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온순한 우울증 상태에서는 자살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자살은 지극히 약하거나 비겁한 행동이라기보다 그릇된 용기와 불행한 힘에 의한 행동이다.]
p.111 - 그녀는 나와 절교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정상 상태를 소중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고 나는 너무 이상해진 사람이다. 우울증은 친구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우울증 환자는 친구들에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상식을 벗어난 요구들을 하게 되며, 그런 요구들을 들어줄 의향이나 융통성, 우울증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교회에 몸담고 있을 때는, 어떻게든 '나아지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들어주고 했는데 잘 되었던 적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그 때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는지, 친한 친구 중에 약을 먹는 사람이 3명 정도 있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저는 제가 우울증 약을 먹었다는 고백을 한 뒤 주변 사람들이 자신 역시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복용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몰랐거든요. 친한 선배는 “나는 약은 안 먹었어”라고 말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잠시 뒤 “그냥 상담을 받고 있어”라고 하더군요.
이성 친구에게 새벽에 뜬금 전화해서(심지어 처음 받은 사람은 남친..) 횡설수설하면 얘는 뭔가 싶을 것 같긴해요. 제겐 아직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하는 우울증에 걸린 친구는 없지만 막상 닥치면 당황스러울 듯 하군요.
솔직히 당황하는 것 이상으로 화가 날 거 같아요. 일단 상대가 우울증에 걸렸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할 거 같습니다.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도와주려는' 마음이 앞서고, 전문적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로 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하죠. 또 전문가가 해도 몇시간 만으론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기도 하구요. 네 편이다. 도와주겠다라는 지지의 마음만 전해져도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위로가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을지 늘 염려가 됩니다. “힘 내” 같은 말을 오히려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고요. 그래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이 나이 되도록 잘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그냥 아무 말 없이 표정으로 마음을 전해보려 하는데 오히려 상대는 뚜렷한 위로를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저는 제가 힘들 때 옆에 사람이 없으면 좋겠더라고요. 개가 있으면 아주 좋고.
뭔가 힘든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싫은 거 같습니다. 개한테는 보여줄 수 있고... 그 순간에도 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그런 면에서 자존심이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말에도 (다시 한번) 동감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또 감정을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으며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으니...
473쪽, [히포크라테스 이후에 필로티무스라는 이는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머리에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거을 보고 납으로 만든 헬멧을 씌워 그들에게 머리가 있음을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
672쪽, [18세기 중반의 사람들은 선택 범위 내 모든 배우자감을 검토한 결과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자신이 만나 본 배우자감 중 최고를 선택했다는 확신을 갖기 힘들어졌다.] 주륵
거기서 '주륵'이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 안전... 읍읍...
673쪽,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은 사회는 집단적인 불안감을 낳게 되며, 내가 보기에는 바로 그런 이유로 산업화 사회에 우울증이 많아진 것이다.]
486쪽, [중세가 우울증을 도덕적으로 설명했다면 르네상스기는 우울증을 미화했다. 고대의 의사들보다는 철학자들의 영향을 받은 르네상스 사상가들은 우울증을 심오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가정했다.]
우울증 뿐 아니라 다른 마음의 병도, 얘길 털어놓으면 자신이나 가까운 일가친척, 지인이 그 병있단 얘길 하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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