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누가 진심으로 죽음을 원하는지 타인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 누군가는 말려줘서 고맙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왜 방해하냐고 하겠지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 지인이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극단적인 결심을 하면 말릴 거 같기는 한데요.
413쪽, [현재 선의의 자살 방지 프로그램도 자살에 취약한 이들에게 자살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증거가 나왔으며 실제로 자살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 책 나온지 20년 넘었는데... 마포대교 자살 방지 캠페인 생각나네요. 그 캠페인 진행했던 사람들이나 거기에 광고대상 줬던 사람들이나 관련 연구는 살펴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서울시는 2012년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2013년 한강대교에 자살예방 표어를 붙였지만 오히려 '각인 효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19년 마포대교에서 자살예방문구를 철거한 바 있다 (…)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마포대교의 투신 시도자는 15명에 불과했으나 캠페인 이후 2013년에는 93명, 2014년에는 184명 등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미 철거되었고 오히려 부작용이 있었네요. 예전 인터넷에서 해당 자살방지문구들이 희화화되어서 한동안 퍼졌던 것도 기억나네요. 조금만 더 신경써서 기획하시지..
427쪽, 수많은 자살 방법들. 엄청나군요.
그리고 마켓 종업원은 청와대에서 근무한다고 말하는 거죠. 기자분 필력이 보통이 아니셔요.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취재는 여러 사람이 하고 어떤 한 분이 대표 집필하는 거 같은데 정말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종이 신문에 이렇게 긴 기사를 쓸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인터넷용으로 기사를 쓴 걸까요? 저도 다음편 기다립니다. 재미있는 기사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랑 아내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해두었습니다. 벌써 3년이 되었네요.
ㅎㅎ 저도 지갑에 가지고 다녀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허락하나요? 천주교는 신자들에게 지침을 내렸는데 내용이 좀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렵더라고요. 허락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안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심폐소생술은 거부할 수 있는데 단순 물 공급, 산소 공급은 멈추면 안 된다는 정도로 이해했는데 제가 맞게 이해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천주교는 지금은 콘돔 사용 허락하나요? 이것도 교황이 허락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던데...)
지금 개신교는 뭐랄까. 교리적 통일성 같은 것을 다 잃어버렸어요. 교회들이 공공연하게 교회법, 교단법을 어기는 것이 심화되어 신자들에게 보편적인 지침을 내릴 만한 권위를 다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신자들이 따를 만한 지침이란 건 자기 교회 목사가 하는 말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굳이 신학적으로 해석을 하자면, 보수신학에서는 인간의 생명에 인간의 의지가 개입하는 모든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요. 진보신학에서는 개개인의 선택에 좀 더 관대한 편입니다. 물론 보수신학, 진보신학도 한국에서는 무의미할 정도로 뒤섞여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 말이 지침입니다. ㅎㅎ. 공식적인 지침은 없습니다.
매우 쉽게 잘 이해 되었습니다. ㅠ.ㅠ
459쪽, [“내 죽음을 네 인생에서 대단한 사건으로 만드는 것으로 내게 조의를 표할 생각은 마라. 네가 이 엄마에게 표할 수 있는 최고의 조의는 예전과 다름없이 멋지고 알찬 삶을 살아가는 거야. 네가 가진 것을 즐겨라.”]
460쪽, [만일 안락사를 돕게 되면 그것도 일종의 살인이 되며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을 견디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내가 읽은 안락사에 참여한 사람이 안락사에 관해 쓴 글 치고 변명서의 성격을 띠지 않은 것은 없었다.]
지난 주말에 완독하고 다른 비슷한 정신질환 책 읽고 있어요. 그 동안 마음 힘들까봐 일부러 안읽고 버틴 책들인데, 이 참에 다 몰아 읽자 하고 후루룩 보고 있어요. 앤드류씨도 너무나 필력이 좋지만, 이 질환 자체가 아직 미지의 영역이자 어쨌든 자극적인 소재이긴 해서 책들이 다 잘 읽힙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언다잉'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까지 찜해놨습니다.
정신질환 관련 책은 이번에 처음 읽는 것 같아요. 뇌졸중이나 암 관련 투병이야기는 몇 읽었는데 말이죠. 이 주제 관련한 다양한 북 큐레이션 감사해요! 위시북리스트가 계속 쌓이네요.
심심출판에서 나오는 책들이 좋더라고요. 푸른숲 출판사의 심리학 서적 전문 출판 브랜드인데 제가 위에 언급한 『조현병의 모든 것』도 심심출판에서 나왔고, 개인적으로 『우울할 땐 뇌 과학』이 재미도 있었고 도움도 됐습니다.
오, 여러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론 파워스의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를 무척 슬프게 읽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조현병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 병도 참 무서우면서 미스터리한 병이더라고요. 나중에 트레바리 벽돌책 읽기 3시즌이나 4시즌 즈음에 E. 풀러 토리의 『조현병의 모든 것』을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평가가 좋더라고요.
통증과 고통에 대해 저도 알만큼 안다 생각했는데, 공감되는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작가 ㅠㅠ p.19 만성화된 육체적 통증이 그러하듯, 이것도 고통의 순간을 견딜 수 없어서라기보다 그런 고통의 순간들이 다시 찾아올 것을 알기에 비참하다. p.21 부식을 체험하는 것, 거의 날마다 내리는 비의 파괴에 노출된 자신을 발견하는 것, 자신이 연약한 존재로 변모하고 있고 자신의 점점 더 많은 부분들이 강풍에 날려 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아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p.24 최악의 고통은 눈물이 모두 말라버린 뒤에 오는 철저한 유린의 메마른 고통, p.34 고통의 정반대는 권태다 p.68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첫 계시,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암시는 파괴적이고 과격하다 (.....) 자신의 전반적인 취약성을, 내 부모님이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며 나 역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건 사실이다. p.87 우울증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것은 관점 자체를 잃게 만든다. p.125 "...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게 무언가를 원한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주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자꾸 긴장이 되지요...." <-- 아빠가 평생 이런 느낌으로 살아왔을까 싶었음. p.265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밀로 간직한 채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보이지 않는 깁스를 하고 힘겹게 살아간다. p.307 그 아이는 생각과 감정을 구분할 수 없었다. <--- 주변에 생각보다 많을 것 같음 p.343 이 사회에서는 육체적으로 너무 친밀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절제가 필요하다. <-- 한국인 가족들에게 필요함 p.426 청년들은 다른 체험을 위해 삶에서 도피하는 자살을 하지만 노인들은 죽음을 최후의 상태로 본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보다 자살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적다. p.466 자살은 자신의 자기 반란이며 우울의 극에 이른 정신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 이중적인 환멸이다. 그것은 자신을 저절로 해방시키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이다. 날카로운 자기 인식이 있어야 그 인식의 대상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온순한 우울증 상태에서는 자살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자살은 지극히 약하거나 비겁한 행동이라기보다 그릇된 용기와 불행한 힘에 의한 행동이다. p.490 앙드레 뒤 로랑스는 인간의 정신을 이성, 상상력, 기억의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p. 519 "... 삶이란 밑지는 장사다. ..." p.527 이것이 빅토리아 시대 멜랑콜리의 본질이다. ... 이처럼 신의 존재와 의미 자체에 대해 갖게 된 불신은 전능한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슬픔보다도 훨씬 큰 고통이었다. 자신이 강렬한 증오의 대상이라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거대한 무 속에서 무관심의 대상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앞선 세대들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p.595 "우울증 환자들은 성가시게 졸라대는 면이 부족하죠... " p.672 직업을 잘 선택했다, 혹은 배우자를 잘 선택했다는 기본적인 확신의 상실은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 p.689 말은 긍정적인 것이다. 말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며, 우리 모두는 강력한 의사소통 의지를 지니고 있다. p.711 인간이란 유기체는 서로에게 굴복당하거나 서로를 선택하는 자아들의 연속체다. p.824 하지만 흉내를 내다 보면 진짜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여성들이 애착을 흉내 내 그걸 진짜로 만든다. 나다는 자녀와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애착을 부담스러운 의무라고 표현했다. 그러다 의무가 결국 기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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