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단편> 나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걸까?

D-29
꽃의 요정인 유니콘이십니다! ^^
이 문장 스포일러지정 안되나요? ㅎㅎ
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
천만의 말씀이세요. 괜찮습니다. 제가 꽤 오랫동안 수집한 리스트입니다. ^^
제가 몇 분 더 추가합니다. 강호원 작가님: 세계일보 출신, 『물망』 고승철 작가님: 동아일보 출신, 『소설 서재필』 김경래 작가님: KBS 출신, 『삼성동 하우스』 김명석 작가님: 울산제일일보 출신, 『로마네꽁띠』 김종혁 작가님: 중앙일보 출신, 『백그라운드 브리핑』 류재민 작가님: 디트뉴스24 출신, 『청자가 사라졌다』 박기묵 작가님: CBS 현직 기자, 『화월』 박성일 작가님: 아시아투데이 현직 기자, 『나는 보헤미안을 사랑한다』 박성천 작가님: 광주일보 현직 기자, 『하루』 변억환 작가님: 안산정론신문 출신, 『실종된 화가와 남자들』 송경화 작가님: 한겨레신문 현직 기자,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신상득 작가님: 세계일보 출신, 『랑의 환국』 안형준 작가님: 무려 현재 MBC 사장, 『딥뉴스』 윤경민 작가님: YTN 출신, 『한일전쟁 미래소설 2045년』 이용균 작가님: 경향신문 현직 기자, 같은 회사의 최혁곤 기자 겸 작가님과 공저로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출간 이현숙 작가님: 강진고을신문 출신, 『갯들』 조선희 작가님: 한겨레신문, 씨네21 출신, 『세 여자』 전진우 작가님: 동아일보 출신, 『동백』 최현규 작가님: 충청투데이 출신, 『단비 이용원』 하용성 작가님: 일요신문 출신, 『신의 속삭임』
오... 저도 전혀 도움은 커녕, 이렇게 많은 기자 출신의 작가님들이 계신다는 것에 놀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궁금증이 드는데요, 기자를, 즉,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다보니 자신만의 창작물을 쓰시고 싶어지신 걸까요, 아님 원래 작가가 되고 싶으셨는데 현실적인 생계 수단으로 기자를 택하신 걸까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뻔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저렇게 정보를 많이 모으셨으니 어느 정도의 분석된 트렌드 정도는 감이 오실 것 같아서요.
은근히 많죠? 웹소설 쓰시는 분들까지 합하면 훨씬 많을 거예요. 아이뉴스24의 문영수 기자님도 ‘무정영’이라는 필명으로 카카오페이지와 밀리의서재에 웹소설을 연재하셨어요. 주신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해요. 원래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분들이었는데 직업을 기자로 택한 뒤 소설을 쓰신 거라고요. 별 근거는 없고 그냥 제 느낌이긴 합니다. 제가 그런 사례이기도 하고요. 일단 방송기자들은 글 쓰는 양이 매우 적고, 업무도 작가보다는 제작 PD에 가깝습니다. 소설을 출간한 방송기자 분들은 직업과 관계없이 원래 소설에 대한 꿈이 있으셨던 거라 봅니다. 신문기자들은 글을 많이 쓰기는 하는데, 제가 본 유능한 신문기자 중에는 글 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취재 능력은 대단한데 필력은 떨어지는 분도 적지 않았어요. 사실 논설위원이 되어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기 전까지, 신문사가 15년차 미만 기자들에게 요구하는 능력도 필력보다는 취재력이나 기획력입니다. 밖에 나가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특종거리 따오고 마감시간 전까지 알아볼 수 있는 문장으로 기사를 보내는 녀석이 최고라는 식입니다. 특히 사회부, 정치부 등 이른바 스트레이트 부서에서 일하는 주니어 기자에게는 필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별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부서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천성이 기자’인 것 같은 사람들에게 왜 그 일을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글 쓰는 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는 ‘특종의 짜릿함’을 이유로 대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매일 매일을 승부라고 여기는 타입들이지요. 이런 승부욕 강한 기자들은 일단 신문사 안에서 주요 포스트에 대한 욕심이 크고(자기가 에이스라는 걸 확인 받는 거니까), 작가보다는 정치나 사업 쪽으로 야심을 품고 있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자체로는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 기자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니 당연히 글쓰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의외의 면이 있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취재력에 필요한 기질이 또 글 잘 쓰는데 필요한 기질과 다를 수도 있네요. 기자 출신의 작가님들은 뭔가 전문훈련을 거쳐서 글을 다듬어내는게 몸에 벤 습관같지 않을까해서 문장의 간결함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또한 선입견이겠지만요.... 모아두신 기자출신 작가님들의 글을 함께 읽게되면 또한 얼마나 다를 수 있음에 놀라게 되겠지요?
저는 한 기자 선배랑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우리의 글쓰기 교육 시스템은 60점짜리를 빠르게 80점으로 만드는데 특화돼 있다. 그런데 90점짜리도 80점으로 만들어버린다." 신입 기자 중에 90점짜리는 거의 없고 60점짜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그 시스템을 바꾸려는 사람도 없지만요. 기자 출신 현역 작가들의 소설은 사실 저도 많이 읽어보지 못했어요. 기본적으로는 애정이 있지만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옥석이 섞여 있더라고요. 읽고 좋게 보신 작품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한 분 더 더하자면 강보라 작가님! 한국일보 인터뷰와 문지 보다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어요. 한국일보 기사에 '강 작가는 등단 전 공연잡지, 영화잡지, 패션잡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8년 12월 마지막으로 다니던 잡지사가 폐간되며 일을 쉬게 됐다'는 설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서 확인하진 못했지만, 남성패션지였던 루엘에 몸담으셨던 것 같더라고요~
아, 저는 처음 들어봤는데 찾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근에 장편소설 『국회의원 이방원』을 출간한 이도형 세계일보 기자님. 이 작품은 최근에 드라마 판권도 팔린 걸로 압니다.
앗, 감사합니다. 맞다, 저 이 소설 출간 소식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기자 출신 혹은 현역 기자 소설가가 상당히 많네요.
저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사용하는 인성검사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SK그룹, 현대차그룹, CJ그룹, 네이버, 대한항공, 한국전력공사 등등의 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는 일이란 소위 우수수행자의 인성과 인지능력 등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걸 잘 측정하는 검사 도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라는 제목에 많이 끌렸습니다. 제가 일반 사무직과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카지노 딜러와 마케터, 호텔과 식당 서비스 직종, 스튜어디스, 서비스 기사, 휴대폰 판매인, 콜센터 직원 등 다양한 직무에서의 인성 요인을 이해하고 측정하는 요인을 다뤄봤지만, 이정연 작가의 <등대>에 나오는 것 같은 완전 럭셔리하고 비밀스러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어드는 식당은 처음 보는 터라 사실 어리둥절했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을 때 개연성이 떨어진다 싶으면 흥미를 확 잃는 편입니다. 조리실, 홀 등을 돌면서 실습을 시키는 걸로 나오는데, 요즘 회사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현장을 경험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개연성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제게는 매력적이었습니다. 빌런은요 인사 바닥에서는 반생산적 조직행동(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쓰입니다. 물론 인성검사에서도 중요하게 봅니다. 최근에 송지은, 조영윤 박사가 쓴 <오피스 빌런>이라는 책이 흥미를 끌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요, 코인 폭락과 구빵 물류센터 얘기를 감칠맛 넘치게 잘 읽었습니다. 누가 빌런인지 저는 잘 모르겠던데, 저만 그런 걸까요? ^^ 마지막으로 비건식당을 다룬 <식물성 관상>도 말하자면 작은 회사 얘기네요. 의식 있어 보이는 블루 오션 사업 하시는 사장님들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중 보이사는 SNS 팔로워를 정말로 늘려주는 좋은 마케팅 파트너를 만난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사업에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읽으면서 제가 만났던 조리장, 물류센터 팀장, 식당 영업 관리자들이 떠오릅니다. 사실주의 짱입니다!
하시는 일이 정말 흥미롭고 관심이 갑니다~ 회사의 HR같은 걸까요?? 다양한 직무의 인성요인을 이해하고 측정하다니 각 직무들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측정되는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진짜 신기한 일을 하시네요..새삼 직업의 세계는 정말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직업을 선택하시게 되셨어요? 읽다가 궁금해졌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둘째 주 (7월 6일 - 12일)에는 다음 세 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눌까 합니다. 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최유안 <쓸모 있는 삶> -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 '인성에 비해 잘 풀렸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제가 드리는 질문은 이 정도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나 다른 감상도 자유롭게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인성에 비해 잘 풀린사람> 정말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확! 와닿고 좋았어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란 평을 들으면 음~이미 하락세에 접어드는 게 아닐까요?? 내 인성을 사람들을 몰라야 하는데 알게 된거니까요??^^ 정말 몇몇 소수만 간신히 그 인성을 알게 하고 탄탄대로를 달린다면 정말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단명할 사주가 아니라면 음~ 그렇게 철저히 숨기기가 쉬울 수 있나? 의구심이 듭니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싶은데 한정된 에너지 속에서 내 모습까지 숨기며 달려나가야 한다면 정작 업무에 집중할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웬만하면 내모습대로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좀더 효율적이지 않을지~ 하지만 공동체를 살아가는 일원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화 가면은 그냥 필수템이 아닐까 합니다~
흥미로운 질문이니깐 답하고 넘어가보면, '인성에 비해 잘 풀렸다'는 평가를 받으면, 직장에서의 저와 가족에서의 저가 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직장에서는, 동료들한테 까칠한 사람 소리를 좀 들어도 원하는 것을 얻고 잃어버릴 것은 잃어버리는 냉담한 인간으로 보여도 상관이 없었고.. (근데 저한테 뭘 배우는 학생들한테는 잘 안됩니다. 학생들한테는 모범적인 인간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강박 속에서 살기도 하니까..) 가족이나 중요한 관계 안에서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약간 서운할지도. 나 열심히 사는 거 주변인들이 알 것 같기 때문에요. 이중적인가요...? 근데 삼중적(!)인 건, 글 쓰고 읽는 분들이랑 모이면 마냥 좋기 때문에...제가 마냥 좋아하기도 한다는 거..그리고 제가 직접적으로 아는 글 쓰고 읽는 분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라는 거. 제 속에 제가 너무 많네요..!
최유안 작가의 <쓸모 있는 삶>을 읽으면서 첫번째 질문이 떠올랐어요. 통역가는 멋진 '프리랜서' 전문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막상 이 글에서 보여지는 혜린이 하는 일은 계약서가 있어도 그에 따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온갖 요구를 다 맞춰줘야하는 가이드나 코디네이터 역할로 변해버렸지요. '정규직'이 줄어들면서 그 조건에 충족하지 않는 일자리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비정규직,' '알바,' '프리랜서' 등의 이름으로 주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법률적 지식이 없어서 이런 '정규직'에 반대되는 직종 간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어요. 차이가 존재하긴 하는 건가요? 남궁인 작가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에서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쓸모있는 삷>에서의 통역가 혜린이나 지난 주에 읽은 세 편의 주인공들이나 모두 직업에서의 불안과 부당함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여요. 그러고 보니, 8편의 글 중에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의 주인공만이 정규직이라 할만하네요. 지금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해요. 소수의 '정규'가 되지 못한 다수의 '비정규'의 위치는 용어에서마저 애매모호하게 가려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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