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단편> 나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걸까?

D-29
저는 '작가'도 하나의 월급받는 직장인처럼 생계를 위해, 돈을 위해 글쓰는 것임을 떳떳하게 내세우는 작가 모임인 줄 알았어요.
어, 그런데 사실 그 말씀도 맞습니다. 찾아보니까 제가 처음 ‘월급사실주의’라는 말을 쓴 게 2016년이더라고요. 당시 채널예스 인터뷰 링크를 올려 봅니다. https://ch.yes24.com/Article/View/31598 그때는 월급사실주의를 동인이라기보다는 어떤 특성을 지닌 30대, 40대 작가군 정도로 생각했어요.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비교적 장편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으며, 쓰는 글도 현실적이고 에티튜드도 현실적인,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 두각을 드러내는데 그런 우리를 ‘인상파’처럼 ‘월급사실주의’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산 자들』을 내고 나서 어떤 문예운동을 벌이고 싶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월급사실주의라는 이름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분명한 문제의식과 지향점을 갖춘 동인을 가리키는 용어로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나 과정은 또 적을 기회가 있겠지요? ^^;;;
링크거신 인터뷰 읽은 기억이 납니다~ 오래 마음에 두신 생각을 동인지라는 결실로 실현한다는 것이 대단하세요. 인터뷰에서는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는 개념이었는데 동인지로 나온 글들을 읽어보니 '월급사실주의'가 무슨 말인지 와닿는 것 같아요.
월급 받는 사람에 대한 진짜 진짜~!!!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
사실.....사전 정보 없이 '월급 사실주의'라는 단어를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장강명 작가님의 어느 북토크에서 책에대한 이야기를 하셔서 듣게 되었습니다. 어떤 규칙으로 글을 모으게 되었는지 까지요. 그래서 이런 규칙을 만드신 장강명 작가님도, 이런 규칙으로 글을 쓰신 작가님들께 뭔가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전 정규직으로는 일해 본 적 없고(여성, 아이가 있는 여성, 늦은 첫 취업, 첫 직장이 파견직/ 물론 정규직이 되려고 아둥바둥 산 건 아니었지만) 파견직과 계약직으로만 10년 넘게 일을 했던 사람인지라 두 권이 책의 거의 모든 글에 공감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직장인들은 이 책에 관심이 없달까. 독서모임을 하면서 독서 생활을 공유하는 분들이 꽤 있지만 그들 중에는 비정규직이 없는 건지. 책 재미있다고 현실적이고 일을 하는 누구나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반응이 없더라고요 ㅠㅠ;;;; 그들에게 이 책은 SF 소설인 것처럼.... SF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이니까,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있다고? 설마~할 테니까요. 작년부터 제 머리 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책이, 독서가 과연 국민이면 누구나 접할 수 있고 취미가 될 수 있는 게 맞는가 하는 겁니다. 저소득층이, 빈곤층이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고 있을까, 가까이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니더라고요.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지만 이용할 줄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고, 책에 관심이 없거나 먹고 사는 게 우선이라 책을 볼 여력조차 없는 이들이 많은 거죠. 솔직히 독서 모임에 나오시는 분들 중에 중산층 이상인 경우가 90프로 이상이라, 점점 독서가 고급 취미가 되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 길어졌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온 주인공들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이 책을 읽을까?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면서,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함도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봅니다^___^;;;; 널리 널리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저도 독서가 과연 일반적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좀 걱정스럽긴 합니다 정작 <월급사실주의>책을 읽어야 할 분들은 하루하루가 살기 바빠서 유튜브나 릴스로 퇴근 후 고단함을 달래고 독서모임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중산층 이상이셔서 그들의 고민은 이 지점과는 다른 곳이시지요~ㅜㅜ 어른이 되었을 때 취미나 일상적인 습관은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으로 형성되는데 부모님과 학교와 함께 책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청소년들이 지금 얼마나 될지 회의적입니다(그 점에서 책과 친숙하도록 예비 부모나 부모들과의 독서문화 탐색교육과 학교에서 책놀이 교육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도서관을 많이 많이 지어서 요즘같은 폭염에 에어컨 바람이라도 땀을 식힐 수 있는 휴식 공간 및 책들 사이에서 보물찾기등의 책과 관련된 여러 행복한 기억들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방 소도시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도서관을 많이 방문했는데 주변에서 좀 이상한 시선으로 보더라구요~특이한 엄마 정도 아니면 학구열 불타는 엄마정도~^^;; 저의 지극히 개인적 취미때문이었는데~ 이 지점은 정치에서도 반영되어 정작 이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적절한 정당 지지를 좀 하기 힘들어 보이는 안타까움도 보이더라구요 저도 월급사실주의 책들이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탄광 안의 카나리아의 역할을 꾸준히 해줄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그래도 많은 작가님들이 동참해주시니 십시일반으로 더 나아지겠죠^^ 저와 같은 일개 독자들도 숨어있다 나타나구요^^
@hyeyum32 @거북별85 님 저도 비슷한 걱정을 요즘 하고 있는데... 두 분 의견 모두 반갑습니다. 책이 독자 개개인에게 미치는 힘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굳게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책 많이 읽으세요, 책 좋습니다’ 하는 이야기는 흔들림 없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된 세상에 책이 어떤 힘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져요. 그렇다면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책을 쓰는 것도 부질없다는 짓 아닌가. 책을 읽는 소수의 사람들끼리 세상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떠들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월급사실주의 소설을 쓸 게 아니라 유튜버가 되어서 세상과 ‘맞다이’를 떠야 하는 거 아닐까...? 글쎄요, 아직 그런 생각까지는 들지 않습니다만... 원래 SNS를 거의 안 하다가 올해 2월 즈음부터 페이스북에 글들을 올리고 있는데 이런 회의감도 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전까지는 제가 세상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그냥 책으로 쓰면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서글픕니다. 이런 공간에서나마 책 좋아하시는 분들과 말씀 나누게 되니 너무 다행스럽고요.
역사학자의 글인데요, 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힌트를 주는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독서가 취미로 된 게 인류 역사에 얼마 안 되는 일이네요. 게다가 여가 시간을 놓고 이전엔 영화, TV, 지금은 동영상 스트리밍과도 경쟁해야 하고요. 책이 좋은 분은 계속 읽겠지만, 경쟁자가 적던 한때의 영화를 되찾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참, 도널드 서순의 유럽문화사 보면서 출판 산업을 포함한 문화 산업의 역사를 훑어보니 좋네요. ^^
사사키 아타루가 ‘문학의 종말’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도스토옙스키가 살아 있을 무렵 러시아에는 문맹률이 90퍼센트였다면서 나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세상이 책을 읽는 엘리트 독자 계층과 책을 읽지 않는 동영상 시청자 계층으로 나뉘게 되는 걸까, 그리고 결국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엘리트 귀족들일 테니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면 세상에 영향력도 미칠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서글프기도 해요. 제가 바라는 게 너무 많지요? ^^ 글 감사합니다.
이런 고민도 있습니다. 신문 칼럼을 써야 할까, 말까? 제가 쓰고 싶은 내용들은 대체로 단행본 분량을 요구하는 생각들인데, 칼럼 분량으로는 도저히 소화를 못합니다. 그런데 독자 수는 칼럼이 훨씬 많죠. 단행본으로 써도 누가 읽는지 잘 모르겠고요.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칼럼이 더 세상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거 같고, 칼럼은 쓸 때 그다지 힘들지도 않고요. 당분간 쓰지 않을 생각인데 그만둘 결심을 할 때 꽤 고민되더라고요.
칼럼을 읽는 독자가 훨씬 많지만 작가님의 생각은 단행본 정도는 되어야 담을 수 있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담는 글은 미학적 글보다도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개인적 소견이지만 유튜브나 릴스에서 한 연예인을 파다보면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선택없이 끊임없이 관련 영상으로 이끌잖아요?? 글도 처음에는 카드뉴스나 칼럼 또는 지식채널e의 짧은 영상에서 시작했다 이와 관련된 더 깊이 있는 단행본이나 장편으로 이어주는 알고리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믐이 그런 공간이 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네요. ^^ 김새섬 대표가 혼자 UI, UX 관련 서적 읽고 끙끙거리며 이것저것 설계했는데 어떤 건 뜻대로 되었고 어떤 건 그렇지 않아요. ㅎㅎㅎ
ㅎㅎ 전 기계치이지만 김새섬대표님 응원하는 마음만 가득 보내드립니다~♡ (문과생의 한계 : 실현화시키지는 못 하면서 상상의 나래는 끝없이 펼친다 ^^;;)
김새섬 대표에게 잘 전하겠습니다~~. (저는 공대 나왔는데도 기계치입니다. 키오스크 주문도 쩔쩔 맵니다. ㅠ.ㅠ)
여력이 있다면 쓰셔야 합니다. 어쩌면 여력을 만들어서 쓰셔야 합니다.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면요. 그리고 해외 독자에게 연결되고 싶다면 연결 고리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위고, 디킨스, 안데르센 모두 자기홍보와 마케팅의 대가였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디킨즈가 강연 많이 다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디킨즈 포함 위고나 안데르센까지도 마케팅의 대가였다는 말씀을 들으니 분발해야겠다 싶네요. 그런데 활동 경계를 어디까지로 잡아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이 됩니다. 사실 신문 칼럼을 직접 쓰는 것보다 SNS에서 이런저런 사회 문제, 혹은 남의 글에 일침 놓는 게 더 영향력은 클 거 같거든요. 간혹 주변 동료 작가들이 SNS 절필 선언을 하시는 걸 보는데 다른 분들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시는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곤 합니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번갈아 하든지, 섞어서 하든지, 버무려서 해야 영향력이 생깁니다. ㅎㅎ
잘 비벼보겠습니다! ^^
몰랐던 사실인데 대문호분들도 무척 바쁘셨겠어요!! 마케팅도 하고 위대한 작품도 쓰시고!! 왠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그런데 그 분들이 어떻게 마케팅하셨는지는 궁금해지네요~^^
저희 남편도 '미세좌절의 시대' 읽고선 지면에 한계가 있어서인지 너무 짧아서 작가님이 본인의 생각을 펼치다 만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어요. (책은 제가 사고 읽는 건 남편이 읽고~부창부수) 단행본으로 써야 할 주제들이었다고 꼭 전할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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