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단편> 나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걸까?

D-29
비건주의를 보면 마치 유럽의 중세시대에 종교가 인간을 억압하던 게 떠올라요. 이상주의는 좋지만 그게 과연 인간의 생물학적 요구에 우선한다면 과연 추구할 만한 '선'인가 싶거든요. 사실 비건이라는 것도 인도의 Jainism이라는 종교에서 나온 수행방법이잖아요. 요즘들어 비건주의가 인기를 끄는게 과연 소셜 미디어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한은형 작가님께서 <식물성 관상>에서 '패션 비거니즘'을 해부해주셔서 반가왔어요. 이 글에는 '실체'와는 상관없이 '실속'을 위해서 서로서로 이용하는 사람들만 나와서 참 불편했습니다.
요새 뭐가 됐든 비건을 갖다 붙이는 것이 맘에 안 들었는데, 그런 걸 '패션 비건'이라 부른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됐어요. 어떠한 것들에 대한 진정성 없이 유행이라고 좋은 의도라고 대세를 따르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해져서요.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한 번씩 생각해 보고, 내가 진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라면 왜 그런 건지 생각해 보는 자세들이 필요한 거 같아요.
패션 비건이 뭐? 꼭 진정성 있는 비건만 있어야 된다는 법칙이라도 있어? 아니다, 진정성이라는 건 낡은 가치야. 진정성 없는게 이 시대의 진정성이라고 해도 되겠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한은형 <식물성 관상> 258 페이지, 남궁인 외 지음
하지만 말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일어날지도 모를 갈등을 미리 해결하는 게 매니저의 일이라는 보이사의 말 때문은 아니었고, 뭐라고 할 근거가 없었다. 민지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스태프를 잡도리할 수는 없으니까.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244p, 남궁인 외 지음
이런 일을 벌이게 해서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보이사가 민지는 원망스러웠고, 이런 쪽팔림이 월급을 받는 대가라는 생각에 이르자 얼굴에 이어 귀까지 달아올랐다. 하지만 민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야 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254p , 남궁인 외 지음
예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급을 선생님들께 공지하라던 대표님의 명령에 -> 같은 직극의 직원에게 이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더니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라며 같이 대항하기를 피하길래 -> 혼자 대표님께 한 마디 했다가 모멸감 느낄 소리를 듣고 패배하여-> 결국 선생님들께 공지했다 선생님들께 엄청난 항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가끔 '월급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를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첫 주에 함께 읽을 작품으로는 비교적 생소한 직종의, 딸린 식구가 없는 젊은 사람이 주인공인 듯한 글들을 묶었습니다. - 내가 몰랐던, 가장 생소한 모습은 어떤 일의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 어느 순간,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셨나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이나 다른 감상을 자유로이 답글로 남겨주세요.
세 작품 모두 제가 모르는 직업들을 다루어서 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가장 생소한 모습은 <등대>에서 그려진 복어 손질하는 주방 장면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런>에서 그려진 물류센터 일이 들어보기만하다가 실제로 그 안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깊었어요.
<등대>의 설희와 <식물성 관상>의 민지에게는 '어서 빠져나와!'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둘 다 성실한 사람이니 어디서 일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결국 찾게 될텐데, 등대처럼 불법이 이루어지는 곳이나 보이사같은 이중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놓는 사람 밑에서 굳이 일할 필요가 없다고. <빌런>의 도지윤은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거에 더 나아가 맘에 안 드는 인간을 쫓아낼 정도로 일터를 장악해버리는 <빌런>이 되었으니 별로 해 줄 말이 없는데, 어찌보면 '월급사실주의'의 생활에서 주도권을 쥐고 살아남으려면 '빌런'이 되어야 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등대>의 설희와 <식물적 관상>의 민지에게는 카페에 데리고 가서 토닥여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분명 성실하고 곧은 마음이 있으니 좋은 사람들만 만나면 새로 시작하면 될 듯 합니다 그런데 <빌런>의 도지윤과 그 장소는 물론 어디서든 많이 계시겠지만 아찔합니다! 마주할 일 없길 바라며 오늘도 뚜벅뚜벅 제길을 가야겠네요~^^
여태껏 잘 이겨낸 설희는 일어나서 헤쳐나갈 거예요. 복어 독이 아니어도 그럴 힘이 있는 인물이예요. 그곳을 벗어나 나은 삶을 살길... 등대2를 쓸까요?
어! 결론을 열어 두셔서 전 복어 집어 먹는 쪽으로 상상했는데, 안 집어 먹었군요! 아 다행
설희가 먹었을지, 손님이 먹었을지 혹은 식당 괸계자가 뒤짚어썼을지 모르죠. 독자들의 상상으로 남겨둘게요.
사실, 저도 설희가 그 상황을 모면하려면 복어를 먹었겠구나 생각하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었어요. 그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진짜 등대가 보이는 곳에서 불안에 떨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 나오면 좋겠는데, 사실, <등대>의 범죄 스릴러같은 분위기가 인상깊어서 살을 더 붙여서 영화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려면 설희는 여전히 맘이 편치 않게 살아야겠지요?
설희의 전투력이 높아져야겠어요. 영화화한다면 조용히 지내지만 실은 엄청난 내공을 가진 인물로 가는 게 어떨까요? 현실이 답답해서인지 요즘 화끈하게 복수하는 소설과 영상이 늘고 있는데 등대2에서는 강력한 설희로 돌아오겠습니다.
저도 참여하고싶습니다!
모임지기 @CTL 님의 격려를 받아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가님들 알리는 실없는 퀴즈’ 시리즈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맞추신 분께는 제 마음을 또 드려요!! 문제 2)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의 첫 번째 단편은 남궁인 작가님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입니다. 남궁인 작가님은 에세이스트로 유명하지만, 저는 소설도 이렇게 잘 쓰실 거라고 진즉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남궁인 작가님의 짧은 단편소설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 작품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힌트: 유명 컴퓨터 게임을 패러디한 제목입니다.) ①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서는 남성 간호사의 이야기 「솔리테어」 ② 소방센터에서 일하는 젊은 공보의의 하루를 다룬 「콜 오브 듀티」 ③ PC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웃픈 삶을 묘사한 「디아블로 이모탈」 ④ 가난한 남녀의 궁상스러운 데이트 이야기 「캔디 크러시」 ⑤ 지하철에서 아저씨가 이상한 말을 걸어온다 「마인-크래프트」
저는 게임이라곤 스타크래프트 밖에 모르니까 5번..!
마인크래프트도 유명한 게임 이름이에요! ^^
저는 역시나.. 게임쪽으로는 아는 게 없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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