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과학은 자연에 대한 관념에 기반하여 자연과 인간 사이에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p26 진실은 닫힌 마음에게는 영원히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p46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미래 인류와 문명의 씨앗. p64 기계의 무한한 복잡도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면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직관과 통찰로 이루어진 낭만적인 사고법도 필요하다. p69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유한하지만 순간순간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의 복잡도는 무한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65페이지, 박주용 지음
우리는 과학을 흔히 사물의 이치를 근원적으로 이해하려는 학문으로 알고 있다. 그 탓에 가와 나 두 가지 학문이 있다고 할 때 어떤 것이 더 근원적인지 비교하며 어떤 학문을 다른 학문의 뿌리라고 생각하곤 한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57페이지, 박주용 지음
제목과 '포스트 AI 시대'에 관한 부제만을 접하고 사전 지식 없이 읽은 책이라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맥락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서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 1장을 읽었습니다. 이런 게 새로운 책을 읽는 묘미 같기도 하네요. 파편적인 과학적인 소재들이 저자의 에세이적인 일상과 인문학적인 단서들과 얽히면서 다양한 메뉴의 단편들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내용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간단히 질문이나 요청을 드려도 되겠죠? 교수님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복합계적 시각으로 환원주의를 배격하고 낭만적 사고를 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복합계적 시각은 일종의 선언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실천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즉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변수와 그 관계성의 범위가 제한되는 이유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지 연구 태도나 관점의 차이 때문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박주용 교수님이 이 부분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중요한 질문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문을 다시 읽어보니 다행히 제가 특정 철학을 "배격"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네요 :) @윈도우 님의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는 표현에서 이것이 옳은 것을 알지만 (능력 등의) 부족이라고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받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더욱 더 잘게 쪼개면 진실에 다다간다는 (과학에서의) 환원주의의 그보다 더 본질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자에서 소립자로, 소립자에서 끈(초끈)으로 쪼개면 쪼갤수록 우리 세상을 이루고 있는 분자, 생명체, 사회를 이해하는 데서는 갈수록 더 멀어지고 있는데, '초끈으로부터 사회의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능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봅니다. 시스템이 크기(이걸 스케일 scale 이라고 부릅니다)가 올라갈수록 생겨가는 성질들이 "본질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환원주의적 "기본" 공식으로는 알 수 없다고 보는 관점이고, 단순히 선언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제가 환원주의적 방법론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마, 복합계적 접근에 너무 미리 한계를 지웠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청명하다 '근대 학문 체계의 한계를 짚고있다'는 점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좋은 질문 해주셔서 어제 저도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질문과 토론 부탁드립니다~!
교수님께서 세세하게 답을 해주셨지만, 여기에 보태보자면 저는 이 파트가 과학을 포함해 근대 학문 체계의 한계를 짚는다고 느꼈습니다. 분업과 분과를 통해 보다 깊숙이 해당 분야를 익히고 탐구할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해 각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영역의 한계가 지어지고 연결을 위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해졌으니 말이에요.
1장은 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범위, 성격 등을 탐색해보는 내용으로 읽었습니다. 특히 p.27의 소제목인 "과학자의 오만을 깨부순 현대과학의 탄생"처럼 과학의 오만에 대한 경계, 그리고 그것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한 예시를 통해 알려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수포자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평소에 확률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해왔는데 베이지언을 통해 생각보다 깊은 고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색에 관한 괴테의 실험도 인상 깊었습니다!
베이지언은 확률의 기본 정의에서 한 줄로 유도할 수 있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공식인데도, 새로운 데이터를 처리해서 추론할 때 더할 수 없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신기해할 때가 있습니다. 길 위에 돌멩이가 보일 때 돌아갈 길을 찾는 자율차나, 바다에 추락한 여객기(말레이항공 MH370 등)를 찾는 수색대 모두 베이지언 공식에 의존하니까요. 괴테의 색채론도 눈에 단순히 보이는 대로 기록하는 일로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레티넥스(RETINEX)라는 강력한 현대 시각인지론의 뿌리가 되었고요. 과학에서도 일상에서도 '단순함'이 약점이 아니라 발전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나는 과학과 문화의 진정한 연결고리는 그것들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깨닫고, 이로부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 조각의 시공간을 끊임없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모습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7쪽, 박주용 지음
사람의 이야기에서 찾아야한다면 결국 과학도 인문학의 영역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46 진실은 닫힌 마음에게는 영원히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1-1 1장만 읽은 시점입니다. 문화물리학이란 뭘까, 아직 궁금합니다. 우리의 직감과 감각은 환원주의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위력을 빌휘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유명한 피타고라스 학파, 아인슈타인, 뉴턴 마저도 과학이 신념이 되어 미래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들이 인상깊습니다. 환원주의로는 복합적 현상들을 설명하기 어렵다는걸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나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드 ‘빅뱅 이론’의 쉘든이라는 인물은 모든 학문과 우주의 근본이 이론물리학이라 여겨 다른 학문은 천대합니다. 이런 장면이 코미디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물리학을 근원으로 안정하더라도 다른 학문의 가치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 다들 공감하기 때문 일 것입니다. 위인들의 사례와 환원주의의 어려움이 대한 설명은 우라의 샹각을 틀에 가두지 않는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틀을 만들면서 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직감만을 믿고 뛰어들어 실패한 사례는 너무 많습니다. 다음 장애서는 어떤 아야기가 이어질지 얼른 읽어봐야 겠습니다.
@박주용 안녕하세요. 덕분에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삶의 자세”(p.320)를 여러 측면에서 점검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다루시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념, 그러니까 제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과연 지식 생산과 삶의 방식 전반에 있어 보편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예를 들어 자비네 호젠펠더(Sabine Hossenfelder)라는 이론물리학자는 <수학의 함정: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물리학자들>(Lost in Math)라는 책에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수학을 고르는 과정에서 미학적 기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고”했는데요. 저는 책으로만 읽었지만. 과학자들이 이론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려 ‘이론’의 과도한 미학적 이상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비단 과학계에만 해당하지는 않는 얘기 같기도 하고요. 이와 관련해 저자께서 생각하시는 “아름다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시 님,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처음 뵙겠습니다. 정말 깊고 중요한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아름다움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제 개인의 연구사에서 아름다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호젠펠더 박사의 강연/토론 영상을 찾아보면서 제가 드리고 싶은 대답을 스케치해보았습니다. 시공간만 허락한다면 끝없이 방대한 대답을 낼 수도 있는 큰 질문이기 때문에 여기서 저는 정말 표면만 긁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과학 연구도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활동이기에 매순간 연구자를 이끌고 가는 원칙(guiding principle)은 있을 것입니다. 길을 잃어서 헤매거나, 다음 단계를 구상할 때 갈 길을 골라야 할 때도 중요한 내적 지침이 됩니다. 그 가운데 간결성, 대칭성을 가진 '수학적 아름다움'은 분명히 큰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예로는 천체의 움직임과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 지동설이 있습니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계 행성들이 태양을 정중앙으로 하여 완벽한 원운동을 한다고 주장했는데, 최고 수준의 간결성(모든 행성이 완벽히 닮은 궤도를 지니므로 이론이 단순해짐)과 대칭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학적 아름다움이 이론의 정합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증거도 되고 말았습니다. 행성들이 완벽한 원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관측되면서 조금 더 낮은 수준의 대칭성으로(타원, 포물선을 포함하는 “원뿔곡선 운동”을 한다는) 내려앉을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원뿔곡선으로서 영원히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도 않는,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혼돈(카오스)의 다체계라는 것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수학적 아름다움의 추구가 중요한 물리학 이론들을 찾아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역사적 사실이기에(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고안할 수 있도록 머릿속을 잘 정돈해주었지요) 여전히 그에 매료된 물리학자들이 있는 것은 백분 이해 가능합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실험(검증)가능성을 핵심으로 삼는 과학 연구의 기본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린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 요즘은 더 일반화시킨 membrane theory라고도 합니다)도 탄생하긴 했는데, 실험으로 검증할 수 없으니 유일한 원칙으로 수학적 아름다움(논리의 정합성을 증명할 수 없는)만 남아버린 상황이 오긴 했고, 호젠펠드 박사 등은 이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분야에 일하던 친구의 말에 따르면, 초끈이론을 검증하려면 태양계보다 큰 입자 가속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물론 그런 방향으로 가버린 일부를 제외하면 다수의 물리학자들은 수학적 아름다움과 실험/관측의 두 가지 원칙 모두에게 인도를 받고 있고, 어느 하나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대칭, 간결성을 갖진 않았을지어도 수학적 모델이 실제 관측과 맞아떨어질 때는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 연구에서 제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의 개념은 여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쓰다보니 머릿속에 계속 이야기라 떠오르는데, 오늘은 일단 이 정도만으로도 약간의 답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D 감사합니다! == 사족으로 이 문제를 두고 대립했던 두 명의 물리학자 이야기가 떠올라 적어보겠습니다. 쿼크(quark) 소립자 이론의 머리 겔만과 고체물리학(solid-state theory) 이론의 필립 W. 앤더슨인데요, 겔만은 단 몇 개의 쿼크 입자로 완성되는 “깔끔한” 이론에 대비하여 정확한 해법도 잘 안 나오는 solid state physics를 대놓고 squalid(더러운) state physics라고 비하했는데, 앤더슨은 이에 대해 more is different 라는 말을 들고 나와서 solid state 같은 복잡성은 이상적인 “깨끗한” 상태에 대비되는 “더러운” 상태가 아니라, 복잡하다는 것 자체를 본성으로 하는 새로운 상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쿼크(quark)와 같은 소립자 이론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소립자 이론의 한계를 보여주며 다체계 물리학(many-body physics)의 이론적 토대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과학 이론의 “아름다움” 관점에서 생각하면, 앤더슨은 아름다움을 “수학적”이라 불리는 아주 좁은 정의의 영역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역시 교수님께서 현장에서 연구하셨던 물리학자이신지라 재미난 이야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은 문학이나 건축 같은 예술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못지 않게 오래도록 “guiding principle”로 작용해 왔겠구나…라는 부분을 교수님 말씀에서 확인한 것도 같고요. 이것이 표면만 긁는 수준이라면, 다음에 아예 이 주제로 책을 써주셔도 너무 좋겠는데요. 저는 특히 아름다움과 이론, 객관성의 관계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론’으로 조금 빠지면, 앞서 장맥주 님께서도 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주셨는데요. 과학 이론이든 철학이든, 언어를 바탕으로 세우는 ‘이론’이라는 존재는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생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성하고 테스트하고 사회와 함께 조율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야에 따라 실용주의자들은 이론을 극구 폄하하는 일도 빈번하지만요. 하지만 “이론이란 것은 도대체 뭐 하는 것이고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지점을 놓고 봤을 때, ‘관점’ (장맥주 님께서 언급하신), ‘원칙’ 또는 ‘가이드’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인식적 덕목’(epistemic virtue), ‘합의’, 그리고 또, 이론의 ‘가독성’, ‘소통력’, ‘쓰임’, ‘미학적 덕목’, 그리고 이론을 구성하는 언어와 시각적 support의 성격들 등에 대해서도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마련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thinker들이 세상을 유연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듭니다. 다시 한 번 말씀 감사드리고요. 특히 사족, 너무 재밌습니다! 앞으로도 교수님 책을 통해 만나뵙고, 많은 이야기 들려주시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요시 님 안녕하세요. 언어, 이론 등에 대한 전문가이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론의 의미와 구성에 대한 귀한 말씀을 통해 저의 생각은 물론, @장맥주 님께서 올려주신 관점도 새로운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책을 좋게 읽어주신 점에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책 등을 통해 만나뵐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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