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이 창작하고, 인간이 즐기는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주관성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116, 박주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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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y
저는 ai를 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 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질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사용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ai를 통한 복제 행위가 저작권과 창의성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발견된 것들이 다른 개인에게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해놨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이 겪는 일에 대한 감정과 느낌들을 온전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만큼, 그 미묘한 틈새를 메우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은 대단한 발명이 아니라 작은 발견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개개인의 경험에 빗대어 학습된 ai가 만들어내는 예술은 개인의 경험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밈처럼 한정된 놀이요소가 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동아시아
말씀해 주신 내용을 저는 역시 영화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곤 했습니다. 필름 시대와 비교해 스마트폰으로도 고화질 촬영이 가능해진 지금은 영화 제작의 장벽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고, 그만큼 제작 편수도 늘었지요. 그런데 늘어난 제작 편수에 비례해 창의적인 작품의 수가 늘지는 않은 듯합니다. 왜 창작의 영역에서는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 걸까요? 과거에는 그만큼 능력이 검증된 창작자들이, 검증된 시나리오를 제작해서 그런 걸까요? 요즘은 그런 치열함이 줄어든 걸까요? 혹은 과거의 작품은 '좋은 작품'만 남아 소비되기에 제가 '그때가 좋았지' 식의 착각을 하는 걸까요? 곧 촬영 없이 AI에게 명령어만 입력하는 방식으로 만든 영화가 나올 텐데, 그리고 창작자의 수도 작품의 수도 훨씬 늘어날 텐데, 그만큼 좋은 작품이 늘어날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AI가 인터넷 밈을 만드는 놀이 수단에 그칠 수도 있겠지요.
greeny
오오 좋은 포인트를 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말씀해주신대로 그때가 좋았지라는 식의 착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끔 sns에서 요즘 노래는 옛날에 비해 너무 금방 지나간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요. 그러면 그 아래에 서로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근데 생각을 하다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예술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대하는 모든 것들은 각자의 시각과 경험에서 녹아져나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시각과 경험은 대다수가 과거예요. 미래를 상상하는 것보단 과거를 복기하는 것이 더 빠르고 쉽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보다 쉬운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 고 바라보아 과거가 미화되고 보다 더 좋아보이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당연히 알 수 없는, 다가올 미래보단, 내가 알고 익숙한 과거에서 좋은 것을 찾는 게 인간의 심리라 여겨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나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시대에서 내가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걸 인지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ai로 학습하는 것들이 상황의 커다란 문맥을 읽는다고 한들, 복사되어 여기저기 퍼지는 많고 똑같은 내용의 컨텐츠들을 ai가 구분하여 제외하지는 못해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창작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메롱이
영화와 관련해서는 약간 다른 생각도 듭니다. 어찌보면 문맹율이 거의 0 에 수렴하는 대한민국에서 왜 좋은 소설 작품들이 많이 안 나오는가라는 의문과 유사한 맥락 같아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던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세대의 경우 가정용 8mm 카메라가 보편화된 시대에서 성장했던 배경이 있고 마블과 DC 영화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건의 경우는 어릴적 홈비디오 카메라로 영화를 찍은 세대입니다. 다만 이들이 성장했을 당시에는 영화라는 장르가 세계의 주류 장르였고 성장기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지향해볼 법한 목표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오늘날 유튜브로 넘어간 거 같기도 하고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영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몽타주를 고민하는 대신에 롱테이크의 브이로그가 담긴 유튜브다 단발적인 틱톡 영상을 그만큼 고민하고 만들어내고 있는 거 같아요.
동아시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제가 작곡도 녹음도 쉬워졌는데 왜 (다른 장르에 비해) 예전만큼 좋은 록 음악이 많이 안 나올까 궁금해하고 있던 셈이네요 : ) 다만 여전히 영화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틱톡 세대의 감각이 영화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해 봅니다!
나무가되고싶은늘보
"변화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익숙하고 안락한 정상상태를 깨버릴 수도 있는 섭동을 겪는 것은 사뭇 두려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두렵다는 이유로 변화와 섭동을 피할 수는 없다. 변화로부터의 도피는 인간에게 허락될 수 없는 것, 허락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태초에 시간과 공간이 생겨난 빅뱅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우주라는 혼돈의 모서리에서 끊임없이 일어난 변화와 파국, 그리고 적응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164쪽.
강츄베베
“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잡스는 이렇게 답합니다. "창의란 그저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해 내는 일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을 해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그 비결을 물어보면 살짝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남들보다 먼저 보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 한 것을." 데이비드 봄처럼 스티브 잡스도 창의성을 '남들과 다른 연결을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p213, 박주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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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창의성이란 세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적인 구조를 찾아내는 능력 (데이비드 봄)’이라든지 ‘그저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해 내는 일(스티브 잡스)’이라는 정의가 머리 에 남습니다.
하뭇
에펠탑을 너무 싫어해서 매일 에펠탑에 와서 식사했다는 나이 든 파리지앵 신사는 소설가 기 드 모파상 아니었나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동아시아
2-2. 예술과 창의성에 대한 여러분 각자의 정의를 말씀해 주세요. 책에 있는 내용을 확장해 주셔도 좋고, 자신만의 정의를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밍묭
저는 예술은 살아남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누군가로부터 예술이 나오고, 누군가가 죽어 없어져도 그 예술만은 살아 움직이는 것. 그리고 그 예술이 남은 사람들에게 창의성을 주는 것. 이런 순환 사이클이 일어나는 것이 예술의 정의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메롱이
작가님은 '우아함'을 예술과 창의성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꼽으시더군요. 저는 불가해성인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예술 신비주의 쪽으로 빠지려는 건 아니고 이진법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예술의 모호성 덕분에 예술이 인류와 동반자 관계 속에서 지금까지 지속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간만큼 모호한 존재가 없는 거 같고 그런 점에서 예술과 인간은 진화하는 동안 계속해서 서로 닮아가는 모습일 거 같아요.
메롱이
마침 같이 읽고 있는 김훈 작가의 산문집에서 이번 장과 겹치는 주제가 보여서 옮겨봅니다.
"수학은 물적 세계의 구조와 전개를 해명하려는 순수이론이지만, 인간 정신의 합리성에 바탕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속내가 정신에 의해 밝혀지게 되는 비밀을 나는 말할 수 없다. 음音의 물질성 안에 희로애락의 정서가 들어 있을 리가 없지만, 그 추상적 파동들을 모아서 편성한 음악이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감당하게 되는 비밀 또한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송세월 - 초판한정 김훈 문장 엽서삶의 어쩔 수 없는 비애와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 김훈. 그가 《연필로 쓰기》 이후 5년 만에 독자들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산문으로 돌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치밀했던 그의 ‘허송세월’을 담은 40여 편의 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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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2023
요즘 AI로 창작한 시, 소설, 노래 등이 많이 나오고 이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예술인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호모 크레안스. AI를 지배하는 사람의 힘을 믿습니다
창의성이 예술이나 영감에서 오는 것이라면 AI는 과연 학습된 데이터를 가지고
스스로 영감이나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청명하다
2-2 개인적으로 창의성은 축적된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면서도 말솜씨, 글솜씨처럼 어떤 심상을 표현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그것이 창의성이라는 이름으로 발현한다면 어느 유형을 만들고 시대를 선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예술을 수용하는 이들의 태도도 중요할 것입니다. 어떤 것이 예술사에 남을 작품이 되느냐, 그것은 학술적인 정리일 수 있고, 대중적인 기호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죠.
지금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일립예고 학생들>에서는 'AI가 그릴 수 없는 그림'이라는 에피소드가 나와서 재밌게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D
깐따삐야337
엇.. 좋은 웹툰 추천 감사드립니다. 읽기 시작했어요. !
장맥주
저는 여기서 제가 쓰고 있는 책 광고를 해보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프로 바둑기사 29명과 바둑전문기자 등 바둑 전문가들을 만나서 인터뷰했고 논픽션을 한 편 쓰고 있어요.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때문에 바둑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바둑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 논픽션에서 다루려는 주제 중 하나가 예술과 창의성이에요.
2016년 알파고와 대국 직전에 이세돌 9단이 JTBC에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여기서 손석희 앵커에게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갖지 못한 자신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사람만이 갖는 창의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때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109366?sid=103
그리고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을 지켜 본 많은 바둑기사들은 알파고의 바둑에 대해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평가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8/0000124446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2954702?sid=10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8249972?sid=105
그러면 창의성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죠. 적어도 창의성이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AI도 할 수 있다고요.
몇 년 뒤 이세돌 9단은 은퇴했고, 은퇴하면서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는데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사실 이게 예술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일종의 게임이 된 거 같다.”고 말합니다.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프로 기사 분들에게 여쭤봤는데 대답들이 굉장히 재미있더군요. 바둑이 예술이냐, 스포츠냐 하는 논쟁은 알파고 이전 1990년대부터 있어왔기도 해서 참조할 만한 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뭐냐 하면... 논픽션에 잘 쓰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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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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