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법", "법칙"이라는 말을 제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분야가 물리학과 법학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비교할만한 지점들이 은근히 많습니다(제가 생계를 위한 연구 주제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어서,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생기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법이라는 게 일상생활에 워낙 많이 침투해있는데 사법을 지금까지는 모두 사람의 손에 맡기다보니 AI 같은 기술로 인해 공정성, 신속성 등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사고 있습니다. 챗GPT 나오면서 변호사, 판사가 곧 사라진다는 소리에 법조타운도 많이 떨었다고들 하고(친한 율사들의 전언).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도 "아,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지"를 새삼 깨닫고 안도를 했다고 합니다. AI가 사람의 마음이나 처지를 이해하는 수준이 되기 전에는 법처럼 기계적으로 보이는 분야에서도 힘을 제대로 쓰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장맥주 님의 상상처럼 봐주기 없는 세상이 돼서 모두가 전과자로 살게 되면서(이런 게 SF 작가님의 상상력이군요! 정말 흥미롭습니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초를 훔치는 것은 죄인가"라는 깊은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로 정해져버리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돼버릴 것 같습니다 :)
흥미로운 상상이라고 교수님이 칭찬해주시니 어깨가 으쓱으쓱합니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초를 훔치는 것은 죄인가"라는 깊은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로 정해져버리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돼버릴지 모른다〉라는 게 제가 AI 시대에 대해 가장 깊이 우려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터미네이터나 일자리 문제는 인류가 무서워서 미리 대응할 거 같은데, 저런 가치 하락 혹은 가치 파괴의 문제는 벌어지고 난 다음에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요. 법조인들은 벌써 AI 충격을 고민하는군요. 제가 그나마 어느 정도 아는 문학출판계나 언론계는 딱히 별 고민은 안 하는 거 같습니다. ‘내일 먹을 밥이 없는데 모레 식사를 고민해서 무엇하나’ 하는 마인드인 거 같네요. 법칙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쓰는 학계가 물리학과 법학이라는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오래 전부터 궁금했던 문제가 하나 떠올랐어요. 혹시 교수님께 여쭤 봐도 될까요? 저는 ‘이론’이라는 단어가 과학계와 사회과학계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계에서 이론은 가설과 같은 의미이고, 검증해야 할 대상이며, 그 자체로는 그냥 들어볼 만한 이야깃거리 정도인 것 같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과학계에서는 그런 의미로 사용되는 게 아니고,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하며 어떤 생각의 준거처럼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회과학계에서 연구자들이나 작가들이 ‘누구누구의 이론에 따르면 무엇무엇은 아주 안 좋은 현상이다’ 하고 말할 때 가끔 ‘그 이론이 왜 옳다고 가정해야 하지? 입증된 건가?’ 하고 궁금해 하곤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저만은 아닐 거 같은데, 혹시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나 글 같은 게 있을까요? 읽고 공부하고 싶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아직 의견은 분분하지만, 한 순간에 확 불타올랐다가 ChatGTP로 엉터리 서면 작성했다가 자격증 박탈당한 미국 변호사 얘기가 알려진 즈음에 확 불이 꺼진 느낌이긴 합니다. 조금 더 관찰해보겠습니다 :) == 이론이라는 것의 대해서. 물리학에서도 확증이 거의 다 된 썰, 확증이 더 필요한 가설의 의미로 모두 쓰이기는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암흑물질 이론에 의하면..." 이 두 표현 모두 아무 문제 없는데, 일반적으로 상대성이론은 충분히 검증되어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암흑물질 이론은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많은 가설들로 이루어져있거든요. 물론 “일반적으로”라는 말이 중요하긴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정도면 입증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상대성이론의 예측을 검증하는 대규모 실험들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측이 들어맞으면 좋지만, 또 예측이 틀렸기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구요(새로운 “이론”이 필요해진다는 뜻이 되고, 오랜시간 물리학자들이 연구할 주제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원론적 정의의 측면에서 보면 물리학과 사회과학의 “이론”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험적 검증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저도 “누구누구의 이론에 따르면”이라는(사회과학, 철학에서) 표현을 학생 때 많이 들으면서는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이라면 상대가 누구누구의 이론을 근거로 말을 하면 내가 들어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그렇다면 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설명을 부탁하는 여유/자세가 생기기도 했는데 그 때는 그냥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걸 느끼면서 잘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론”이라는 단어의 정의, 분야들마다 있을 수 밖에 없는 뉘앙스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잘 정리된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딱 짚어주는 책이 바로 떠오르진 않구요. 대신 “그런 책을 내가 쓰겠다”라고 한다면 무엇부터 풀어내야 할까 잠시 상상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이번에 방정리를 하다가 대학교 3학년 때 당시 사회학과에 계시던 송호근 교수님의 현대사회론 수업 교재를 찾았는데, 책을 펴자마자 당시의 제가 “너무 어려워”라고 써놓은 게 남아있더라구요. 그리고 신기하게 다시의 먹먹한 감정도 되살아났구요 ㅋ. 저의 그 절규(?)의 의미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 책을 읽을 준비가 안 됐던 건지(왜? 어떻게?), 그 책이 진짜 어렵게 쓰였던 건지(왜? 어떻게?)부터 규명을 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엄청난 과업이 될 것 같습니다 ㅎ. 그리고 기말시험 문제지도 나오던데 당시 한국사회의 화제들이 나열돼있네요. 그렇다면 또 '사회학 이론'의 의의란 시대상에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건데 그것까지 고려하면 정말 복합적인 대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그러한 걸 시도한 책이 있다면 저도 꼭 알아보고 싶습니다 :)
와, 교수님.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런 거 아닌가’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주신 말씀을 소화하면서 과학계와 사회과학계에서 쓰는 이론은 저한테는 확연히 다른 의미이고, 아예 다른 용어로 구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도발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사회과학계에서 ‘이론’의 권위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되고 있지 않나, 그것이 과학계에서 ‘이론’이 가지는 위상 때문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1)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2) 암흑물질 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3) 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4) 아도르노의 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여기서 (1)을 듣는 사람은 ‘상대성이론은 아직 검증 중이기는 하지만 이제 거의 법칙이나 다름없어, A는 B이겠군’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2)를 들으면 ‘암흑물질 이론은 아직 구멍이 좀 있고 검증이 더 필요하니 A가 B일 가능성이 있겠군’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이는 상대성이론이나 암흑물질 이론이 기본적으로 검증 가능한 가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르크스 이론과 아도르노의 이론도 검증 가능한가?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3)이나 (4)를 듣고 ‘A는 B군’ 혹은 ‘A는 B일 가능성이 있겠군’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와 아도르노의 권위에 짓눌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3)과 (4)에서 이론은 검증 가능한 가설이 아니라 어떤 관점 아닐까요? (3)과 (4)를 읽은 사람의 온당한 반응은 ‘A를 B로 해석할 수도 있겠군’ 정도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이 차이가 엄청나게 큰 거 같습니다. 특히 사회과학이 다루는 분야에서 ‘A는 (C나 D로 해석할 수 있지만) B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은 어떤 사안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정도 역할만 하겠지만 ‘A는 (C나 D가 아니고) B다’라는 말은 일종의 강령이 되어버리기 쉽지 않을까요? 그 결과 어떤 학파가 교조주의로 빠지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론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대신에 관점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어떨까요? ‘마르크스의 관점에 따르면’ 혹은 ‘아도르노의 관점에 따르면’ 하는 식으로요.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써봤습니다. ^^;;;
검증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는 그 "썰"들을 모두 이론이라 부르는 관계로 저도 많은 내외적 갈등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강령, 교조주의 이런 말을 썼던 옛 추억도 떠오르네요 ㅎ. 그것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관점'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생각하다보니, 그걸 하겠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될 거다, 안 될 거다 어느 쪽에 시원하게 손이 들리지는 않는 중에 이런 일화가 기억납니다. 노르웨이가 역사상 덴마크, 스웨덴 왕국에 번갈아 지배를 받다가 독립을 하고 난 다음에 이렇게 했답니다. 전통적으로는 보크몰이라고 덴마크말의 방언이라고 할만한 말을 사용했었는데, 이제 독립했으니 과거의 물을 빼기 위해 뉘노르스크라는 인공언어를 도입한 거죠. 공식언어가 두 가지가 된 건데,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만든 인공어 뉘노르스크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못 잡고 그냥 노르웨이가 억지로 살려두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언어라는 게 거대한 강물과 같아 사람의 힘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일부러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하는 일화였습니다. 그런데 물론 뉘노르스크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그 사람들이 덴마크, 스웨덴 친구였다는 사실을 감안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의 입장과 감정까지 고려하기 시작하면 무엇이 어느 정도 진실인지 알기가 더욱 더 어려워집니다 ㅎ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론’이라는 단어에 대해 교수님도 고민을 하신 적이 있으시구나, 그리고 검증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는 이론들이 한 단어로 쓰이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큰 성과네요. ^^ (말씀 주신 사례를 듣고 과거 백기완 선생 등의 순우리말쓰기 운동이나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를 부활시킨 사례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순우리말쓰기 운동에 매우 부정적인 사람인데 타제석기→뗀석기, 마제석기→간석기처럼 성공적인 사례도 있기는 있는 거 같습니다. 히브리어도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현대 언어로 자리 잡은 듯하고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일과 삶에서 이성과 논리뿐 아니라 감각과 직관을 발휘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와 관련된 사례나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셔도 좋습니다.
감각과 직관을 이용한 문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편차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게 보이고 어떤 통계적인 결과물을 직접적으로 생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저의 경험과 깨달음으로 남아 고스란히 비슷하거나 기시감이 올 때 제가 직관을 믿고 행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의 베이지언의 사투처럼 사람의 마음, 특히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앞에서는 과학적 장치조차 이기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최근에 읽은 프로젝트 설계자란 책에서 마침 휴리스틱이 주요 주제로 다뤄져서 요즘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만 휴리스틱도 제다이처럼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 일과 삶에서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주로 라면을 끓일 때 물의 양과 타이밍 등에 어떤 감각과 직관의 힘을 소진하는 거 같습니다. 덕분에 계량컵이나 시계 없이도 매번 같은 염도와 식감의 라면을 삶아냅니다.
프로젝트 설계자 - 옥스퍼드대 교수가 전하는 프로젝트 성공의 법칙벤트 플루비야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메가 프로젝트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2024년 현재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미국과 영국 정부,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컨설턴트 및 고문으로 활동했다. 《프로젝트 설계자》는 그의 첫 대중서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베스트셀러 작가 댄 가드너와 함께 풀어냈다.
요리만큼 이성과 직관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없는 듯합니다! 일류 요리사들도 계량을 열심히 하기도 하지만, 또 손맛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고요! 저도 매번 혼자 먹을 1인분의 파스타를 하다가, 가끔 3~4인분을 만들 때 감에 의지해 소스 양을 더하는데, 평소 먹던 맛과 비슷하면 괜히 뿌듯하더라구요.
사진 찍을 때를 생각해 봅니다.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 좋은 사진을 찍는 기술 또는 방법이라는 컨텐츠를 보며 따라한 적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순간순간 내 느낌을 따라 찍었었는데요, 소위 법칙들을 따라 찍은 것들과 비교를 해 보면 여전히 느낌대로 찍은 결과가 더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더라구요. 뭐랄까? 이런 분야는 누구에게나 좋은 일반적인 조건이 있다기 보다는 개별적이며 상대적인 기준이 더 잘 맞는 것 같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성과 논리, 감각과 직관이 모두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리스크를 적게 지고 계획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이성과 논리가, 어떤 새로운 도전에는 감각과 직관이 조금 더 효과적으로 생각되어요.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영역도 본질적으로 다르다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풀어내느냐, 이 과정을 점프해 결과를 도출하느냐 하는 방식의 문제로도 이해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감각과 직관은 비이성과 비논리가 아니라, 본능과 직간접적인 경험을 데이터로 쌓고 여기서 얻어낸 설명하기 어려운 판단이거든요.
자동차 운전할 때 이 모든 것들이 동원되는 것 같습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자동차의 각 기능들과 도로교통 표지와 신호가 의미하는 것들을 숙지하고 운전을 하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는 초월적 감각과 직관이 순간적인 위기를 모면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케팅, 교육, 의료, 사회복지, 기타 서비스직 등 직접적으로 사람과 대면하여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서 이성과 논리는 언어적인 부분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표정과 몸짓 등 비언어적인 의사표현과 감정표현을 파악하는 것은 감각과 직관이 더 빠르고 세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 감각과 직관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감각적이고 직관적인데 어른 혼자 이성과 논리로 무장해도 소용이 없더라구요
일과 삶의 구분 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땐 항상 이성과 논리도 필요하지만, 감각과 직관도 요구되는 것 같아요.
해결... 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성과 논리보다 감각과 직관이 필요한 일 중에 요리도 들어갈 것 같아요. 레시피를 정확히 따라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지만 레시피 없이 그냥 생각대로 만드는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우리가 흔히 엄마 손맛이라고 하는 건 그 어떤 레시피도 구현할 수 없겠지요.
저는 영상 기록 활동을 하고 있는데, 눈앞에 느닷없이 발생한 상황을 찍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하는 순간에는 0.1초의 직관이 필요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경찰과 집회 참여자가 충돌할 때, 나는 카메라를 거두고 촬영을 멈춰야 할지 아니면 경찰의 진압을 부각해서 찍을지, 그것도 아니면 집회 참여자의 어떤 모습을 강조해서 찍을지 등을 결정하는 순간이 그러합니다. 이땐 도리없이 경험으로 축적된 윤리적 미학적 정치적 판단을 순식간에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긴박한 순간에 빠른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이 많을 듯하네요. 물론 직관으로 내린 결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많은 경험들이 쌓여 있어야겠죠. 소위 베테랑, 장인의 경지가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요.
어릴 때 사진작가가 되고 싶던 적이 있어서 관심갖고 알아보았던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네요. 여기에 해당되는 사진들이 계획과 인내심 끝에 만들어진 것인지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느낌만으로 잡아낸 것인지 모르지만 본인의 경험과 가치관이 모여서 판단을 내리게 과정은 여전히 참 신비스럽습니다. 감각과 직관이라는 것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말로 설명하려고 할 때 놓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사실 제 일이나 삶에 아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문제는 아닌데요, ‘이성-논리 vs 감각-직관’에 대해 생각할 때 늘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각과 직관은 오류투성이이고, 바람직한 삶과 사회는 이성과 논리에서 나온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200년쯤 전에 살았더라면 맬서스의 이론을 꽤 신봉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너무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 것 같거든요. (어쩌면 우생학까지도...?) 당시 맬서스 이론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의 글을 좀 읽었는데 논리는 부족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글이 많더라고요. 사실 그 반대파 지식인들이 제시한 근거 중 제대로 된 건 없었고 인구론을 박살 낸 건 경구피임약과 질소비료 같은 신기술이었습니다. 여전히 제가 잘 소화하지 못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지금 제게 굉장히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론 중에도 그렇게 터무니없이 틀린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보게 돼요. 예를 들어 진화심리학 같은 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제 이성과 논리를 인간과 선에 대한 막연한 믿음 아래 둬야 하는 걸까요. 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태도 역시 대참사를 많이 낳았는데 말이죠.
미래에는 고속열차 보다 더 빠른 초고속 열차가 다닐 것 같고 완전 자율 주행차가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암치료도 획기적으로 개선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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