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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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벵골의 강들 어린 나이에도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깨달아 가는 사실도 신기하고, 강이라는 자연 품에서 사람들의 삶, 역사, 문학 등이 만들어지는 것을 너무나 담담하게 서술되어 간다. 그저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고 하기에 깊은 통찰력이 신기할 뿐이다. 지금 나는 내 주변 아이들에게 다른 의견을 허용하며 아이들의 시각을 깊고 넓게 만들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산티니케탄의 교육도 작가의 가정과 친척들도 이런 점에 있어 제일 좋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어요. 다른 의견을 허용하고 시각을 깊고 넓혀준 것..
산타니케탄에서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자유의 행사는 이성의 역량과 함께 발달해야 한다는 타고르의 개념이 내게 점점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 자유가 있으면 그것을 행사해야 할 이유를 갖게 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일정의 자유의 행사가 될 수 있다. 단순 암기교육을 주입식으로 받은 학생들이 흔히 그렇듯이 이성의 자유를 두려워하게 되는게 아니라 이성의 자유를 잘 사용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타고르가 그의 독특한 학교에서 가장 크게 노력한 부분인것 같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3장 벽이 없는 학교 p.83,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3장 벽이 없는 학교 죽기전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학교, 산타니케탄. 이렇게 멋진 학교가 어찌하여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너무나 궁금하다. 아이들의 천진함, 듬직함,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도발성 등이 글에서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주변에서 왔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함을 깨닫게 된다. 또한 세계 어디서나 특히 동양권에서 더 심하게 . . . 여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겸양의 심리학이 젠다 편견을 심화하게 만들어, 여학생들에게 젠더 불균형을 당연시하게 한다는 말을 더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맞아요. 실은 얼마 전 읽은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와 가정(Career and Family)에서도 동양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여성이 양보하고 침묵하는 게 더 당연시되는 젠더 불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아마르티아 센의 젠더 관련 연구에 대해서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남성의 눈에도 이렇게 보였으니 . . . 저도 공감해요. 이 분의 젠더연구 관심이 가더라구요.
4장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가풍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나는 어른으로서 내 아이들과 어떤 가풍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 . . 엄청 쪼그라들면서 읽었다. 동시에 나의 어린 시절에 내가 세상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회고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기록이 될까도 생각해 보았다.
수세기 전에 살았던 구전시인의 시에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많은 수집가와 편저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천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전통에는 공간을 주지 않고서" " 문자 안에서 웅결되어버린" 것에만 집착하는 경향이라고 하셨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4장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그래서 역사는 기록자에 의해 각색된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결국 기록하는 사람이 어느 입장에서 어떤 언어로 기록하는가가 관건이 된다. 후세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역시 어떤 입장에서 어떤 언어로 해석하는가가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말해 주게 된다. 삶의 현장에 남아있는 것보다 글자에 묶여있는 의미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준다.
5장 논쟁의 세계 타고르의 평판이 서양 세계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오해를 받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는 내용이다. 다만 작가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내 생각에는 서양 작가들이나 지식인들 사이에 워낙 알려지지 않은 인도의 사상, 문학들에 대해서 자신들이 잘 모르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서 타고르를 신비주의로 포장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또한 개인적으로 타고르의 이중적 견해가 맘에 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입장을 회색분자라 하기도 하는 듯한데, 나는 한 존재가 다양한 모습을 지닌 것을 인정한다면, 한 존재나 조직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다중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련이 공교육을 모두에게 확대한 것은 칭찬할만하나, 교육의 내용을 지나치게 통제, 억압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본이 발전해 온 문화 역사 교육은 부러울만큼 좋아 보이지만 극단적 민족주의나 아시아 침략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이렇듯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비판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합리적 이성에 근거를 둔 논쟁이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기를 기대해본다.
@유니크 @장맥주 이제 3부를 들어갈 참인데 뒤늦게 따라오시는 것 응원합니다. 1부, 2부 금방 읽고서 따라잡으세요.
일요일까지 2부 읽고, 15일부터 3부 같이 나아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불교의 매력포인트 4가지를 읽으면서 천주교 시어머니와 개신교 친정엄마 사이에서 항상 전도의 시도를 받으면서 꿋꿋이 무신론자로 남아있는 제가 만약 굳이 종교를 택해야 한다면 불교를 택하겠다고 했을 때 개신교인 엄마가 불교는 실은 정확히 말하면 종교가 아니라고.. 했을 때 오히려 좋다고.. 대답한 게 생각났어요. ㅎㅎㅎ
오늘 월요일(7월 15일)은 3부 13장 '마르크스에게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읽습니다. 이번 장에서 센은 자기 대학 시절 가장 인기 있었던 사상가 마르크스를 회고하면서, 지금의 시점에서(경제학과 정치 철학의 대가가 된 상황에서) 마르크스 사상을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래 읽은 마르크스 바깥에서 마르크스 사상의 의의를 짚는 가장 훌륭한 에세이가 아닌가, 싶어요. 마르크스주의자의 벽돌 책(『화석 자본』)을 힘들게 읽으신 @장맥주 작가님께 특별히 권하는 장입니다. 나중에 읽으시면 토론해요. :)
@YG 님이 예상하신 대로 13장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1. 노동가치설에 대해 여태까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고, 노동가치설에 대해 제가 품고 있던 복잡한 감정도 조금 수그러들었어요. 가격 이론으로서는 쓸 만하지 않고, 도덕 규범적 이론으로서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데에는 매우 동의합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서 인간 노동이 수행하는 역할을 드러내주는 묘사적 이론’이라는 말은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어요. 저기서 ‘이론’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냥 ‘묘사’라거나 혹은 ‘우화’라고 적어야 더 정확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면 저 역시 마르크스라면 통째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옛 소련이나 중국에 압제란 존재하지 않고 민중의 민주적 의지만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요. 마르크스주의가 경제학이 아닌 일종의 사회비평 이론으로서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정도 생각을 해요(문화비평으로서는 아닙니다).
2. 공교롭게도 지금 그믐에서 저자인 박주용 교수님과 동아시아 출판사의 편집자님과 함께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를 읽는 모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제가 했는데요. 그냥 옮겨와 볼게요. 과학계와 사회과학계에서 쓰는 이론은 저한테는 확연히 다른 의미이고, 아예 다른 용어로 구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도발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사회과학계에서 ‘이론’의 권위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되고 있지 않나, 그것이 과학계에서 ‘이론’이 가지는 위상 때문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1)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2) 암흑물질 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3) 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4) 아도르노의 이론에 따르면 A는 B다. 여기서 (1)을 듣는 사람은 ‘상대성이론은 아직 검증 중이기는 하지만 이제 거의 법칙이나 다름없어, A는 B이겠군’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2)를 들으면 ‘암흑물질 이론은 아직 구멍이 좀 있고 검증이 더 필요하니 A가 B일 가능성이 있겠군’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이는 상대성이론이나 암흑물질 이론이 기본적으로 검증 가능한 가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르크스 이론과 아도르노의 이론도 검증 가능한가?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3)이나 (4)를 듣고 ‘A는 B군’ 혹은 ‘A는 B일 가능성이 있겠군’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와 아도르노의 권위에 짓눌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3)과 (4)에서 이론은 검증 가능한 가설이 아니라 어떤 관점 아닐까요? (3)과 (4)를 읽은 사람의 온당한 반응은 ‘A를 B로 해석할 수도 있겠군’ 정도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이 차이가 엄청나게 큰 거 같습니다. 특히 사회과학이 다루는 분야에서 ‘A는 (C나 D로 해석할 수 있지만) B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은 어떤 사안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정도 역할만 하겠지만 ‘A는 (C나 D가 아니고) B다’라는 말은 일종의 강령이 되어버리기 쉽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론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대신에 관점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어떨까요? ‘마르크스의 관점에 따르면’ 혹은 ‘아도르노의 관점에 따르면’ 하는 식으로요.
3. 저는 마르크스 이론을 하나의 관점으로서는 유용하다고 봅니다. 특히 한 사회의 구조 자체가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지 살피기 위해 갖춰야 할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 정책을 짜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현실적이거나 정교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노동가치설에 대해서도 하나의 도덕적 관점으로서는 유용하지만, 실제 시장 가격을 분석하는 데에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4. 아쉽게도 저의 희망과 달리 일부 마르크스 이론 추종자들은 이것을 하나의 관점 이상으로, 심지어 경제학 가설 이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제 눈에는 하나의 종교가 되지 않았나 싶고, 실제로도 마르크스 이론이 불러일으키는 열정은 종교의 그것과 꽤 닮았습니다. 그래서 교조주의화하기 쉽고, 사실상의 신정국가나 다름없는 독재체제를 이루곤 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마르크시즘을 문자 그대로 종교라고 봤지요. 하라리의 분석이 상당히 설득력 있더라고요.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인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후속작. 역사의 시간 동안 인류의 가장 큰 과제이던 굶주림, 질병 그리고 전쟁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무엇인가? 10만 년간 지속되어온 호모 사피엔스의 믿음을 한순간에 뒤엎은 역사 탐구서이다.
5. 여기서부터 좀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요, 제가 마르크시즘과 비슷한 태도로 보는 것이 최근의 정치적 올바름, 그리고 정체성 정치예요. 두 개념 모두 마르크시즘의 방계 후손인데,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관점으로서는 유용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적이지도 않고 정교하지도 않기에, 거기에 근거해 정책이나 입법, 사법이 이뤄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추종자들은 저 개념들을 강령이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거기서도 종종 종교적 열정을 느껴요.
실은 저도 대학교 입학 당시 들어간 많은 동아리 중 하나가 약간 사회주의 경향이 있었어요. 저는 그냥 별 생각없이 농촌에 가서 봉사활동하는 것에만 끌려서 들어갔는데 마르크스나 사회주의 관련 도서를 많이 읽더라구요. 책을 읽고 토론하는 건 전 워낙 좋아하지만 저도 제 친구도 좀 너무 맹신적인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껴서 결국 다른 동아리로 갔는데요.. 그런 열정에 이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반발해서 들어볼 만한 주장도 무시하거나 거부하게 되는 단점이 있는 듯합니다. 저는 아직도 마르크스에 관해서는 많이 읽었지만 그의 글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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