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오! @YG 님 책 추천 감사합니다. @borumis 님 설명도 정말 감사합니다. 2번은 사실 제가 좀 궁금하게 여긴지 오래된 질문인데 설명 곱씹고 추천해주신 책들 읽으면서 공부해보겠습니다. 제가 이 주제에 관해서는 사실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입니다. (토머스 쿤과 존 그리빈의 책을 한 권씩 읽고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이 흥미롭지만 아무 거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건 아닌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는 『중력의 키스』를 왜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5번 관련해서는 실은 내년에 현대문학에서 PIN 시리즈로 중편소설을 발표할 건데 그게 PC에 대한 거예요. 그 외에도 ‘나는 왜 PC를 반대하는가’ 같은 책도 몇 년 안에 쓰게 될 거 같습니다. @YG 님이 추천해주신 생각의힘 출판사에서 낼까 하는 생각도 좀 있습니다.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이 생각의힘에서 나왔잖아요. 좋은 출판사, 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출판사도 불매 운동 겪을 각오는 좀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
과학계에서 '이론'이 갖는 위상도 실은 그렇게 확고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에서 보면 2장 Only a Theory라는 챕터에서 진화론을 의심하는 창조론자들이 Well, it's only a theory라고 하는 말에 발끈한 도킨스가 theory의 옥스포드 사전 정의까지 찾아보며 반론을 펼치는데요. 진화론자들이 theory라고 할 때 말하는 사전적 의미는 A scheme or system of ideas or statements held as an explanation or account of a group of facts or phenomena; a hypothesis that has been confirmed or established by observation or experiment, and is propounded or accepted as accounting for the known facts; a statement what are held to be the general laws, principles, or causes of something known or observed. (일련의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설명이나 설명으로 간주되는 아이디어나 진술의 체계나 체계;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 확인되거나 확립되었으며, 알려진 사실을 설명하는 것으로 제안되거나 받아들여지는 가설; 알려지거나 관찰된 것의 일반적인 법칙, 원칙 또는 원인으로 간주되는 진술) 이지만 창조론자들이 쓰는 theory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A hypothesis proposed as an explanation; hence, a mere hypothesis, speculation, conjecture; an idea or set of ideas about something; an individual view or notion. (설명으로 제안된 가설 즉 단순한 가설, 추측; 어떤 것에 대한 아이디어 또는 아이디어들; 개인적인 견해나 개념) 실은 사회과학 뿐 아니라 진화심리학이나 이론물리학 등 요즘 워낙 다양한 분야가 실제 실험이나 관찰로 확인 및 검증하기 어려운 분야도 있어서 이론은 결국 신박한 발견이나 기술의 발전으로 검증 절차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견해'만이 아니라 '가설'이나 '아이디어'에 머물거나 둘 사이에 아리송하게 겹쳐진 듯한 상태로 있을 때가 있는데요. 반대로 예전에는 확고했던 이론들이 나중에 반박하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하죠. 예전에 책걸상 팟캐스트에서 나온 물리학자 황정아님이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게 된 얘기를 하면서 과학이란 파고들면 파고들 수록 애초에 우리가 알았던 지식과 많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게 과학의 매력이고 항상 합리적인 의심을 품는 게 과학이고 과학자의 자질 중 첫번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얘기해서 크게 공감했어요. 저만 해도 대학교 입학했을 때랑 졸업했을 때 사이 바뀐 지식이나 지론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대학원 논문 쓰며 실험하는 도중에도 '과학자의 삶은 매일매일 실패하는 것'이라는 것이 정말 피부에 와닿았거든요. 하물며 지금도 논란이 많은 '이론'들이나 '가설'들은 오죽할까요.. 어떤 이론이든 결국에는 진실을 향해 발견해 가는 여정의 여러 갈림길이 아닐까 싶어요.
참, 이 책 제목도 재미있어 보이는데 책 부제에 '문화 물리학자'라는 말이 나와서 궁금해졌습니다. 문화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낯설어서요.
저도 처음 들은 단어였어요. 재미있는 학문 같습니다. ^^
@borumis 지금 ILO에 계시는 이상헌 선생님께서 제네바에 오래 사시다가 아이들 다 크고 나서 사모님과 프랑스 국경 쪽으로 넘어오셨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산길로 국경 오가면서 출퇴근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아마 비슷한 지역에서 사신 걸까요? (저는 제네바는 잠깐 지나쳐서 추억은 없고 출장 갔을 때 레만호 몽트뢰에서 머문 적이 있어요. 아주 좋았던 여행 추억입니다. 몽트뢰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요.)
네 맞아요. 저도 약 2-30분 자전거 타거나 걷다 보면 국경을 어느새 지났더라구요. ^^;; 국경이 이렇게 인공적인 거라는 걸 몸소 깨닫게 해줬어요.
6장 과거의 현재 고대 언어가 주는 가치,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나 가치를 읽었다. 동시에 순간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우리의 고대 언어의 가치를 한자에서 찾아야 할까? 초창기 훈민정음에서 찾아야 할까? 나의 배움의 역사에서 고등학교 때 잠시 고대 가사나 시조를 통해 훈민정음을 잠깐 배우고 말았다. 지금 아이들은 그마저도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 고대 한글이 어찌 생겼을까 상상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산스크리트어가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lingua franca(공통어)로 쓰였을 것이란 말에 공감한다. 특히 인도 중심으로 한 동쪽 중국, 한반도 일본까지 승려나 지식인들이 꿈꾸던 곳이었으니까 . . . 따라서 단순한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당시의 가치와 문화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었을 것이며, 동시에 인도 고대 자료를 찾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고대사회 역사적 인물이나 평가가 새롭게 나올 것도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날란다 대학의 재설립, 몇십년간 타고 다닌 자전거, 고대 언어로의 길을 열고 이끌어준 외할아버지, 등등 어쩌면 특별한 성공 뒤에는 특별한 지원과 노력, 정성이 있었을 것이다. 한편 기이하고 대단하고, 한편 부럽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여기서 거론되는 꽤 많은 책들이 수업시간에 들어본듯한 책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쓸모없는 옛날 책이겠거니 했었던 감상이었다면 지금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한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의 현재를 깨닫기에는 이성도, 감성도 부족했었나보다. ㅠㅠ
1) 열정과 지식인의 의사결정의 합치, 2) 은혜(관용)을 통해 범죄를 죽이는 것이 사회의 의무 3) 조건없는 의무가 사회계약보다 우선한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7장 마지막 기근 기근이 발생하는 과정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설명해 준다. 국가나 사회에서 조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기근의 처참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광주민주화항쟁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었는데, 벵골의 기근에서도 언론과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8장 벵골과 방글라데시라는 개념 편향성이 가지는 무서운 현실을 보게 되었다. 종교, 민족, 문화 등 자기 편향성에 충실할 때 놓치는 중요한 것들, 때로는 충실한 자기 편향성은 상대의 목숨마저, 존재마저 무너뜨리는 상황을 여기서 마주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약간의 불합리성을 갖고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던 곳에 정치적 편향성, 사회적 권력 지향적인 사람들이 불합리성을 매개로 선동을 하면 사람들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낀다. 세계 곳곳에서 자치를 주장하고, 전쟁을 불사하는 공동체들이 많다. 내가 듣는 정치적 목소리나 뉴스에서 접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속내는 다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해 보았다.
9장 저항과 분할 인도와 우리는 식민지 역사를 갖고 있어 꽤 많은 상황들이 동일시하면서 읽게 되는 부분이 있다. 저항이 조직화되기 전에 예방적 조치로 감옥을 가야 하고, 독립을 위해서 서로 다른 종교가 합심하고, 또 한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식민세력에 협조하는 듯 살아가야 하는 딜레마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자신의 문명에서 진정으로 가장 훌륭한 것이자 인간관계의 존엄을 지탱하는 것이 그들이 인도를 통치하는데는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 식민지 발전에 기여한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파렴치한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분명하게 지적하는 멋진 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0장 영국과 인도 p. 263,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10장 영국과 인도 우리나라만 식민사관에 의해 일본 덕분에 한반도가 발전의 기틀을 잡았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줄 알았는데 . .. 모든 식민 시절을 겪은 곳에는 이런 해괴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분개하며 읽었다. 저자는 꼼꼼하게 사회학적으로 영국덕분에 인도가 발전했다는 주장을 반박해 가는 과정을 한편 통쾌하게 느끼며 비교적 쉽게 읽어 나갔다. 한편 사회적 대재앙의 경우 민주적 절차와 자유로운 언론이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조치할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증명해 주었다. 막을 수 있다면, 예방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우리 사회에 대재앙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순간적 해법과 책임 소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민주적 절차와 언론의 역할에서 해법을 마련하고 제도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자가 261~262에서 기근을 예를 들어 설명할 때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맞아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죠. 영국이 아니었으면 인도 근대화가 힘들었을 거라는 주장을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도 해서 이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여기서 작가가 아주 이모저모 짚어가며 반박하는 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캘커타가 세워진 것이 동인도회사가 이 지역에 글로벌 교역을 처음으로 가져왔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분명했다. 오히려 반대로, 이 지역이 동인도회사에 글로벌 교역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해야 더 맞을 것이다. 동인도회사가 이미 활발한 경제 활동과 도시 생활의 오랜 역사가 있었던 곳에 들어온 것이었으니 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1장, 279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어떤 분석을 읽었는데 그게 틀린 것 같아 보인다면 네가 논증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일 수도 있으니 확인을 꼭 해봐야 하지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주장이 틀렸을 가능성도 간과해선 안 돼. 아무리 다들 믿는 주장이더라도 말이야.”(타파스 마줌다르)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2장, 301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프레지던시 칼리지에 다니던 동안,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도, 나는 사회에서 반대와 불일치가 수행하는 건설적인 역할과 관용과 다원성을 실천하려는 의지의 중요성을 굳게 믿고 있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2장, 307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마르크스라면 통째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우파(이것은 매우 잘못된 진단이었다)와 러시아에 압제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민중의 민주적 의지’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정한 좌파’(내게는 의아할 정도로 순진한 믿음으로 보였다) 사이에서, 나를 포함해 소수의 몇 명은 갈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동의받는다는 느낌은 기쁘긴 하지만, 다른 이들의 동의를 얻는 데 덜 의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2장, 309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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