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제 기준 벽돌책은 아니지만 경량벽돌 정도로 봐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제가 이래봬도 건설회사 출신). 그리고 @YG 기자님의 책 추천은 늘 믿는데다 책도 굉장히 흥미로워 보이네요! 읽으시면 동참하겠습니다. ^^
벽돌책은 건설에까지는 쓰지 못해도 가구 대용으로는 괜찮습니다. 요즘 이사 전 책장을 내보내려고 빼놓은 양장 벽돌책들을 쌓아놓고 작은 협탁처럼 쓰고 있습니다. ㅋ
저는 벽돌책을 가구 대용으로 쓰지는 않지만 책장은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벽에 붙이지 않고 거실 한가운데로 빼서 파티션처럼 이용하기도 하고 아예 책장만으로 작은 방을 만들기도 했어요. 만들어놓고 나면 은근히 괜찮습니다. 낮은 담이 둘러진 집 속의 비밀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
최고죠..^^ 전 어릴적 장난감이 별로 없어서..책으로 해적선과 우주선을 만들고 논 적도 있었어요.
이사할 때 "책장을 이렇게 놔주세요" 하면 이사업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렇게요? 정말로요?" 하면서 몇 번이나 되물어보세요. ^^;;;
눈에 띄는 또 다른 벽돌 책 가운데 하나는 『레드 엠마』(북튜브)입니다. 제목만 보고서 바로 고개를 끄덕인 분도 있겠죠? 네,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1869~1940)의 자서전 완역본입니다. 골드만은 지금의 리투아니아(당시는 러시아) 카이누스에서 1869년 태어나서 1885년 10대 중반의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공장에 다니다가 좀 더 많은 기회를 얻고자 이주한 생계형 이민이었죠. 미국에 와서 봉제 공장에서 일하면서 골드만은 운동가로 각성하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의 노동운동, 여성운동, 반전운동, 아나키스트 운동가로 활동합니다. 자유 연애,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산아 제한 주장까지요. 결국, 1919년 미국에서 추방당하고 나서는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러시아로 돌아가지만, 공산당의 전체주의에 반대하면서 1921년 다시 모국을 떠나서 전 세계를 떠돌면서 아나키즘 사상가로 활동하다 1940년 캐나다에서 세상을 뜹니다. 우리가 2024년 1월에 읽었던 벽돌 책 『사람을 위한 경제학』(반비)의 히로인 비어트리스 웨브를 기억하죠? 비어트리스가 1858년에 태어나 1943년에 세상을 떴어요. 엠마 골드만은 비어트리스와 거의 같은 시기에 정말 상반된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여성 사상가였죠. 웨브의 사상과 활동은 복지 국가로 현재까지 남았습니다. 골드만의 사상과 활동의 유산은 어떤 식으로 남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 가지 귀띔하자면, 여러 지식인이 책 제목으로도 사용하고 칼럼에서도 마치 자기 이야기처럼 사용하는 68 운동의 슬로건 가운데 하나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런 혁명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의 원래 출처가 바로 엠마 골드만입니다. 하지만, 이 책도 함께 읽을 수 있을까,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잊혀진 여성 아나키스트의 자서전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도 의문이고; 분량도 두 권 합쳐 1,632쪽이나 되는 정말 벽돌 책이거든요. :(
레드 엠마 1 -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 자서전(무삭제 완역판)‘가장 긴 여성의 자서전’(일본어판 옮긴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으로,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또 다른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갔던 여성 혁명가가 어떻게 살고 사랑하고 투쟁했는지를 그 자신의 목소리로 대하소설처럼 장대하면서도 진솔하고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레드 엠마 2 -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 자서전(무삭제 완역판)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 Living My Life를 완역한 책이다.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또 다른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갔던 여성 혁명가가 어떻게 살고 사랑하고 투쟁했는지를 그 자신의 목소리로 대하소설처럼 장대하면서도 진솔하고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실비아 나사르가 이 책에서 추적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업적이 아니다. 저자는 독특하고도 위대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9장은 정말 식민지배를 겪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몰입하여 읽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영국 정부가 제국주의 시기에 인도에 선물로 가져다준 것이 아니며, 오히려 영국이 떠나고 나서야 인도에서 실현될 수 있었다. 즉 이것들은 제국의 시기가 끝나고 영국 자체의 경험을 인도인들이 자유롭게 배울 수 있었을때에야 얻을 수 있었던 결실이었다." 부분이 인상깊네요.
벵골에서 보통 때의 조용한 강들이 보여주는 창조적인 아름다움의 매혹에 필적할 것이라곤 그 강들이 보여주는 분노로 포효할 때 보여주는 파괴적인 장엄함의 매혹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징 벵골의 강들 p.56,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2장 벵골의 강들 어린 나이에도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깨달아 가는 사실도 신기하고, 강이라는 자연 품에서 사람들의 삶, 역사, 문학 등이 만들어지는 것을 너무나 담담하게 서술되어 간다. 그저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고 하기에 깊은 통찰력이 신기할 뿐이다. 지금 나는 내 주변 아이들에게 다른 의견을 허용하며 아이들의 시각을 깊고 넓게 만들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산티니케탄의 교육도 작가의 가정과 친척들도 이런 점에 있어 제일 좋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어요. 다른 의견을 허용하고 시각을 깊고 넓혀준 것..
산타니케탄에서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자유의 행사는 이성의 역량과 함께 발달해야 한다는 타고르의 개념이 내게 점점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 자유가 있으면 그것을 행사해야 할 이유를 갖게 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일정의 자유의 행사가 될 수 있다. 단순 암기교육을 주입식으로 받은 학생들이 흔히 그렇듯이 이성의 자유를 두려워하게 되는게 아니라 이성의 자유를 잘 사용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타고르가 그의 독특한 학교에서 가장 크게 노력한 부분인것 같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3장 벽이 없는 학교 p.83,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3장 벽이 없는 학교 죽기전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학교, 산타니케탄. 이렇게 멋진 학교가 어찌하여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너무나 궁금하다. 아이들의 천진함, 듬직함,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도발성 등이 글에서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주변에서 왔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함을 깨닫게 된다. 또한 세계 어디서나 특히 동양권에서 더 심하게 . . . 여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겸양의 심리학이 젠다 편견을 심화하게 만들어, 여학생들에게 젠더 불균형을 당연시하게 한다는 말을 더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맞아요. 실은 얼마 전 읽은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와 가정(Career and Family)에서도 동양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여성이 양보하고 침묵하는 게 더 당연시되는 젠더 불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아마르티아 센의 젠더 관련 연구에 대해서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남성의 눈에도 이렇게 보였으니 . . . 저도 공감해요. 이 분의 젠더연구 관심이 가더라구요.
4장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가풍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나는 어른으로서 내 아이들과 어떤 가풍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 . . 엄청 쪼그라들면서 읽었다. 동시에 나의 어린 시절에 내가 세상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회고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기록이 될까도 생각해 보았다.
수세기 전에 살았던 구전시인의 시에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많은 수집가와 편저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천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전통에는 공간을 주지 않고서" " 문자 안에서 웅결되어버린" 것에만 집착하는 경향이라고 하셨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4장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그래서 역사는 기록자에 의해 각색된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결국 기록하는 사람이 어느 입장에서 어떤 언어로 기록하는가가 관건이 된다. 후세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역시 어떤 입장에서 어떤 언어로 해석하는가가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말해 주게 된다. 삶의 현장에 남아있는 것보다 글자에 묶여있는 의미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준다.
5장 논쟁의 세계 타고르의 평판이 서양 세계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오해를 받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는 내용이다. 다만 작가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내 생각에는 서양 작가들이나 지식인들 사이에 워낙 알려지지 않은 인도의 사상, 문학들에 대해서 자신들이 잘 모르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서 타고르를 신비주의로 포장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또한 개인적으로 타고르의 이중적 견해가 맘에 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입장을 회색분자라 하기도 하는 듯한데, 나는 한 존재가 다양한 모습을 지닌 것을 인정한다면, 한 존재나 조직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다중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련이 공교육을 모두에게 확대한 것은 칭찬할만하나, 교육의 내용을 지나치게 통제, 억압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본이 발전해 온 문화 역사 교육은 부러울만큼 좋아 보이지만 극단적 민족주의나 아시아 침략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이렇듯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비판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합리적 이성에 근거를 둔 논쟁이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기를 기대해본다.
@유니크 @장맥주 이제 3부를 들어갈 참인데 뒤늦게 따라오시는 것 응원합니다. 1부, 2부 금방 읽고서 따라잡으세요.
일요일까지 2부 읽고, 15일부터 3부 같이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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