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아, 늦게 시작하셨군요.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따뜻함에 재미까지 덧붙어서 책 읽는 속도가 납니다. 얼른 따라오세요!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더 통합적이고 더 폭넓은 이야기를 암시하는 실마리를 놓치려야 놓칠 수가 없다. 서로와의 접촉을 통해 배워 나갈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성찰을 자극하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건설적인 경험일 수 있다. (서문 p.20)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7장 마지막 기근 "도시 인구, 특히 캘커타 인구가 충분한 식량을 가질 수 있게 하려고 정부는 캘커타의 상점들이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판매하도록 가격 통제를 실시했다.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분배하는 이 시스템은 캘커타 인구 거의 전체를 포괄했다. 그리고 캘커타 인구 전체에게 식품을 분배하는 데 필요한 식량은 농촌의 시장에서 가격이 얼마든지 간에 돈을 내고 조달해왔다. 이는 농촌의 식품 가격을 더 밀어 올렸고 농촌의 빈곤과 기아는 더 악화되었다. 그러는 동안 도시 사람들은 통제 가격으로 식품이 분배되는 상점에서 사실상 엄청난 정부 보조를 받아 싸게 식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즉 농촌의 고통이 정부의 정책 때문에 한층 더 심화되었던 것이다."(191쪽) "웨스트민스터 의회는 벵골 기근의 재앙을 논의하지 않았을까? 거의 기근이 끝난 1943년 10월까지는 논의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기근에 대한 소식이 영국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면밀하게 통제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인도는 전근대적인 통치 체제였다 치더라도 인도의 통치를 관장하던 영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정치 체제를 가진 국가였기 때문이다."(193쪽)
모든 기근이 그렇듯이 1943년의 벵골 대기근도 계급 기반의 재앙이었다. 우리 집과 우리 학교 학생들의 집도 포함해서 상대적으로 살 만한 집 사람들은 수백만 명이 사망한 재앙에서 생존하는 데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7장, 195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중간 어느 부분부터인가 재밌어서 진도를 따라 읽으려고 했던 굳센 다짐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 중간 너머 즈음 읽고 있는데요. 자신의 삶을 주요 주제들과 정말 잘 연관해서 쓰고 있어서, 재미나 일화 + 사상과 이론을 다 놓치지 않는 책인 듯 합니다.
속도가 붙죠? 벽돌 책 함께 읽기 가이드의 어려움이에요. 속도가 안 나는 책은 읽기 힘들어하시고 재미있는 책은 굳이 함께 읽기가 필요가 없고(!). 그래도 저는 이렇게 흔적 남기시고 메모 남기시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저는 8장에서 198쪽 센의 부모의 대화도 흥미로웠어요. 저는 아버지와 같은 세계관입니다;
(아버지) 네가 알게 될 어떤 사악한 사건에 대해서도 그보다 더 혐오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거야. 이것은 불합리한 폭력으로 가득한, 인간의 또 다른 얼굴이야. 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친절하고 인간적인 얼굴만큼이나 엄연한 실재이고 현실이라고.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98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어머니) 아니야, 사람들이 이런 야만의 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을 거야.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98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센의 아버지나 저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있지요.
일몰의 저편여성차별, 가정폭력, 아동학대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나오키 상, 에도가와 란포 상, 등을 수상한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으로 ‘누가 표현을 자유를 가로막으며 예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말만 퍼져가는 사회를 욕망하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메타볼라나오키 상, 에도가와 란포 상, 추리작가 협회 상, 이즈미 교카 상, 시바타 렌자부로 상 등 굵직한 대중 문학상을 휩쓸며 일본 대중 소설계를 평정한 기리노 나쓰오의 2007년작. <메타볼라>는 추리, 스릴러, 하드보일드 등 대중 장르를 누비며 영광의 길을 걸어온 기리노 나쓰오가 사회소설적 작풍을 시도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다크신주쿠 2초메, 서른 여덟 살의 무라노 미로 탐정. 사랑했던 남자를 자신의 손으로 감옥에 보내고 결국 그 남자가 감옥에서 자살한 후, 그녀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나이 마흔이면 죽겠다고 마음먹고 탐정 일도 그만 둔 미로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의붓아버지 젠조를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아웃 12005년 미국 「타임」에서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여섯 권 가운데에는 일본 여성 작가의 소설이 끼어 있었다. 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추리 작가 협회상 및 '이 미스터리가 좋다' 올해의 소설에 선정된 <아웃>은 미국과 유럽게 소개되어 일본 추리 소설의 현주소를 세계에 알렸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파격적인 형식의 추리로 아시아 작가 최초로 애드거 앨런 포 상 후보에 올랐으며, 현재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다.
아웃 2
이 사건은 오랫동안 내 생각을 지배했고, 빈곤이 사람에게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지 인식하게 되었다. 빈곤은 살해당할 위험이 굉장히 높은 상황을 무릅쓰지 않을 자유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계급과 매우 관련이 크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0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1940년대에 힌두-무슬림 폭동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 대부분은 커뮤널 정체성으로는 무슬림과 힌두로 서로 달랐지만 계급 정체성으로는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즉 그들은 다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0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벵골 정체성은 내게 늘 중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직업, 정치, 민족성, 그리고 인류 전체까지 포함해서 내가 속한 또 다른 것들에 대한 충성심을 제거하지는 않을 정도로 충분히 덜 침투적인 벵골 정체성이어야 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12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저는 모든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이 정도 수준이어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체성과 그에 따른 정치를 과도하게 내세우는 사람들은 모두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갑자기 고백;)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목요일(7월 11일)은 9장 '저항과 분할'을 읽습니다. 9장에서는 저자의 집안 자랑과 함께 센이 성장기에 간접 경험한 인도의 독립(저항) 운동과 결과적으로 분할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8장, 9장, 10장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9장 읽었습니다. 1940년대에 분위기가 바뀌어 인도 무슬림 안에서도 인도-파키스탄의 두 국가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었다는 대목에서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나온 ‘2국가론’이 자동적으로 떠올랐습니다. 2국가론 논의를 주장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이야기를 꺼낸 방식이나 장소가 개인적으로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아닌 것 같았어요. 주장한 것도 ‘2국가론’이 아닌 ‘2국가론을 논의해보자’였고요. 논의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올해부터 2국가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치인과 북한의 주장은 무관한 듯 싶었습니다.)
곧 타고르는 20세기 초에 유럽이 너무나 자주 휩쓸린 전쟁의 끔찍한 곤경에서 유럽을 구해줄 메시지(동방에서 온 평화와 선의의 메시지)를 가진 현인으로 여겨졌다. 이것은 인도 사람들이 타고르에게서 발견하는 다층적이고 창조적인 예술가이자 명민한 이성적 성찰자의 모습과 차이가 크다. 타고르가 인도 사람들에게 맹목적인 믿음에서 깨어나 이성과 논증의 능력을 사용하라고 촉구하던 바로 그때, 예이츠는 타고르의 시를 완전히 신비주의적인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예이츠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미지를 만났고" "문학의 역사상 처음으로 꿈에서의 우리 목소리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서구의 추종자들에게 이끌려서 타고르 본인도 동양이 정말로 서양에 줄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이 이성을 강조하는 그의 나머지 부분과 잘 부합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예이츠나 파운드 같은 타고르의 후원자들에게 이끌려서 서구 지식인들이 타고르에게 갖다붙인 종교성(그레이엄 그린은 타고르에게서 신지론자들의 "밝고 자갈 같은 눈"을 본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과 타고르가 실제로 가지고 있었던 종교적 믿음 사이에는 심각한 불일치가 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53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Kimjin @그러믄요 @YG @바나나 타고르와 간디의 명언(이랄까 아포리즘이랄까)이 모두 박힌 미국 자기계발서를 종종 보았는데, 이런 내막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저는 타고르는 잘 모르고, 간디에 대해서는 막연히 '현인들의 현자' 같은 이미지로 알고 있었는데... 센의 회고록을 통해 두 사람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물론 센 본인이 '타고르 학교'에 다녔고 집안 사람들도 타고르와 연이 깊어 타고르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간디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독서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따라가겠습니다.
나는 평생 공동체주의적 철학에(그것이 특정한 집단 내부에서는 유대와 공감을 일굴 수 있다 하더라도) 회의적인 편이었는데, 아마도 공동체에 기반해 인간을 범주화하는 거에 수반되는 비인간성을 이른 나이에 목격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8장, 199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경제적 자유의 부재가 그에게 일으킨 결과는 죽음이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8장, 199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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