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타고르에 대한 오해의 대목을 저도 관심있게 읽었어요. 너무 유명한 작품 하나로 그 사람을 규정하는 문제, 그리고 언어의 문제도 크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타고르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을읽고보니 '신비주의자' 라니 전혀 아니시구만요.
저도 읽으면서 띠용~ 내가 어떤 대상에 대해 막연히 갖고있는 이미지, 느낌이 어쩌면 오해나 의도적인 왜곡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구나.. 역시 같은 장 어디선가 나오는 말처럼 "세상의 모든 곳에서 자유롭게 지식을 가져올 수 있어야하지만, 그다음에는 이성과 논증으로 그것들을 검토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말에 4장, 5장 즐겁게 읽으셨나요? 오늘 월요일(7월 8일)은 6장 ' 과거의 현재'를 읽습니다. 이 장까지 읽으면 1부가 마무리됩니다. 이번 장에서 센은 고대 인도 전통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저는 6장을 읽으면서 심사가 여러 가지로 복잡했어요. 성장기 때부터 고민했던 대목인데 저는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전혀 없었거든요. 한국에 도대체 우리가 다시 살펴보고 습득하고 또 계속해서 곱씹어볼 전통 문화라는 게 있는가?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불교에서?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유교에서? 혹은 민간 무속 신앙에서? 아무튼, 이것저것 뒤적여봐도 저는 문학, 철학, 종교 모두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6장을 읽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의 과문함과 편협함 탓에 나도 한국 역사 속의 소중한 전통을 알지 못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
6장에서 저는 ‘베다 수학’에 대한 비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 우리로 치면 역사학과에 환단고기 과목이 생기는 것 비슷한 일일까요. 제가 마지막으로 ‘자랑스러운 한민족 문화’를 믿고 제 행동을 교정해보려고 했던 게 2005년의 일이었네요. 당시 황모 교수라는 분이 자신의 ‘연구 업적’이 한민족의 젓가락질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저는 여전히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사람인데, 그 얘기를 듣고 철들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젓가락질을 바꿔보려고 시도했어요. 그러나 제가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우기 전에 강모 과학전문기자님이 황모 교수의 실체를 폭로했고, 저는 그냥 예전에 하던 방식으로 대충 반찬을 집어먹게 되었습니다. (손으로 집어먹는 건 아닙니다. 젓가락 쓰기는 씁니다.)
저도 @YG 님과 비슷한 생각과 반성을 했습니다. 저도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높지 않은 사람입니다. 한국의 전통 문화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독창적인 색깔이나 분위기, 업적도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릅니다. 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정신 차리고 보면 저 빼고 주변이 다 엄청난 민족주의자들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반발심도 가끔 느껴요. 콤플렉스가 강한 문화에서 자랐고, 그 바람에 바로 그 문화를 콤플렉스 없이 이해하고 감상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네요. 이게 한국만 이런 걸까, 아니면 국가와 자기 정체성을 동일시하곤 하는 동북아 국가들의 특징일까, 혹은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는 걸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안그래도 요즘 문소영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전 딱히 '한국적'인 게 뭔지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너무나도 당연히 K-를 아무데나 다 접합시키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전 제가 어릴적부터 외국에서 살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나봐요.
저는 최근에 엽편을 한 편 썼는데 거기서 ‘K-’의 본질은 성공을 예찬하는 거라고 시니컬하게 적었어요. 한국인이 한 일인데 성공하기만 하면 뭐든지 ‘K-’가 붙는다고요. 그런 ‘K-’들 사이에는 성공 외에 다른 공통점은 없고, 뿌리를 찾는 노력 같은 거 안 해도 된다는 의미였어요. ^^
@장맥주 작가님과 악연이 있는 창비에서 출판사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한국 사상사 시리즈를 인물 중심으로 내더라고요. 정도전부터 김대중까지 40편을 해당 연구자가 쓰는 식인가 봅니다. 그 리스트를 쭉 살피면서, 제가 진지하게 숙고하고 싶은 사상가가 김대중 정도 빼놓고는 없더라고요. (네, 저는 김대중을 '정치인'이자 '사상가'로 존경하는 편입니다.) 뿌리 없는 'K-'의 한 본보기가 저의 모습과 겹친다는 생각도 들고요.
정도전 - 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전지구적 위기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맞서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 질문이 절실한 때다. ‘창비 한국사상선’은 창비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사상의 거목 59인의 사유와 철학에서 우리 앞에 닥친 이 거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는 특별기획이다.
악연은 있지만 좋은 책 많이 내는 출판사이고, 40명의 사상가로 어떤 분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정치인 김대중을 굉장히 존경하는데, 사상가로서의 측면은 솔직히 잘 모릅니다. DJ의 사상이라고 하면 대중경제론을 말하는 건가요?
저는 대중경제론 같은 그의 명명된 사상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현실 정치에서 해결해보려는 그의 지난한 시도 자체가 일관성 있는 사상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 공장에서 그의 평전 연재 담당을 한 적이 있었고, 자서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더 굳히게 되었답니다.
아, 그런 의미에서라면 저도 완전히 동의합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라는 그의 말도 좋아하고, 그 말을 가장 잘 실천한 분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이 그립습니다.
지금 제가 병행(병렬) 독서하는 책 가운데 인류학자 웨이드 데이비스의 『사물의 표면 아래』(아고라)가 있어요. 데이비스의 묵직한 에세이 모음인데요. 이 책의 중간쯤에 실린 「어머니 인도」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의 1부, 2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네요. 『사물의 표면 아래』도 좋으니 한번 살펴보세요. (지금 독서 모임도 진행 중입니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인류학은 사물의 표면 아래에 있는 것을 드러낸다.” 문화다양성과 생명권 수호의 최전선을 지키는 ‘행동하는 인류학자’ 웨이드 데이비스의 『사물의 표면 아래』는 인류학의 렌즈로 우리 삶과 세계를 들여다본다.
또 솔깃하네요. 유혹… 결국 당할것 같아요.
간디, 타고르와 함께 기억해야 할 인도의 지식인-운동가 가운데 B. R. 암베드카르가 있습니다. 제가 세상만사에 모두 촉을 세울 때(지금은 아닙니다;) 암베드카르의 평전을 두 권 읽어본 적이 있어요. 암베드카르는 6장에 이어서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26장에도 중요하게 다시 한번 언급되니 이참에 이름을 기억해 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몰랐던 책인데 그래픽 노블 평전도 나왔나 봐요.
암베드카르 평전 - 간디와 맞선 인도 민중의 대부인도 사회의 최하층민인 불가촉민으로 태어나 불가촉민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회개혁가 암베드카르의 평전. 우리에게는 생고하지만 인도에서는 간디와 네루와 함께 널리 존경받는 인물, 암베드카르의 삶과 사상 그리고 당시 인도의 정치적 상황을 그린다.
암베드카르 - 인도 불가촉천민 해방자.현대 인도불교의 중흥자불가촉천민 해방자이자 현대 인도불교의 중흥자이며 현대 인도헌법의 아버지로 알려진 암베드카르의 평전. 현대 인도헌법의 초안자이자 학자이며 행정가이기도 했던 암베드카르는 자신이 불가촉천민 태생으로서 불평등과 차별에 고통 받는 불가촉천민들의 인권을 위해 인도의 불합리한 제도와 힌두전통에 저항했던 성자적 생애로 유명한 인물이다.
버려진 자들의 영웅 - 차별에 맞선 위대한 혁명가 빔 암베드카르아트 슈피겔만의 <쥐&gt, 조 사코의 &lt팔레스타인glt, 마르잔 사트라피의 &lt페르세폴리스&gt, 디디에 르페브르, 에마뉘엘 기베르의 &lt평화의 사진가&gt. 만화 장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들과 함께 CNN이 ‘정치 만화 Top 5’로 선정한 책이다.
인도 전통 중에서 인간을 분할해서 보는 것과 관련된 거대한 악습, 즉 카스트 제도나 불가촉천민이라는 범주 등이 붓다와 붓다가 일으킨 불교 전통에서는 강하게 거부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러한 분할적 악습에 맞서 싸운 20세기 지식인 B. R. 암베드카르는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드러내기 위해 불교로 개종하기도 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78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계속 읽을 책이 늘어만 가네요 ㅠ 그래도 좋은 책들 추천 항상 감사드립니다~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에 대해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이 책과 다른 책들도 기회 되면 읽어 보고 싶습니다.
6장 과거의 현재 아래 부분들을 읽으며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데, 붓다에 대해 사상적으로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붓다의 접근은 어떤 입장을 받아들이고 어떤 입장을 거부할 때 이성에 초점을 두며, 논증되지 않은 믿음에 호소하지 않는다. 붓다도 형이상학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윤리적 결론을 주장할 때 그러한 형이상학을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걸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윤리적 결론이 이성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162쪽) "종교의 질문을 “신이 있는가?”에서 신이 있든 없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로 바꾼 사람이 붓다였다."(163쪽)
내가 생애에 걸쳐 할 수 있었던 얼마 안 되는 일들을 돌아보니, 크게 둘로 나눌 수 있고 둘 다 학창 시절에 토대가 꽤 단단하게 확립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추상적인 논증(사회 정의의 개념에 대한 탐구나 사회적 선택의 여러 경로를 공리, 정리, 증명을 통해 탐험하는 것 등)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의 실질적인 문제들(기아, 굶주림, 경제적 박탈, 그리고 계급, 성별, 카스트에 따른 불평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6장, 166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인간 상호 간의 접촉을 촉진하는 데 교역과 상업이 갖는 중요성에만 너무 초점을 둔 나머지 사람들이 경계를 넘어 상호작용하도록 촉진한 또 다른 영향들은 가치 절하되고 있지 않은 지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6장, 179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싼스크리트와 수학과 불교, passion과 intellectual reflection 의 reconciliation , 등등, 이렇게 세계와 인간문제를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면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챕터네요. 노벨 박물관에 본인의 자전거를 기부한 내용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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