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저는 국제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시간에 유대인과 아랍인 미국인 영국인 등 간의 중동 문제에 대한 토론 등은 물론 실은 신문부와 culture club이라는 동아리 활동도 참여해서 각 나라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공유하고 (한복 입고 패션쇼?한 적도 있고 엄마를 도와 한국 요리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remind받았고 외국어 실력 등 외교관이나 기타 국제기구에서 일할 거라고 기대한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나중에 전혀 상관없는 이과를 택했는데요. 아마 억지로 수박겉핥기 식의 외교부의 한국 전통 문화 소개 등에 질려서 그럴 지도 모르겠어요. 공학계는 아니지만 코로나 때 k방역이니 의학 쪽 k열풍에 반해 정작 현장에서는 주먹구구식에다 일관되지 않고 비전문가들의 정확한 근거도 없는 공공기관의 지시사항에 뒤늦게 알아서 현장에서 어떻게라도 수습하는 실상 속에 고생하는 분들을 하두 많이 접해서 이제는 그런 k- 국뽕에 질렸는데요.. 문제는 이게 팬데믹 이후에도 그런 상황에서 반성이나 교훈을 얻기는 커녕 여전히 그런 자만심에 빠지고 더 현장과의 분리가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공학 뿐만 그런 게 아니겠죠. 지인들을 통해 살포시 들은 것만으론..생물학 또는 물리학 전공의 순수과학 계통도 그런 듯합니다. 아마 그래서 더욱더 아마르티아 센처럼 직접 자전거를 타고서라도 현장에서 돌아다니는 그런 학자들이 더 필요하고 아쉬운 듯합니다.
저는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K-문학’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낯이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런데 자가발전으로 성장하는 부문도 있으니까... ^^;;;
5장을 읽으면서는 타고르의 곤경이 이해가 되면서 딱하다는 생각도 했고, 간디 참 이상한 사람이었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습니다. 저는 간디의 업적보다 간디에 대한 평가가 더 재미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인(그리고 장정일 작가님은 ‘똥덩어리’라면서 비난한) 폴 존슨은 『모던 타임스』에서 간디를 ‘정치적 기인’이라고 간단하게 결론 내립니다. 현실 정치인으로서는 깊이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뉘앙스입니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열정과 기질』에서 간디를 ‘천재적 감각을 갖춘 공연기획자’로 서술합니다. 존슨과 달리 가드너는 간디를 높이 평가합니다. 양쪽 평가 모두 조금씩 진실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던 타임스 1<지식인의 두 얼굴>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폴 존슨이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70여년의 역사를 다룬 책. 기존의 역사서가 갖는 연대기식 서술방식 대신 시대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와 정치, 군사, 경제, 과학, 종교, 철학계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통해 현대사를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재현했다.
모던 타임스 2<지식인의 두 얼굴>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폴 존슨이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70여년의 역사를 다룬 책. 기존의 역사서가 갖는 연대기식 서술방식 대신 시대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와 정치, 군사, 경제, 과학, 종교, 철학계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통해 현대사를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재현했다.
열정과 기질다중지능 이론에 근거하여,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엇, 그레이엄, 간디 등 일곱 명의 창조적 거장들의 삶의 궤적을 분석함으로써 창조성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런 창조자의 배출을 가능하게 한 현대사회의 시대적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도 이번 기회에 인도의 역사나 문학, 특히 간디와 타고르에 대한 재평가도 돌아보게 되네요. 간디든 누구든 간에 결국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어찌보면 우리가 복잡한 인물이나 사회 현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평가하려는 것도 우리의 한계인 것 같아요. 여기서 나온 책들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제대로 알아보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간디, 타고르, 네루 등에 대한 다른 인도 지식인의 평가를 읽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인도 위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묘사한 말들을 조금 읽어봤고, 서구인 지식인들이 서구인 지식인의 관점에서 그들을 평가한 말들만 읽어봤네요. 어느 쪽이든 인도 현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는 없겠고요.
@장맥주 "간디 참 이상한 사람!" 빵 터졌어요. 가십으로 덧붙이자면, 간디는 말년에 아주 기이한(아, 폭력적인이라고 해야겠군요;) 성적 취향도 있었던 듯해요;
혹시 질손녀들과 알몸으로 잔 에피소드인가요?
질손녀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헐..;; 하긴 추종자들이 워낙 많았으니..;; 단순 가십일 줄 알았더니 진짠가요..
폴 존슨과 하워드 가드너의 책 양쪽에 다 그 얘기가 나오더군요. 성관계를 맺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어린 소녀와 함께 자면 양기를 보충 받는다 유의 믿음이 있었는지 스스로를 위기에 몰아넣고 유혹과 싸우려 했는지... 어느 책 에 뭐라고 이유가 적혀 있긴 했던 거 같은데 제가 역해서 기억을 지워버린 모양입니다.
좋은 자극...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이건 대체 뭐죠? 성적인 극기훈련? 하여간 약간 미신적이고 수상한 주장을 과신한 듯하네요-_-;;
정치적 기인이 아니고 그냥 기인... 이었던 거 같습니다.
3장에 등장하는 센의 전처 고 에바 콜로르니(경제학자) 혹시 기억하시나요? 네, 에바 콜로르니는 우리가 3월에 읽었던 벽돌 책 『앨버트 허시먼』의 주인공 허시먼의 조카입니다. 허시먼의 누나인 우르줄라 히르슈만과 이탈리아의 지식인이자 반파시즘 운동가 에우제니오 콜로르니 사이에서 태어났죠. (이 두 사람 다 『앨버트 허시먼』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입니다.) 이 책에서 허시먼은 등장하지 않지만 우르줄라와 에우제니오는 25장에서 언급됩니다.
내가 다카의 세인트그레고리 학교에서 산타니케탄의 학교로 옮겼을 때, 이것은 키르티나샤 옆에서(정확하게는 근처에서) 아자이('대적할 자 없는'이라는 뜻이다) 옆으로 옮긴 셈이기도 했다. 아자이 강은 연중 대부분에는 고요하다가 우기에 상상을 초월하게 수량이 불어나 인근의 아주 많은 마을과 도시를 수몰시킨다. 강의 양면적인 속성은 사회 안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고투에 대한 매력적인 비유로 제격이다. 사회 역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목숨을 쓸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56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산티니케탄에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유의 행사는 이성의 역량과 함께 발달해야 한다는 타고르의 개념이 내게 점점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 자유가 있으면 그것을 행사해야 할 이유를 갖게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자유의 행사가 될 수 있다. 단순 암기 교육을 주입식으로 받는 학생들이 흔히 그렇듯이 이성의 자유를 두려워하게 되는 게 아니라, 이성의 자유를 잘 사용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타고르가 그의 독특한 학교에서 가장 크게 노력한 부분인 것 같았다. '자유와 이성의 조합'의 막대한 중요성은 그 이후로도 내내 내 삶에서 큰 교훈으로 남아 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4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제 경험이랑도 맞닿아 있어서 인상깊었습니다. 자율을 중시하는 시골 기숙 학교에 다녔는데, 자유라는 것이 비로소(!) 주어졌을 때 그것을 잘 행사하는 방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제가 무엇을 하고, 하지않을 것을 결정할 자유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생각의 폭이나 방향이 확 넓어졌던 경험이었습니다.
@벽돌장이 @모시모시 산티니케탄 학교와 타고르의 교육론을 직접 소개한 책도 있어서 언급합니다. 한참 전에 나온 책으로 기억했는데 2004년 20년 전에 나왔었네요. 이 책의 저자 하진희 선생님은 산티니케탄 비스바 바라티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 과정을 공부하시면서 이곳을 직접 경험하셨습니다.
샨티니케탄 - 평화를 부르는 타고르의 교육도시샨티니케탄의 비쉬바바라티 국립대학에서 공부한 지은이가 소개하는 이 마을 학교의 교육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타고르가 이 마을을 세우기까지의 과정, 바탕이 된 교육철학, 각급 학교들의 수업풍경과 캠퍼스,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모인 학생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오! 감사합니다~~
그들이 인도 북동부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캘커타(지금의 콜카타) 하우라역에서 다르질링행 기차에 오른 그들은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볼뿌르역에서 내렸다. 옆자리에 있던 현지인에게서 인근에 있는 산티니케탄에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세운 실험학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여정을 수정한 것이었다. 정처 없이 떠돌고 있던 두 사람에게 급작스런 여로의 변경은 늘 있던 일이기도 했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지영 지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인도계 미국인 수키 라임즈에게 일어난 기이한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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