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부분 재밌었어요. 대체로 저도 BBC 진행자처럼 생각하는 편이라 반성도 했고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도리
벽돌장이
저도 집/고향은 하나라는 인식이 확고했는데~ (아이스 브레이킹 단골 질문 "고향이 어디세요?") 앞으로는 삼가려구요 ㅠㅠ
개와고양이
이 분의 특징이 다양한 정체성인 것 같아요. 다른 책에서 읽은 부분을 발췌해보면,
'아시아인이자 인도인, 방글라데시에 선조를 둔 벵골인, 미국과 영국 영주권자, 경제학자이자 취미삼아 하는 철학자, 작가, 산스크리트어 학자, 세속주의와 민주주의의 강한 신봉자, 남자, 페미니스트, 이성애자이면서 게이와 레즈비언의 권리를 옹호하며, 비종교적 생활양식을 채택하고, 힌두교 배경을 가졌으며, 비브라만이며, 내세를 믿지 않는 사람'
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더군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목요일(7월 4일)은 2장 '벵골의 강들'을 읽습니다.
벵골 지역(인도 동부 서벵골과 방글라데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깊은 영향을 준 갠지스 강(강가 강)과 그 두 지류(파다 강, 바기라티 강)를 중심으로 벵골 지역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입니다. 1장에 이은 프롤로그 성격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리
“ 나는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놀랍도록 커다랗고 장엄한 강변에 처음 섰을 때의 전율과 흥분을 기억한다. 나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게 정말 강이에요? 이 물 짜지 않아요? 여기 상어 있어요?”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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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강변에는 마을이 많았다. 어떤 마을은 풍요로워 보였고 어떤 마을은 빈곤해 보였고 어떤 마을은 매우 위태로울 정도로 땅이 내려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 마을들이 정말로 보이는 것처럼 위험한지 물어보았고, 어머니는 그렇다고 알려주셨다. 사실 보이는 것보다 더 위험했다. 강둑 근처의 단단한 땅바닥처럼 보이는 것이 움직이는 강물이 땅을 삼키기 전에 꺼지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벵골의 강들은 이 지역에 번영을 가져다주는 원천이었지만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예측 불가의 위험 요인이기도 했다. 물길이 자주 바뀌는 강 주변에서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이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다. 아름다움과 위험이 긴밀하게 엮인 이 조합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를 매료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단 강의 물리적인 거대함에 매혹되었고 그곳에 사는 삶의 흥미로움에 압도되었다. 나중에 더 잘 알게 되듯이, 강에 대한 양면적인 태도는 동벵골의 많은 사람들에게 마치 제2의 천성처럼 깊이 내재되어 있다.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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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강의 양면적인 속성은 사회 안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고투에 대한 매력적인 비유로 제격이다. 사회 역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목숨을 쓸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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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 강의 양면적인 속성은 사회 안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고투에 대한 매력적인 비유로 제격이다. 사회 역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목숨을 쓸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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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2장을 읽으면서 저의 유년기와 자연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저는 강북구 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도봉구 쌍문동에서 자랐는데 이 시기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강북구나 도봉구의 자연 환경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에 배운 건 전무하다시피 하고요. 자연 환경뿐 아니라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응답하라 1988》 배경이 쌍문동이라지요? 저한테는 그 드라마의 스틸컷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져요. 제 기억에는 21세기 이전에 서울 주택가의 좁은 골목은 그렇게 보송보송하지 않았어요. 제 뇌리에는 ‘골목길=구정물이 고여 있는 공간’으로 박혀 있어요.
2024년의 서울이 엄청난 찬사를 받을 친환경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유년기를 보낸 1970년대, 1980년대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울에서 (강돌고래는커녕) 붕어와 왜가리를 처음으로 본 게 1990년대였어요. 황조롱이와 두꺼비를 처음 본 것은 2000년대 초반, 뱀과 민물 게를 본 것은 2010년대, 고라니와 너구리를 본 것은 2020년대였어요. 아직 멧돼지나 삵을 서울에서 마주친 적은 없네요.
가끔 초등학생 조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아이들이 저보다 나무나 풀의 이름을 더 잘 알더라고요. 저보다 훨씬 더 자연 근처에서 자란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YG
@장맥주 저는 목포가 고향이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댁은 목포 인근의 농촌 마을이라서 방학 때만 되면 무조건 한 달 정도는 혼자서 할 아버지, 외할아버지 댁에 가 있었어요. 저는 그렇게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도 방학 내내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댁 창고에 쌓여 있는 아버지, 삼촌들, 고모들이 보다가 남겨 놓은 책들만 뒤적거렸답니다.
그래도 한 가지 기억은 있어요. 혼자서 심심하니까 아침 먹고서 괜히 혼자서 걸어갈 수 있는 한계거리까지 걸었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었어요. 아직도 칼바람 부는 겨울에 추수가 끝나고 횡한, 살얼음이 곳곳에 얼어 있는 들판을 혼자서 걷는 장면이 생각나긴 합니다.
아마 제가 아마르티아 센과 같은 책을 쓴다면 목포 옆 영암의 겨울 들판을 혼자 걷는 모습을 회고할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저의 정체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게 문제긴 합니다;;;)
borumis
예전에 전 스위스 제네바에 살 당시 혼자 걷다가 프랑스 국경도 종종 넘어갔어요..;; 가족 여행 다닐 때도 가족 중 가장 외국어를 잘 하고 지도 보고 혼자 알아서 호텔까지 돌아오고 하니 고등학생 이후 거의 혼자 돌아다녔어요.. 엄마의 쇼핑이나 아빠의 낚시 등 스포츠 취미와 맞지 않아서 저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선택한 것도 있구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혼자 걷는 것,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먹고 혼자 쇼핑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삼형제 사이에서 큰 전형적인 E인 남편은 그걸 이해 못 하더라구요. 남편은 주변에 너무 관심이 많고 뭐든지 남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 그래서 그런지 전 남들이 막 돌아다니고 왁자지껄한 곳에서도 혼자 책 한 권 있으면 집중해서 읽고 있어서 눈가리개 채운 경주마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지독한 개인주의지만.. 집중력은 좋다고 얘기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지금 하는 일이나 정체성과 상관없어 보였던 일들도 나중에 돌이켜 해석(?)해보면 어떤 연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장맥주
목포의 겨울 들판 혼자 걷는 강양구 어린이를 만난다면 책 읽으면서 먹으라고 아폴로랑 라면땅 넉넉히 사주고 싶습니다. (어쩐지 유괴범으로 오인될 거 같기는 합니다.)
YG
정확하게 말하면, 목포 옆의 영암 들판입니다. :)
장맥주
아폴로랑 라면땅 들고 강양구 어린이 찾아 추운 겨울 목포항 헤맬 뻔 했습니다. ^^
borumis
저도 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기억이 가물가물.. 게다가 유치원 때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살았는데 여자애여서 한국인 교민 자녀들이 다니던 유치원 외에는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하루종일 있었던 것 같아요. 유일하게 만났던 아랍인이 차고에서 일하던 기사분..;; 자연도 사회도 차단되었던..;; 그래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이후로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벗어나 좀더 자연이나 사회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지만.. 평생을 그런 곳에서 살았다면 어땠을지..;;
아이들에게는 좀더 자연과 친해지게 하고 싶었는데 저희 애들은 그렇게 생물 (특히 벌레)에 관심이 없더라구요;; 나름 전원주택에서 키웠는데..;; 식물에도 별 관심이 없어요;;
장맥주
아이가 없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우습지만, 아이들마다 다 다른 거 같아요. 저는 부모님 댁 개를 데리고 자주 산책하는데, 동네 놀이터에서 그 개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름도 알지요. 유치원 다니는 아이인데 개를 너무 좋아해요.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 2학년인 제 조카는 개에게 별 관심이 없는 거 같습니다. 대신 축구를 엄청 좋아해서 모든 FIFA 회원국의 랭킹을 줄줄 외우고 다녀요.
자연을 별로 접하지 못하고 자란 저는 어렸을 때 곤충은 질색했고 식물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개를 키우지도 않으면서 좋아했고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자라서는 결국 맥주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느냐 하면, 캠핑을 가거나 등산을 다니지는 않지만 공원 산책은 아주 좋아합니다. ^^
YG
역시 2장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지도를 하나 첨부합니다. 지도의 '후글리 강'이 바로 캘커타로 흐르는 지류 바기라티 강입니다.
모시모시
“ 지도를 보니 강가와 브라마푸트라는 동일한 수원인 마나스 사로 바에서 나왔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있었다. 히말라야의 높은 곳에 있는 마나스 사로바는 '마음을 생성하는 호수'라는 뜻으로, 산스크리트 문학에는 이 호수를 노래한 것이 많다. 아무튼 동일한 곳에서 출발한 두 강이 먼 경로로 각자의 길을 가다가 수원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벵골에서 합류한다.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3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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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2장 읽으면서 저도 지도를 찾아봤었는데, 그러다보니 한국의 강 이나 지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한국지도도 들여다봤어요. 올려주신 지도가 제가 봤던 이미지보다 조금 더 상세해서 읽었던 2장 다시 들춰봤습니다!
유니크
늦었지만 책 주문했습니다.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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