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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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은 없지만 모리스 돕의 '임금에 대하여'가 아직 절판되지 않았네요.
임금에 대하여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케임브리지 경제학 편람’이라는 제목으로 기획, 편집한 것으로 일반 독자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경제학자들이 현재 경제 문제들에 사용하는 이론의 일반적 원리를 담고 있는 개념들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스라파의 책도 돕과 비슷한 사정인데요. 1986년에 비봉 출판사에서 거의 유일한 저서 『상품에 의한 상품 생산』 한국어판이 나온 것으로 검색이 됩니다. (당연히 서점에서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스라파의 경제 이론은 특히 케인스 연구자에 의해서 지금까지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국내 케인스 사상 전문가 가운데 한 분이 경제학자 박만섭 선생님이신데, 그분이 『스라파와 가격 이론』(아카넷)이라는 이론서를 번역하기도 하셨네요. 심지어, 2010년에는 당시 국내의 비주류 경제학 이론 잡지였던 <사회경제평론>에서 『상품에 의한 상품 생산』 출간 50주년을 기념해서 국내 학자의 논문 네 편을 싣는 특집을 기획하기도 했던 기록이 검색에 나옵니다. (이때도 박만섭 선생님께서 두 편의 논문을 쓰셨어요.) 22장에서 스라파와 비트겐슈타인의 인연을 언급한 책은 유명한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입니다. 스라파의 친구였던 이탈리아 반파시스트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유명한 『옥중수고』로 유명하죠. 그의 삶은 주세페 피오리의 평전 『안토니오 그람시』를 통해서 살필 수 있어요. (아, 저는 학부 때 열심히 읽고서 나름 감동 받았던 책입니다.)
스라파와 가격이론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61권. 이 책은 현대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신고전학파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이론 체계를 제시한 스라파의 경제학을 간결하지만 심도 있게 소개한 세계 첫 해설서이다.
비트겐슈타인 평전 (리커버 개정판) - 천재의 의무20세기 최고의 천재 철학자로 평가되는 비트겐슈타인 전기의 결정판,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이 비트겐슈타인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난해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흐름 속에서 꼼꼼히 재구성해낸 전기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안또니오 그람쉬 - 이매진 올더피플 02그람쉬의 일생을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연결시켜 서술하고 있으며, 탁월한 이론가이자 사상가였을 뿐 아니라 정치가, 혁명가, 언론인이었던 그의 면모를 다채롭게 비추고 있다.
저두요. 이분이 비트겐슈타인과 이런 관계였다니..! 게다가 그람시의 옥중수고는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그람시와의 관계가 다뤄진다는 24장을 어서 읽어보고 싶네요. 돕이 뚜껑없는 찻주전자에 대해 언급 안 했던 일화도 그렇고 그 전에 기숙사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 (그나저나 옥스포드 캠브리지 등이 남학교였던 건 알았지만 꽤 늦게까지도 여성을 안 받아들였군요;;) 간접적으로 엄격히 혼냈던 것도 그렇고 뭔가 말을 절제하는 신사다운(?) 모습도 보이네요..
『옥중수고』에 도전하실 거면 차라리 영어판을 읽기를 권해요. 한글판은 완역도 아니고, 번역 상태도 권할 만한 수준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옥중수고』를 바로 읽기 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주세페 피오리의 평전부터 시작하면 훨씬 맥락을 이해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피오리의 평전 이후에는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람시가 감옥에 갇히기 전까지 어떤 활동을 했고, 당시의 정세에 어떤 입장과 사상을 견지했는지를 따져보기 좋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 - 개정판'시민사회의 이론가', '실패한 서구의 혁명가', '지성의 비관주의와 의지의 낙관주의'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공산당 창설자 안토니오 그람시. 그람시는 1926년에 이탈리아 파시스트 당국에 체포되었는데, 11년 간의 감옥 생활기간 동안 이 책을 집필하였다. 세계 역사의 격동기를 헤쳐나간 젊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혁명적 사유가 담겨 있는 책이다.
@borumis 님, 참고하시라고 영어판 서지도 알려드립니다. Gramsci: Pre-Prison Writings (Cambridge Texts in the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Prison Notebooks (Volumes 1, 2 & 3)
22장을 읽는 동안 은사(恩師)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은혜로운 스승은 고사하고 ‘그 분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선생님조차 없네요. 제가 겪은 선생님이나 교수님들 잘못은 아니고 제가 겉돌며 학교생활을 한 탓이지만요.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아니고,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그 전공을 살리지도 않았으니 센처럼 학계의 권위자로부터 지도를 받고 대화나 토론을 할 기회 자체가 없었습니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무척 소중한 경험인 듯한데 이 책 읽으며 자주 쓴 표현이지만, 부럽습니다.
저에게는 그와 가장 유사한 인간관계가 언론계 선배들과의 관계일 거예요. 그런데 롤모델로 삼고 싶거나 존경할 만한 커리어를 이루고 있는 선배가 거의 없네요. 언론업이 망하면서 언론계에 남아 있는 선배들은 진지하게 노후를 걱정해야 할 처지이고, 기업계로 간 선배들은 잘 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홍보나 법무 쪽 임원 정도입니다. 부럽진 않습니다. 정치권으로 가서 국회의원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분들은 자기가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커리어를 따라가고 싶은 선배가 없다’는 점은 요즘 젊은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가끔 후배 기자들 모임에 초청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후배들, 젊은 기자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저한테는 이중으로 부담스러운 자리입니다. 첫째로는 나 그렇게 괜찮은 사람 아닌데 하는 심리적 부담감, 둘째로는 술값 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감. (한때는 술값을 낼 때 진지하게 김영란법 위반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아닌 거 같더군요.)
@장맥주 그래도 저는 작가님보다는 운이 좋나 봐요. 저는 기자 생활 시작하고 나서 만난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과 아주 깊은 친교를 나눠서 마음속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종철 선생님께서는 근본주의자라는 오해를 많이 받으시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 보기 드문 자유주의자-합리주의자-현실주의자이면서 근본을 사유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도 놓치지 않은 분이셨거든요. 무엇보다도 함께 대화하면 유머가 넘치셔서 너무 즐거웠어요. 안타깝게도 2020년 6월에 너무 일찍 세상을 뜨셨지만요.
전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후배들이 점점 더 잘 나갈수록(?) 존경하는 사람들 중 동기나 후배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물론 선배들도 있지만.. 나이를 불문하고 갈수록 후배들한테 제가 더 배울 게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만약 제가 술 사주면 교육비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ㅎㅎ) 그리고 실은 저랑 비슷한 환경이나 전공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을 찾는 것에 국한되면 비슷한 사람들만 보여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아요. 제가 SNS에 아직도 글이나 사진 올리는 것도 잘 못해서 초딩 딸한테 혼나는데 이걸 하면서 좋은 점은 제가 바빠서 만날 집과 직장밖에 못 다니는데 실제로 거의 만나보지 못할 사람들과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영국의 철학교수와 쇼펜하우어와 프루스트에 대해 이야기도 가능했고 미국에서 교장을 하는 친구와 학생들에게 총기사건에 대한 예방 훈련시키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잘 나가는 것보다는 (잘 나가는 사람이야 워낙 많지만) 실은 존경하는 이유는 사회적 성공 여부나 어떤 사상보다는 자신의 일과 삶에 열심히 매진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하게 됩니다. 제가 최근 제일 존경하는 분 중 하나는 교도소에서 일하시며 다운신드롬과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분이세요.
저는 제가 노력하지 않은 탓에 좋은 스승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으니까 쌤쌤해야겠어요. 제가 좋은 스승이 될 기회는 없겠지만 괜찮은 선배가 될 기회는 미약하게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저는 저보다 젊은 소설가들이 후배로 여겨지지는 않네요(그들은 저와 대등한 동료). 저한테 ‘후배’는 기자들, 특히 신문기자들인데, 이것도 좀 더 나이가 들면 생각이 바뀔지 그대로일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9월까지 저는 기자로 일한 기간이 전업 작가로 일한 기간보다 긴데, 그 이후로는 전업 작가로 일한 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p. s. 제가 좋아하는 선배 중 한 분인 김승진 번역가님과 이 모임 덕분에 연락을 주고받게 되어 얼마 뒤 신사역 근처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자랑입니다. ^^
@장맥주 김승진 선생님과의 맥주 한 잔 부럽습니다. 저는 김승진 선생님과는 연이 없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연세대학교 송기원 교수님)이 그렇게 김 선생님을 칭찬하시더라고요.
번역하신 김승진 선생님과 가까우시군요. 24장 영국 케임브리지로 돌아와서 사회선택이론을 다시 들여다 보고 설명하는 내용은 우리말로 읽어도 이해가 안되어 그냥 넘어갔습니다. 이런 글을 번역하시다니... 개인적으로 welfare를 복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일관되게 '후생'이라고 번역하셔서 새로웠습니다. 경제학계에서 사용하는 표준어인가 생각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사전을 봐도 후생이 더 가까운 의미인 것 같아요. Welfare (후생: 사람들의 생활을 넉넉하고 윤택하게 하는 일/복지: 행복한 삶. 국립국어원)
@YG @개와고양이 이 글들 김승진 선배에게 보여드리려고요. 제가 아는 김승진 선배는 질색팔색하면서 “술이나 드세요” 하실 거 같습니다. ^^
@장맥주 김승진 선생님은 우리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의 인기 번역자시잖아요. 꼭 팬심을 전해 주세요!!! :)
와~~ 인기인이다~~ 마셔라~~ 마셔라~~ 뭐 이렇게 팬심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그쵸 뭔가 일반인과 다른 개념인 듯하기도 하고.. 사회 선택이론 부분은 다른 아마르티아 센 책에서 다시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말 토요일(7월 27일), 일요일(7월 28일)은 23장 '미국을 접하다', 24장 '케임브리지를 다시 사고하다'를 읽으면서 4부를 마무리합니다. 23장에서는 미국과의 첫 번째 인연(MIT 경제학과 방문 교수)을 중심으로 4년에 한 번씩 미국 대학에서 보낸 1960년대 이야기가 간략하게 나옵니다. 24장에서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과와 저자의 불화(후생 경제학과 사회 선택 이론에 대한 천시 혹은 무시)를 다루면서 센이 자기 연구 분야를 본격적으로 확립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말이 지나면 이 책도 막바지입니다. 다들 잘 따라오고 계시죠? :)
오늘 부터 휴가입니다~ 밀린 부분 얼른 따라가겠어요.
연애나 결혼 생활 이야기는 23장에서 짧게 언급되고 마는 게 아쉽더라고요. 이혼을 해서 자세히 쓰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진짜 내밀한 사생활 이야기는 숨기려 하는 듯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혼을 한 이유나 과정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게 독자로서는 다소 아쉽지만, 정말 멋있는 사람은 그런 이야기는 자서전에 안 쓰는 거다, 하고 납득하기로 했습니다.
동료에서 연인이 되어 결혼한 두 번째 부인(1978~1983) 에바 콜로르니(1941~1983, 앨버트 허시먼의 조카)와는 에바의 지병(위암)으로 사별한 것으로 알고 있고, 세 번째 부인(1991~현재) 에마 로스차일드도 역시 동료에서 연인이 되어서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마 로스차일도도 유명한 경제사학자이고 『앨버트 허시먼』 평전에도 동료 학자로 자주 이름이 등장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 방금 검색해보니 흥미로운 대목이 있네요. 1976년 이혼하고 인도 캘커타로 돌아온 첫 번째 부인 나바니타 데브가 센에 대해서 남긴 평. 이거 와이프가 남편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 맞죠? :) "좋은 경제학자이지만 나쁜 자금 관리사(a good economist but a bad money manager)"이자 "아이들이 그의 학생이 될 만큼 충분히 자라기 전까지는 서투른 아버지(a clumsy father until the children grew old enough to be his stu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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