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16장 트리니티의 문 영국 유학시절의 이야기 . . 행어 부인의 유색인종에 대한 이야기,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동문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 캠브리지의 튜터나 지도교수 시스템, 작가가 자기 주변의 사람들과 학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학생으로서 처음 들어간 크리니티의 문을 여왕의 임명장을 갖고 학장으로 들어가는 트리니티의 문을 그려내고 있다. 다만 궁금했던 것은 영국의 제국주의적 지배 하에서 인도인들이 가지는 피지배 국민으로 위축되거나 조심스러운 부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제 강점기 이야기를 보면 항상 일본의 억압 속에서 간신히 간신히 이뤄내고 성공하는 것에 비하면 아마르티아는 거리낌없이 캠브리지를 활개치고 다니는 활기차고 적극적인 학생으로 보여서 신기하기도 하였다.
그쵸.. 전 우리나라가 국뽕 아니면 문화 사대주의로 위축되있는 극과 극으로 몰리는 현상이 참 안타깝던데 균형잡히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 점이 신기했습니다. 백인의 의무 어쩌고 했던 키플링이 몇 번 언급될 때도 '음? 키플링에 대해 별로 반감이 없나 보네?' 했더랬습니다.
17장 친구들과 동아리들 유유상종.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교류하고 . . . 인도 판사가 전범 재판에서 했던 이야기, 16장에서 1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잃은 캠브리지 학생들의 기념비 등을 보면서 제국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자기 중심적으로 보려는 경향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 또 제국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국가와 제국을 위해 목숨바친 사람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한 노력을 엄청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탈의 근원에 대한 깊은 학문적 분석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권리 자체가 매우 적은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물론 입법도 필요하지만 존재하는 법률조차 어떤 사람에게는 문맹이나 극빈곤등의 장애물 때문에 도움이 되지 못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법이 있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이 말하는 바를 읽지 못한다면 그것을 사용하는데 장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p. 412,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7월 24일)은 20장 '대화와 정치'를 읽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번 주에 4부를 마무리할 예정이니 뒤늦게 따라오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아 Dorothy Wedderburn의 이야기가 20장에서 나오는군요. ^^;; 워낙 이 작가가 지인들이 많아서..;; 홉스봄 뿐만 아니라 존 롤스에 E.M.포스터까지 알고 지내다니..! 게다가 마치 초엘리트 비밀결사단체같은 Apostles의 멤버였다니 이 작가 완전 마당발 인싸 아닙니까..!
제가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출처를 못 찾겠는데, 친구 딸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도 있습니다. 하하하! 해리스 아버지 또 그녀의 어린 시절 인연을 잠시 언급해뒀던 대목이 기억나네요.
아, 찾아보니 23장에 나오는군요. 이런 문장입니다.
인도에서 온 시아말라 고팔란은 존경받는 암 연구자였고 자메이카 출신인 남편 도널드 해리스는 뛰어난 경제학자였는데, 도널드가 박사 학위 논문 심사를 받을 때 내가 논문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다. 시아말라와 도널드는 오클랜드에 살고 있었고 나바니타와 내가 머물던 아파트는 텔레그래프 가에 있었는데, 이곳은 오클랜드와 버클리의 중간 지점이어서 그들의 집을 방문하기 좋았다. 나는 그들의 딸 카멀라를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보았다. 아가 카멀라가 부모 친구들이 와서 시끄럽게 구는 것에 저항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카멀라는 자라서 뛰어난 젊은 정치인이 되었고 너무나 합당한 명성도 얻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카멀라는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되는 놀라운 성취를 해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546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20장을 읽다가 ‘아니 센 박사님도 사도회 멤버였어?’ 하고 놀랐습니다. 어디서는 사도회가 지적 우월감으로 똘똘 뭉친 엘리트들이 금방이라도 게이 파티를 열 것 같은 분위기로 세계정복 음모를 짜는 곳처럼 묘사하던데, 센 박사님 서술에 따르면 건전하기 그지 없는 토론동호회로군요. 이 책 읽으면서 ‘부럽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째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부럽습니다. 서울대나 성균관대(케임브리지만큼은 아니어도 역사가 오래됐으니까)에도 사도회 같은 비밀 학생 토론 모임이 있을까요? 요즘 똑똑한 학생들은 전부 투자동호회 같은 데 있으려나요?
이러한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 조앤 로빈슨은 더 먼저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는 경제 성장의 극대화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성장해서 부유해지면 그다음에 의료, 교육, 기타 등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접근이 발전에 대한 사고의 근본적인 오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좋은 건강과 좋은 교육은 어떤 나라가 가난할 때 가장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8장, 430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이 부분은 1월에 함께 읽었던 『사람을 위한 경제학』의 센 편에서도 자세하게 나왔었죠? 두 책이 상호 보완되는 게, 1월 책에서는 로빈슨과의 논쟁이 부각되어 있고 이번 책에서는 실제로 센에게 영향을 줬던 스라파, 돕 등과의 인연이 강조되어서 저는 아주 좋은 상호 보완 독서였답니다.
같이 읽었던 책에서 접했던 이름들이 나와서 읽는데 도움이 되네요~ ^^ 1월 책을 다시 좀 들춰봐야 겠어요.
19장 유럽은 어디인가? "유럽에서 두 차례의 대전이 일으킨 살육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그렇게 오랫동안 문화적, 예술적, 과학적, 문화적 상호작용을 해온 이웃 나라들이 어떻게 그렇게 거리낌 없이 서로에게 살육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쓰는 2021년에는 정체성 분쟁이 대개 종교 간의 구분선을 따라 벌어지고 있다. <중략>~ 어린 시절에 힌두-무슬림 폭동이 갑작스럽게 분출하는 것을 본 내게, 이것은 정체성이 수행하는 파괴적인 역할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또 하나의 국면이 되었다. 어떻게 독일인과 영국인이 그렇게 파괴적인 전쟁을 벌이며 서로를 도륙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어떻게 불과 몇 년 뒤에 다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1930년대에 서로 평화롭게 살던 인도 사람들은 1940년대에 어떻게 갑자기 호전적인 힌두와 무슬림으로 바뀌어 막대한 커뮤널 폭동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것이 시작되었을 때만큼이나 빠르게 갑자기 멈춰질 수 있었을까? 우리가 명료한 정신으로 성찰한다면 이러한 폭력의 분출을 극복할 수 있을까?"(456쪽)
아, 이참에 '있는 그대로의' 'K-'를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나선 '책걸상' 짝꿍 JYP도 있기는 합니다. :)
K를 팝니다 - 다 아는데 왜 재밌을까 싶은 대한민국 영어 설명서한국의 빌 브라이슨, 〈YG와 JYP의 책걸상〉 책 팟캐스트 PD 및 진행자이자 박학다식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장르를 자유자재로 횡단하는 이야기꾼,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 박재영 작가의 『K를 팝니다』가 출간되었다.
혹시 여러분 이 책 한번 읽어보셨나요? 역사학자 이정철의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저는 이 책을 읽고서 근대 이전 한국사, 특히 조선 시대 경세가의 사상을 조금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을 읽고서 이미 이정철 선생님을 흠모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를 읽고서는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책은 '왜 선한 정치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현재적 의미도 충분한 책이에요.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 -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대동법에서 가장 중요한 문헌이라 할 수 있는 '대동사목'에 대한 필자의 치밀한 분석과 더불어 선조, 인조, 효종, 현종 연간에 진행된 왕과 관료들의 논의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대동법이 어떻게 현실정책으로 수립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조선시대 경세가인 이이, 이원익, 조익, 김육의 이야기. 이들은 민생의 원칙을 안민에 두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부었다. 책은 '조선의 개혁'이라는 큰 주제하에 네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작은 평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선조 8년 ‘동서분당’이 발생한다. 이렇게 시작된 당쟁은 정치적 사건들로 끝없이 변주되다가 선조 23년 기축옥사로 파국을 맞는다. 이 책은 이 과정과 인물들에 밀착하여 생생하게 드러낸다.
@장맥주 작가님과 대화하다 갑자기 생각난 책이긴 합니다만,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가 이번에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에 참석하신 여러분에게 드리는 제 나름대로의 선물입니다. :)
와, 다 처음 보는 책입니다. @YG 님 관심사도 정말 태평양 같으십니다. ^^
40대 후반이 되고 보니, 어렸을 때 좀 더 관심사를 좁혔더라면 훨씬 사는 꼴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있습니다. 하긴, @장맥주 작가님도 관심사의 폭이 넓은데 성취가 남다르시니 괜한 핑계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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