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동감2 입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지만 마르크스를 멀리 했던 저는 노동가치설 외 마르크스의 주장 중 아는 게 없어요. <사람을 위한 경제학>에서도 마르크스의 주장은 '이제 됐다'고 결론 내린 주류 경제학자들의 입장이었지요. 13장은 좌파 경제학자가 마르크스에게 보내는 찬사라는데 동의합니다. 그의 주장에 한계는 있지만 필요의 법칙, 객관적 착각, 노동자의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센의 해설을 보고 마르크스 관련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동감입니다. 가장 우아하고 현실적인 옹호라는 말씀도, 13장만 따로 소책자로 내도 될 거 같다는 말씀도요. ^^
저도 요즘 정신이 없어서 13장부터 15장까지 메모했던 내용은 내일 금요일 점심 때 시간 나면 다시 공유해볼게요. :)
15장 영국으로 아마르티아의 이야기를 읽으며 부모로서 살짝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15장에서는. 아마르티아의 입장보다는 그가 영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보이게, 보이지않게 도와주는 부모님의 역할이 더 크게 와 닿았다. 모든 살림 쥐어짜서 영국으로 떠나 보내는 부모, 자신의 인간관계를 동원하여 아이의 낯선 생활을 지원하는 부모의 세심함이 크게 느껴졌는데, 나는 아이의 자주성, 독립성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다구치지도 않았고, 열심히 지원하지 도 않은 무심하고 무능력한 부모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유색인종과 처음 접하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변화처럼,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나고 적응하면서 나의 사고나 마음이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피하면서 크게 생활하고 크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것을 만나고 싶어도 현재 사는 위치나 공간이 그러하지 않아서 욕심, 욕망만큼 커 질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어느쪽이었을까? 나는 낯선 것에 얼마나 도전하고 살았는지 . . . 나는 완전 새로운 세상에 떨어지면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보았다.
어떤 분이 자기는 선재업고튀어 드라마에서 청춘 로맨스보다는 기껏 유학 준비했던 선재 아버지의 노고를 내던지고 좋아하는 여자 쫓아가는 걸 보고 부모 입장이 되서 속터지는 줄 알았다는데..;; 애를 키우다보니 자꾸 부모 입장에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교적 외교관 타입인 남편과 극도의 내향인인 저는 아이들을 키우고 도와주는 방식도 완전히 반대인데요. 남편은 아이나 집안에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온갖 지인들의 인맥을 이용해서 컴퓨터가 고장나면 어떤 친구가 와서 고치고 법률 문제가 생기면 저 친구가 도와주는 등으로 지원해주는 반면 저는 아이가 공부하거나 인생에서 고민이 생길 때 같이 대화하고 검색하고 알아봐주는 유형이에요. 어제 남편은 술자리에서 친구가 검정고시 본 아이가 가볼 만한 수시관련 전시회에 대해 알려줘서 남편이 아이한테 그거 가보라고 하는 반면 저는 이미 한 달 전에 그 전시에 대해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전시 티켓 예매도 했다고 해서 남편이 좀 허탈해졌는데요.. 각자 다른 지인들의 영향 속에서 내 자신이 형성되는 것처럼 각자 다른 부모의 영향도 아이를 좀더 다채롭게 크게 해줄 거에요. 전 첫번째 하숙집에서 신도 안 믿는다고? 놀라는 것도 웃기고 두번째 하숙집 아주머니가 목욕하면 색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너무 웃프더라구요. 얼마나 그 당시 무지와 편견으로 중무장했을지.. 뭐 지금도 가끔 외국인이 동양인을 보는 시선도 그리고 가끔 한국에서도 외국인을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겠지만요. 그래도 그걸 일일이 발끈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tongue-in-cheek 식으로 대처하는 작가가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양육방식과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진짜 밤을 새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닌가? 그전에 싸워서 일찍 돌아누워 자게 될까? ㅋㅋ . . .자기가 접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무지, 어떻게 드러내는가의 문제인것 같아요. 생각하는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어찌보면 참 무서운 말이지요. 무지를 무지로 인식하지 못한채 편견속에 살아가게 되는 거니까 ~~
무지와 편견으로 중무장했지만 마음이 나쁜 건 아닌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깨닫게 해주는 에피소드였어요. 센 박사님도 부들부들 떨면서 억지로 참으며 행어 부인을 대한 것 같지 않아서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센 박사님 정말 (글로만 뵌 거지만) 따뜻하고 어른스러운 분 같습니다. 겨우 20대였을 때인데도 지금의 저보다 더 점잖으십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금요일(7월 19일)은 17장 '친구들과 동아리들'을 읽습니다. 어제(7월 18일) 읽은 16장의 연장 선상에 놓인 장이에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센의 학교 생활과 교우 관계를 알 수 있게 하는 장입니다. 이 장을 읽으면서, 아 1950년대 초반의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사실상 전 세계 엘리트(유럽과 미국 그리고 과거 영국 제국의 우산 아래 있었던 나라들)의 요람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만약 센이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아니라 미국 대학교로 유학을 갔었다면 또 그의 학문과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고요.
17장을 읽으면서 이 축복 받은 (것처럼 보이는) 대학생활, 교우 관계를 내가 부러워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존경해야 하는 걸까 싶었어요. 어쩌면 그렇게 자기 친구들의 초상을 구체적으로 그리면서 다 좋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분명히 이때 싫어했거나 질투했거나 다퉜거나 하는 동기들이 있었을 텐데요. 저는 돌이켜보면 어느 조직에 있을 때나 늘 몇 퍼센트의 사람들하고는 격렬하게 사이가 나빴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요.
자전거로 시작하는 17장은 수 년 전 1년간 머물렀던 케임브리지를 떠올리게 하면서(아침이면 자전거 타고 학교로 가는 학생들이 대학가로 들어가는 길목쯤 되는 횡단보도에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동시에 만나는 모든 사람과 찬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대학 1학년 시절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만남과 우정(그런데 두 장째 읽지만 다른 장도 거의 이런 분위기인 듯)! 일본 전범재판소에서 반대 의견을 냈던 인도 판사 라다비노드 팔 얘기가 인상적이었고 마지막 부분에 구강암 치료를 받고 1년만에 영국으로 왔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어요. 이번 주말에 4부를 마치고 빨리 처음부터 읽고 싶습니다.
우리는 주류 경제학에 대해 불평하곤 했다. 왜 주류 경제학은 인간의 삶에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가? 마붑과 나는 친구로서도 죽이 잘 맞았지만 학문적인 관심사도 비슷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7장, 397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권리 자체가 매우 적은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물론 입법이 필요하지만, 존재하는 법률조차 어떤 사람들에게는 문맹이나 극빈곤 등의 장애물 때문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법이 있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7장, 412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몇몇 친구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 덕분에, 몇몇 친구는 고향 사람이어서, 몇몇 친구는 정치적인 친밀성 덕분에, 또 몇몇 친구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가까워졌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 센터 의사 선생님들처럼 어떤 경우에는 나의 심각한 취약성 덕분에 우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에서의 삶을 돌아보니, 강함만이 아니라 취약성도 사람들을 가깝게 묶어주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7장, 421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또 20일이 되니까,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8월에 읽을 열세 번째 벽돌 책은 무엇을 읽을까? 8월에는 날도 덥고 또 아직까지 여러분이 『화석 자본』의 후유증을 호소하셔서 조금 가벼운 벽돌 책을 읽어볼까요? 1. 후보 가운데 하나는 폴 오스터의 『4321』(열린책들)을 함께 읽으면서 떠올렸던 필립 로스의 '미국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 『미국의 목가』(문학동네)입니다. 국내에서는 두 권, 352쪽 + 308쪽으로 나왔습니다. 벽돌 책으로 하기엔 약하지만(?) 또 찾아서 읽기가 힘든 작품이기도 하죠. 알다시피, 필립 로스는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죠. 이 작품은 그에게 퓰리처 상의 영예를 안겼습니다. 로스는 『미국의 목가』 이후에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 스테인』으로 이어지는 '미국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을 잇따라 발표했고 모두 호평을 받았죠. 『미국의 목가』는 로스 자신이 '대표작'이라고 언급하며 애정을 투사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4321』을 읽으면서 이 작품을 떠올렸던 건, 1960년대 말로 중요한 시대적 배경이 겹치기 때문이었어요. 『4321』을 함께 읽었던 분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두 작품의 시선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은 비교 독서 경험을 줄 겁니다. 그간, 벽돌 책 공식 모임에서는 소설은 한 번도 다룬 적이 없어서 이렇게 정색하고 읽기 전에는 선뜻 손에 들기 어려운 두꺼운(?) 고전(하지만, 주로 현대 소설)을 읽어보면 어떨까 해서요. 2. 두 번째는 지금 읽고 있는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문학동네)입니다. 1929년부터 1939년까지의 시기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둔 시기이기도 합니다. 20세기에 문명이 어떻게 파국으로 돌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때니까요. 이 책은 그 시기를 살아갔던 사람(하지만, 유명인)의 이야기를 마치 사진 한 장, 한 장을 모자이크처럼 모아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제시해서 그 시대 전체 그림을 저마다 그려보길 권합니다. 플로리안 일리스의 『1913년 세기의 여름』을 재미있게 읽었던 분이라면, 당연히 이 책도 흥미로울 테고요. 이 책으로 일리스를 만나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 테고요. 현재로서는 이 두 책이 가장 마음이 가는 책입니다. 두 책 중 더 관심이 가는 걸 언급해 주셔도 좋고, 다른 책을 제안해 주셔도 좋습니다. 참, 두 책 모두 @장맥주 작가님 기준 벽돌 책(700쪽 이상)은 아닙니다. (실망하지 마세요! 무시무시한 후보는 많습니다!)
[세트] 4 3 2 1 1~2 세트 (양장) - 전2권반세기 넘도록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 온 폴 오스터. 오늘날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가 국내에서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미국의 목가 1 (양장)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에게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그의 대표작이다. 필립 로스는 <미국의 목가>를 시작으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으로 이어지는 '미국 3부작'을 발표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목가 2 (양장)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에게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그의 대표작이다. 필립 로스는 <미국의 목가>를 시작으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으로 이어지는 '미국 3부작'을 발표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미국의 역사가 사회뿐 아니라 그 구성원인 힘없는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꾸준히 파헤쳐온 필립 로스가 1998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미국의 목가> <휴먼 스테인>과 함께 일명 '미국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휴먼 스테인 1 (양장)퓰리처상 수상 작가 필립 로스의 대표작. 1990년대를 배경으로 도덕적 위선과 폭력 등으로 얼룩진 현대 미국 사회의 음울한 표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 사회에 여전히 잔재하는 인종, 계층 갈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집단에 의해 난도질당한 개인의 상처를 쓰다듬는 한편 '오점 없는 사람들'의 위선과 분노를 비판한다.
휴먼 스테인 2 (양장)퓰리처상 수상 작가 필립 로스의 대표작. 1990년대를 배경으로 도덕적 위선과 폭력 등으로 얼룩진 현대 미국 사회의 음울한 표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 사회에 여전히 잔재하는 인종, 계층 갈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집단에 의해 난도질당한 개인의 상처를 쓰다듬는 한편 '오점 없는 사람들'의 위선과 분노를 비판한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만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인 1929년~1939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1913년 세기의 여름2013년 논픽션 부문 독일 최고의 화제작.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누어 그려나간다. 날씨로 보면 1913년 여름은 끔찍했다. 이상기후 속에서도 유럽의 문화는 독특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YG님~ 다른 무시무시한 후보 말구 이 두 책 중에 하나로 정해주세요~~ 경량벽돌 조아요오ㅎ.ㅎ)/
홉스봄의 역사3부작과 폴오스터의 뉴욕3부작, 필립로스의 미국3부작을 읽어볼까요? 아니면 홉스봄의 역사책들과 플로리안 일리스의 책 두 권으로 세계사를 집중적으로 다루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전 문학도 역사도 많이 경험이 부족한 이과생이어서 둘 다 환영합니다.
개인적으로 필립로스책은 많이 읽었어서 제가 모르는 작가인 플로리안 일리스 책이 더 끌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ㅎㅎ 엊그제 뉴욕타임즈선정21세기최고의 책(하지만 선정의 기준은 무엇인지 알수없고 ㅋㅋ) 정리해주신 노션을 보면서 내가 너무 필립로스 무거울거같다고 피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마침 보여서 반갑습니다 ㅋㅋ 관심있던 책이라 둘다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역시 모임에서는 손안가는 책이 최고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https://jyjeon.notion.site/21-100-c157adaaf1a64424a08cfd69cd4d1659
아앗! 이렇게 좋은 걸 정리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21세기 100권 선정한 거 타임즈 북리뷰 인스타에서 보고 볼 책이 많다고 좋아하고 있었어요^^;;
어떤 멋진분이 정리해주셨더라구요 ㅎㅎ 저도 감사히 가져왔습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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