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12장 칼리지 가 세속적 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며, 과묵하게 주입식 교육에 정성을 다한 나는 아마르티아의 적극적 호기심, 학문자체 본질에 대한 호기심, 관련 사람들에게 대한 호감과 친밀한 접근 등등이 매우 낯설고 부러웠다. 우리의 수다와 같은 아다를 통해서 학문과 배움을 장을 확장해 가는 아마르티아의 배움의 방법도 매우 신기하였다. 나는 수다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성격이면서도 이런 토론과 대화로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 빠져보고 싶다는 엄청난 욕망이 새롭게 생겼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 중에 '현재의 나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과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라는 말을 듣고 띵~ 한 적이 있었다. 아마르티아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영향력을 발전적으로 자기화하면서 삶을 확장해 가는, 그러면서도 흔들림없이 나아가는 모습이 위대해 보인다. 지금의 나라면 아마르티아의 커피하우스가 있다고 하면 찾아갈것 같다. 사람들이 자신의 철학과 학문을 경계나 사람을 따지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참여해보고 싶다. 대한민국 현실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방끈이 긴 나라 중 하나일텐데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대화와 토론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이끌어가는 사회기관이 없음이 슬펐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이 참 와닿네요. 맞아요 성장하면서 만나온 사람들이 모두 현재의 제 자신을 만들었겠죠. 우리나라는 각자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에서는 공부를 많이 하는데..^^;;; 공부한 것을 공유하고 토론할 시간이나 장소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수다를 경시하는 문화, 잘 듣기만 하는 문화라서 이런 공간이 안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다수결이라는 시스템으로 도출되는 결론이 일관성이 없을 수 있으며 결론 자체가 도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음이 증명되었다.(세번째 문단) 불가능성의 정리는 명백하게 합리적인 기본 절차를 충족해야 할 경우, 독재 이외의 사회선택 메카니즘으로는 일관성 있는 사회적 의사결정이 산출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불가능성의 정리는 강력하고 의외이고 우아하고 비범한 수학적 정리였다. (두번째 문단) 12장 칼리지 가 p. 311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유니크 님도 같은 대목을 메모하셨군요. 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죠.
콩도르세와 애로우의 개념을 이용하여 다수결이 항상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지문이 고등학생 아들의 국어 모의고사에 나와 깜놀한 적 있어요. 한국어인데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되어 3-4번 읽고 나의 문해력을 탓하며 좌절했지요. 24장에서 아마르티아 센이 나중에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에 대해 비판하면서 수학적 공리로 증명했다는 내용을 보고 한 번 더 좌절 ㅠ
ㅋ 그래도 직접 모의고사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마음은 더 우울했을 것 같네요.. 정확히 어떤 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문해력의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문제에서 불가능성 정리를 너무 복잡하게 설명했거나.. 아니면 수식 자체가 복잡해서 그럴지도요. 이 책에서 센 선생님도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의 증명은 매우 복잡했다고 하시니..^^;;
13장 마르크스에게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학문하는 자세? 비판하는 방법? 주장과 논리를 만들어내는 방법? 이 책의 각 장은 각각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연결되는 것 같으면서도 따로 읽어도 무리없는 독특한 구성이다. 처음 아마르티아의 시각을 장단점을 모두 수용해서 판단하는 면을 보고 이중적이라고 했었는데, 다원적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는 부분이이었다. 개인적으로 마르크스의 주장을 피상적으로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 글을 보면서 어떤 면에서 위대하고, 어떤 면을 강조했는지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힘이 지니차게 강력해져서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절하해서 사회질서가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마트크스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늘 갖고 있으려고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점점 우리 사회가 자본 지향적으로 바뀌어 가기 때문에 더 마르크스 관점을 포함해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졌어요. 개인적으로 버트란드 러셀의 서양철학사에 대한 감상이 저도 비슷했는데 뭔가 Will Durant도 그렇고 Russell 도 너무 본인 취향대로만 골라 쓴 느낌을 받아서 좀더 객관적인 철학사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반면 이 책에서 나온 Adam Smith의 국부론이나 Marx나 Hobsbawm의 저서를 제대로 안 읽은 점이 너무 아쉬웠어요.
그러게요. 우리도 학교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가르치려 하지말고 사회, 경제 단원이면 국부론하나, or 자본론 하나 읽으면서 한학기 토론하고 글써네고, 현재상태를 그 내용에 따라 분석해서 발표하는 식으로 공부하면 안될까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베다, 성경, 불경 등등 동아리나 별도 과제를 통해 아이들이 조금씩은 접하게 하고 학교공부를 마무리하게 해 주는 것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객관적착각이란 특정한 관점에서 보면 명백하게 객관적인 진리로 보이지만 다른 관점에서의 관찰로 보충해야만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그렇게 조사를 거쳐야만 처음에 참으로 보았던 것이 정말로 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종류의 현상을 말한다. ~~ (자본과 노동이라는) 자유로운 교환이라는 형태덕분에 공정하고 동등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에게 혐상력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 착취의 관계이다. ~~~ 노동자와 자본가, 여성과 남성 등의 관계에서 특정 집단이 미묘하지만 매우 강하게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에도 겉으로는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진지한 정치적 논의 없으면 이러한 불평등은 간과되기 쉽다. 13장 마르크스에게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p. 329~330 발췌요약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14장 초기의 전투 이제 겨우 속도를 따라 잡는 것 같습니다. 건강염려증, 부정적 사용의 예만 보았는데 . . . 덕분에 자신의 목숨을 살린 이야기. . . . 라듐의 부정적 피해 사례 중심으로 들었는데, 암세포를 치료하는 이야기 . . 제목은 매우 전투적이었으나 간만에 한 사람의 회고록 같은 느낌의 일상적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탐구하는 자세, 전문가 앞에서도 자신의 탐구 사실을 기반으로 당당하게 주장하는 모습, 글로 만나니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 병원에서 이런 환자 만나면 밥맛일 것 같긴 하다 ㅋㅋ 다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는 직업세계, 전문영역 등으로 세상을 너무 세분화하여 마치 넘어서는 안되는 경계를 너무 많이 세워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내 병에 대해서 내가 조사하여 내가 진단할 수도 있는데, 비전문가라서 그냥 무시당하고, 전문가라서 오진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니, 이런 글을 읽으면서 공부, 배움의 방향을,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암이라는 죽음의 문 앞에서 살아 돌아 온 , 내 몸을 공격하는 내 몸 안의 병원체와 싸워 이겼다고 느끼는 순간, 진정한 환희의 순간이라는 소회, 투병 과정 전반에 함께 했던 사람들과 노력들을 되돌아 보면서 느끼는 벅참의 순간을. 특히 건강염려증을 가진 사람에게 그 순간의 감동을 생각할 수 는 있어도, 우리는 비숫하게 공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전 근데 콜레라가 사람을 낙관적으로 만드는 다는 얘기에서 빵터졌어요. 아..난 걱정하니까 콜레라가 아니구나 안심했다가 앗 나 지금 낙관하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럼 위험한건가?하고 또 걱정에 빠지는 작가의 모습이 넘 우스꽝스러웠어요..^^;;;; 근데 진짜 진료실에 이런 건강염려증 환자 많아요.. 낙관적인 사람들은 실제로 어디가 아파도 병원에 잘 안 가구요;;; ㅋㅋㅋ
저두 그 부분 킥킥거리면서 읽었어요. 그전엔 웬만해서 병원 가는게 싫었는데 . . 50대 지나면서 웬지 자주, 친하게 지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신이 없어서인지 조금만 두통이 와도 뇌졸증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ㅋㅋ ㅠㅠ
@borumis @유니크 사실 저도 살짝 건강 염려증이거든요. 남의 불행을 보고서 웃으면 안 되는데, 결과적으로 90세가 넘을 때까지 장수하고 있으니 저도 14장은 아주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한바탕의 웃음이 낫는 과정을 북돋을 수 있어 그러니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의사의 일을 돕기 위해 우리 환자들은 우리 몫의 일을 하자고 . .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4장 초기의 전투 p. 357,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아픈 사람이 단지 지불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적 도움을 거부당하는 사회는 정당하게 스스로를 문명사회라고 부를 수 없을 것”(어나이린 베번)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3장, 326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13장 마르크스에게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마르크스가 분배에 관한 일반 원칙을 이야기했을 때 인간이란 다층적인 정체성을 가지며 인간의 정체성을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는 사실도 짚어두어야 할 것 같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327쪽) "“그 외의 측면은 모두 무시”하고 인간에게 하나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추세가 전 세계에서 횡행하는 오늘날, 인간을 일차원으로 환원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 마르크스의 태도는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328쪽) "캘커타에서, 이어서 케임브리지에서 주류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인간의 관심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가치들은 고려하지 말고 모든 인간이 이기심을 우선순위에 놓는다고 가정하도록 강하게 독려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조악할 뿐 아니라 오류가 있는 접근으로 보였다."(333쪽)
어떤 목적을 위해 맥락화를 할 필요가 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 때 탈맥락화를 하거나 맥락을 바꾸어야 할 필요도 있다. 마르크스주의의 분석력과 범위를 마르크스가 살았던 당대의 맥락이 아닌 맥락에서 이해하려면 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홉스봄이 보여주었듯이 관념이 물적 조건에 미치는 방대한 영향을 인식하는 것은 전적으로 마르크스주의적이다. 하지만 마르크스 본인이 관심을 둔 초점은 아니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3장, 336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내 세계가 복원되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4장, 354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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