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이건 대체 뭐죠? 성적인 극기훈련? 하여간 약간 미신적이고 수상한 주장을 과신한 듯하네요-_-;;
정치적 기인이 아니고 그냥 기인... 이었던 거 같습니다.
3장에 등장하는 센의 전처 고 에바 콜로르니(경제학자) 혹시 기억하시나요? 네, 에바 콜로르니는 우리가 3월에 읽었던 벽돌 책 『앨버트 허시먼』의 주인공 허시먼의 조카입니다. 허시먼의 누나인 우르줄라 히르슈만과 이탈리아의 지식인이자 반파시즘 운동가 에우제니오 콜로르니 사이에서 태어났죠. (이 두 사람 다 『앨버트 허시먼』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입니다.) 이 책에서 허시먼은 등장하지 않지만 우르줄라와 에우제니오는 25장에서 언급됩니다.
내가 다카의 세인트그레고리 학교에서 산타니케탄의 학교로 옮겼을 때, 이것은 키르티나샤 옆에서(정확하게는 근처에서) 아자이('대적할 자 없는'이라는 뜻이다) 옆으로 옮긴 셈이기도 했다. 아자이 강은 연중 대부분에는 고요하다가 우기에 상상을 초월하게 수량이 불어나 인근의 아주 많은 마을과 도시를 수몰시킨다. 강의 양면적인 속성은 사회 안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고투에 대한 매력적인 비유로 제격이다. 사회 역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목숨을 쓸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56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산티니케탄에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유의 행사는 이성의 역량과 함께 발달해야 한다는 타고르의 개념이 내게 점점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 자유가 있으면 그것을 행사해야 할 이유를 갖게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자유의 행사가 될 수 있다. 단순 암기 교육을 주입식으로 받는 학생들이 흔히 그렇듯이 이성의 자유를 두려워하게 되는 게 아니라, 이성의 자유를 잘 사용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타고르가 그의 독특한 학교에서 가장 크게 노력한 부분인 것 같았다. '자유와 이성의 조합'의 막대한 중요성은 그 이후로도 내내 내 삶에서 큰 교훈으로 남아 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4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제 경험이랑도 맞닿아 있어서 인상깊었습니다. 자율을 중시하는 시골 기숙 학교에 다녔는데, 자유라는 것이 비로소(!) 주어졌을 때 그것을 잘 행사하는 방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제가 무엇을 하고, 하지않을 것을 결정할 자유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생각의 폭이나 방향이 확 넓어졌던 경험이었습니다.
@벽돌장이 @모시모시 산티니케탄 학교와 타고르의 교육론을 직접 소개한 책도 있어서 언급합니다. 한참 전에 나온 책으로 기억했는데 2004년 20년 전에 나왔었네요. 이 책의 저자 하진희 선생님은 산티니케탄 비스바 바라티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 과정을 공부하시면서 이곳을 직접 경험하셨습니다.
샨티니케탄 - 평화를 부르는 타고르의 교육도시샨티니케탄의 비쉬바바라티 국립대학에서 공부한 지은이가 소개하는 이 마을 학교의 교육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타고르가 이 마을을 세우기까지의 과정, 바탕이 된 교육철학, 각급 학교들의 수업풍경과 캠퍼스,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모인 학생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오! 감사합니다~~
그들이 인도 북동부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캘커타(지금의 콜카타) 하우라역에서 다르질링행 기차에 오른 그들은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볼뿌르역에서 내렸다. 옆자리에 있던 현지인에게서 인근에 있는 산티니케탄에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세운 실험학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여정을 수정한 것이었다. 정처 없이 떠돌고 있던 두 사람에게 급작스런 여로의 변경은 늘 있던 일이기도 했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지영 지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인도계 미국인 수키 라임즈에게 일어난 기이한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옆 방에서 읽던 소설에 스치듯 산티니케탄이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이 자서전 안 읽었으면 그냥 흘려 읽었을듯... 아는만큼 보이네요. :D
이 책에서 언급하는 타고르를 포함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아시아의 지식인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으면 1971년생 인도 출신 지식인 판카지 미슈라의 『제국의 폐허에서』(책과함께)를 추천합니다. 저는 아주 좋게 읽었고, 가끔 곱씹어보는 책이에요. 이 책을 처음 펼치자마자 한국 독자는 아마도 혼란에 휩싸일 겁니다.
제국의 폐허에서 - 저항과 재건의 아시아 근대사일본, 중국, 터키, 이란, 인도, 이집트, 베트남이 뒤얽혔던 역사적 사건들을 능숙하고 매혹적인 서술로 펼쳐 보이며, 량치차오, 타고르, 자말 알딘 알아프가니, 쑨원 같은 아시아의 주요한 개혁가와 지식인, 혁명가들이 나눈 생생한 대화를 들려준다.
일이 잘 풀릴 때면 이 세상에 인간에게 호의적인 어떤 존재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 유혹이 그토록 강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수많은 다른 이들의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온갖 종류의 박탈을 겪고 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3장, 101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나는 힌두교 사상의 전체 문헌 안에 불가지론, 아니 심지어 무신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종교가 이렇게 폭넓을 수 있다면 무신론자라도 종교에서 도망칠 길이 없겠다는 점은 살짝 좌절스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4장, 115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5장 논쟁의 세계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이 지진이 신이 우리의 죄에 대해 내리는 신성한 징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보기에 비하르의 재앙은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에게 가해졌던 배척과 중요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예상하다시피 타고르는 분개했다. 그도 불가촉천민이라는 계급을 없애려는 노력에 간디 못지않게 헌신했고 이를 위한 간디의 운동에 진심으로 동참했지만, 간디가 자연적인 사고, 그것도 어린 아이들까지 포함해 수많은 결백한 사람이 고통 받고 사망한 사고를 해석하는 방식에 경악했고 지진을 (자연 현상이 아니라) 윤리적인 현상으로 보는 인식론도 혐오했다. <중략> 그 이후에 오고 간 공방에서도 타고르는 간디가 “우주적 현상을 윤리의 원칙과 연결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만약 간디가 옳다면 과거에는 자연이 내리는 재난 없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악행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138쪽)
타고르가 인도 사람들에게 맹목적인 믿음에서 깨어나 이성과 논증의 능력을 사용하라고 촉구하던 바로 그때, 예이츠는 타고르의 시를 완전히 신비주의적인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5장, 153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그(타고르)의 사상에서 중요한 측면 하나는 많은 질문이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해소될 수 없을 것이고 우리가 답을 하더라도 그 답은 불완전하리라는 사실을 그가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타고르의 관점이 굉장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사상은 나의 사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설명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시간이 가면서 달라지겠지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타고르는 광대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했다. 패배로서가 아니라 아름답고 겸손한 인식으로서 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5장, 154~155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인도에서 겸양의 심리학이 여성에게 불리한 젠더편견을 강화하는 요인중에 하나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p.98 /이런 생각을 하는 인도. 남자. 가 일찌감치 존재했다는데 감탄하고 지나갑니다.
실은 아마르티아 센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저도 어릴적부터 외교관인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심지어 꿈에서마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으로 욕(남편 듣기에는 욕;; 제 주장에 의하면 잠꼬대;;)한다는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적이 많았어요. 내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아이 학교 문제로 인해 그나마 한국에서 가장 제일 많은 기간 살아온 곳에서 또 이사를 갈 계획 중인데.. 워낙 어릴 적부터 한 지역이나 한가지 정체성에 소속된 느낌도 없고 마음을 너무 깊이 두지 않고 살아서 그런지 약간 망설였던 남편에 비해 아쉬움보다 다소 홀가분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참, 만달레이하면 저만 Daphne du Maurier의 레베카~~~가 생각날까요? ㅎㅎㅎ
저도 만달레이하면 레베카가 떠오릅니다. 그냥 레베카라고 하면 소설이, 레베카~~~ 하면 뮤지컬이 떠오릅니다. ^^ “또다시 짙은 안개가 만달레이 전체를 집어 삼키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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