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장맥주 저는 목포가 고향이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댁은 목포 인근의 농촌 마을이라서 방학 때만 되면 무조건 한 달 정도는 혼자서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댁에 가 있었어요. 저는 그렇게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도 방학 내내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댁 창고에 쌓여 있는 아버지, 삼촌들, 고모들이 보다가 남겨 놓은 책들만 뒤적거렸답니다. 그래도 한 가지 기억은 있어요. 혼자서 심심하니까 아침 먹고서 괜히 혼자서 걸어갈 수 있는 한계거리까지 걸었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었어요. 아직도 칼바람 부는 겨울에 추수가 끝나고 횡한, 살얼음이 곳곳에 얼어 있는 들판을 혼자서 걷는 장면이 생각나긴 합니다. 아마 제가 아마르티아 센과 같은 책을 쓴다면 목포 옆 영암의 겨울 들판을 혼자 걷는 모습을 회고할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저의 정체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게 문제긴 합니다;;;)
예전에 전 스위스 제네바에 살 당시 혼자 걷다가 프랑스 국경도 종종 넘어갔어요..;; 가족 여행 다닐 때도 가족 중 가장 외국어를 잘 하고 지도 보고 혼자 알아서 호텔까지 돌아오고 하니 고등학생 이후 거의 혼자 돌아다녔어요.. 엄마의 쇼핑이나 아빠의 낚시 등 스포츠 취미와 맞지 않아서 저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선택한 것도 있구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혼자 걷는 것,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먹고 혼자 쇼핑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삼형제 사이에서 큰 전형적인 E인 남편은 그걸 이해 못 하더라구요. 남편은 주변에 너무 관심이 많고 뭐든지 남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 그래서 그런지 전 남들이 막 돌아다니고 왁자지껄한 곳에서도 혼자 책 한 권 있으면 집중해서 읽고 있어서 눈가리개 채운 경주마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지독한 개인주의지만.. 집중력은 좋다고 얘기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지금 하는 일이나 정체성과 상관없어 보였던 일들도 나중에 돌이켜 해석(?)해보면 어떤 연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목포의 겨울 들판 혼자 걷는 강양구 어린이를 만난다면 책 읽으면서 먹으라고 아폴로랑 라면땅 넉넉히 사주고 싶습니다. (어쩐지 유괴범으로 오인될 거 같기는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목포 옆의 영암 들판입니다. :)
아폴로랑 라면땅 들고 강양구 어린이 찾아 추운 겨울 목포항 헤맬 뻔 했습니다. ^^
저도 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기억이 가물가물.. 게다가 유치원 때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살았는데 여자애여서 한국인 교민 자녀들이 다니던 유치원 외에는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하루종일 있었던 것 같아요. 유일하게 만났던 아랍인이 차고에서 일하던 기사분..;; 자연도 사회도 차단되었던..;; 그래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이후로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벗어나 좀더 자연이나 사회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지만.. 평생을 그런 곳에서 살았다면 어땠을지..;; 아이들에게는 좀더 자연과 친해지게 하고 싶었는데 저희 애들은 그렇게 생물 (특히 벌레)에 관심이 없더라구요;; 나름 전원주택에서 키웠는데..;; 식물에도 별 관심이 없어요;;
아이가 없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우습지만, 아이들마다 다 다른 거 같아요. 저는 부모님 댁 개를 데리고 자주 산책하는데, 동네 놀이터에서 그 개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름도 알지요. 유치원 다니는 아이인데 개를 너무 좋아해요.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 2학년인 제 조카는 개에게 별 관심이 없는 거 같습니다. 대신 축구를 엄청 좋아해서 모든 FIFA 회원국의 랭킹을 줄줄 외우고 다녀요. 자연을 별로 접하지 못하고 자란 저는 어렸을 때 곤충은 질색했고 식물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개를 키우지도 않으면서 좋아했고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자라서는 결국 맥주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느냐 하면, 캠핑을 가거나 등산을 다니지는 않지만 공원 산책은 아주 좋아합니다. ^^
역시 2장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지도를 하나 첨부합니다. 지도의 '후글리 강'이 바로 캘커타로 흐르는 지류 바기라티 강입니다.
지도를 보니 강가와 브라마푸트라는 동일한 수원인 마나스 사로바에서 나왔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있었다. 히말라야의 높은 곳에 있는 마나스 사로바는 '마음을 생성하는 호수'라는 뜻으로, 산스크리트 문학에는 이 호수를 노래한 것이 많다. 아무튼 동일한 곳에서 출발한 두 강이 먼 경로로 각자의 길을 가다가 수원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벵골에서 합류한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3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2장 읽으면서 저도 지도를 찾아봤었는데, 그러다보니 한국의 강이나 지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한국지도도 들여다봤어요. 올려주신 지도가 제가 봤던 이미지보다 조금 더 상세해서 읽었던 2장 다시 들춰봤습니다!
늦었지만 책 주문했습니다.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아마르티아 센 회고록이라니 저도 책 주문하고 참여합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에서 알게 된 이분의 사상에 감동(!)하여 도서관에서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정체성과 폭력>을 빌려 읽었어요. 뭐랄까, 저세상 인격과 능력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서전이라니 기대됩니다.
나는 새로운 삶을 즐겼지만, 그렇다고 옛삶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장, 49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강의 양면적인 속성은 사회 안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고투에 대한 매력적인 비유로 제격이다. 사회 역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목숨을 쓸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장, 56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저도 인상적인 문자이였어요
지금 막 문장을 올려놓고 보니 김진님께서 올리신 문장이네요. :)
같은 구절 공감하면서 읽는 것도 같이 읽어 가는 매력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세계의 문명을 바라보는 데 매우 상이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분절적’인 관점으로, 관찰되는 다양한 현상과 특징들을 꽤 명백히 서로 구별되는 각기 다른 문명들의 발현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이 접근은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의 적대가 더해진 상태로 최근에 상당히 유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문명의 충돌’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위험을 드리우고 있다. 다른 하나의 접근 방식은 ‘포용적’인 관점으로,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문명(세계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이 서로 다른 형태로 발현된다고 보고 그것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 문명은 상호 연결된 뿌리와 가지를 통해 하나의 생명을 이루고 있으며 가지 끝에서 서로 다른 꽃을 피운다. (…) 내가 분절적 접근보다는 포용적 접근 쪽에 더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 명백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9~20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은 '서문'의 이 부분입니다. 센이 굳이 자기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를 이 회고록을 쓴 이유도 바로 이 부분의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저번 '나쁜 교육' 읽는 모임에서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tribalism에 대한 경고 및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한 부분에서 달라이 라마의 말도 인상적이었죠. "I'm Tibetan, I'm Buddhist and I'm the Dalai Lama, but if I emphasize these differences it sets me apart and raises barriers with other people. What we need to do is to pay more attention to the ways in which we are the same as other people." 웬지 일맥상통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세트] 바른 마음 + 나쁜 교육 - 전2권도서 '바른 마음'과 '나쁜 교육' 세트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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