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힌두와 무슬림의 간극이 벌어진 것은 동인도회사를 통한 통치를 시작으로 영국이 인도를 통치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8장,207쪽 ,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8장 벵골과 방글라데시라는 개념 "정치적, 문화적 세속주의를 지지한다고 해서 방글라데시의 무슬림에게서 무슬림 정체성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며, 이것은 누군가의 종교적 정체성과 정치적인 자기 인식이 분리될 수 있다는 개념과 전적으로 부합한다. 같은 이야기를 벵골의 힌두인들에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방글라데시에 살고 있건 인도에 살고 있건 간에 말이다."(212쪽) "하지만 경제 활동에서 무슬림 사람들과 힌두 사람들의 통합이 잘 이루어져 있긴 했어도 토지 소유의 불평등이라는 요소가 이미 존재했고, 이것이 이후 영국의 식민 통치 초기에 콘월리스의 영구정액제 같은 조치를 통해 극적으로 심화되고 확대되었다."(214쪽)
그러므로 벵골의 역사는 종교적 분할과 문화적 해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통합의 이야기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8장, 219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저기 홍수로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이 힌두 사람인지 무슬림 사람인지 누군가가 묻네요. 선장님, 그에게 물에 빠진 사람은 그냥 사람이라고 알려주세요. 모두 우리 어머니의 자녀라고 알려주세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p.217 <카지 나즈룰의 시_칸다리 후시야르>,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벽돌책 함께읽기는 초반에 진도가 너무 뒤처지면 의욕이 확 꺾여버리곤 했어서,, 이번엔 열심히 진도 맞춰서 따라가고 있어요! 화이티잉@_@
저두 요즘 이사준비 등으로 바빠서 뒤늦게 따라가고 있지만 갈수록 재미있네요.^^ 화이팅!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금요일(7월 12일)은 10장 '영국과 인도'를 읽습니다. 이번 장은 '일본과 조선(혹은 한국)'으로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일제 강점기를 지낸 우리의 사정과 고민이 겹치는 대목이 많아요. 오늘로 2부를 마무리하고 주말에 3부를 시작합니다!
10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생각하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센의 의견은 ‘인도는 영국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들여올 수 있었지만, 그것은 독립을 하고 나서야 인도의 것이 될 수 있었다’는 문장에 담겨 있는 듯하군요. 그런데 이 문장에서 인도를 한국으로, 영국을 일본으로 고쳐 쓴다 해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동의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기근을 막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며, 민주주의와 자유 언론이 있는 곳에서는 정부가 기근을 즉시 해소하려고 한다는 것이 『자유로서의 발전』의 핵심 주장입니다. 개발독재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일 것 같고요. 이런 깨달음을 어떻게 얻었는지, 뒷부분이 궁금해집니다.
힌두와 무슬림의 간극이 벌어진 것은 동인도 회사를 통한 통치를 시작으로 영국이 인도를 통치하면서 부터였다. p.207. <사물의 표면아래>라는 인류학 책을 병렬독서하고 있는데요. 거기에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에도 1900년대 초반 영국이 개입되어 있더라구요. 세계의 근대사에 지대한(나쁜) 영향을 여기저기 끼치고 다니는구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10장 영국과 인도 "벵골 지역에서 힌두와 무슬림 사이에는 중대한 적대가 존재하지 않았고, 무르시다바드의 시라지 정부는 힌두와 무슬림을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정책 기조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다."(244쪽) "영국령 인도제국은 종교적 분열로 시작된 게 아니라 배반자가 보상을 받는 정교한 음모에서 시작되었다."(245쪽)
이제 독립한 인도 정부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슬프게도 식민주의 시절과는 전적으로 다른, 국내의 권위주의적 정치와 관련된 이유로 오늘날 때때로 언론에 대한 제약은 식민 통치 시절 못지않게 심각하다. 이런 면에서, 다당제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언론의 기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영국 정부가 제국주의 시기에 인도에 선물로 가져다준 것이 아니며, 오히려 영국이 떠나고 나서야 인도에서 실현될 수 있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10장, 261쪽,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영국의 인도 통치는 1769~1770년의 대규모 기근과 함께 시작되었고 영국 통치 시기 내내 인도에 주기적으로 기근이 닥쳤으며 영국 통치 말기인 1943년에 끔찍한 대기근이 있었다. 그런데 1947년에 독립한 이후로는 인도에 기근이 없었다. 여기에서도 아이러니는 독립 후에 인도에서 기근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된 제도들, 즉 민주주의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언론이 영국에서 직접적으로 들어온 제도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가 기근 방지에 왜 필수적인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근을 막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비교적 적은 양의 무료 식량 분배나 비교적 적은 임금의 공공 고용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식량 부족으로 생명에까지 위협을 받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기아를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사람들이 민주적 권리를 갖지 못했던 시기에 인도는 기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 선도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본국의 대도시에서 자유로운 언론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의 통치를 받으면서도 말이다. 문제는, 식민지에는 그러한 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자유 지향적인 제도들은 통치자 국가의 국민을 위한 것이었지 식민지 신민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261~262쪽)
산티니케탄에 대해 읽으면서.. 제가 다닌 학교 중 스위스 제네바에 있던 국제학교가 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였고 아무래도 위치가 그래서 국제기구 직원 또는 학교 교사들의 자녀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약간 산티니케탄같은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보다는 oral presentation, discussion, essay, open book test 등을 중요시하고 역사시간에 mock UN 같은 토론도 벌였죠. 실제로 선생님들도 매우 질문과 토론에 적극적이고 정말 교사들 뿐만 아니라 지식보다는 현시점의 세계적 이슈와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커리큘럼이 국제적 시민으로서 키우게 하는 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학교였어요. 다만.. Non profit이긴 하지만 스위스라는 나라 자체가 그렇게 개방적이거나 살기 쉬운 나라는 아니었죠. 대부분 부유하거나 고위 공무원이나 지식인들의 자식들이 모인 곳이라 과연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아마르티아 센 같은 넓은 범위의 대상을 향한 따스한 마음과 냉철한 통찰력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겠죠.. 그 국제학교에 다니던 아주 총명하고 상냥한 인도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가 브라만인 것은 알았지만 untouchable에 대해 그들은 그냥 우리와 다른 생물이라고 표현하는 걸 듣고 너무 충격받았습니다.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이런데 삶의 질, 특히 교육의 질이 제한받는 아이들과의 격차,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커서 만들어가는 세상이 어떨지에 대해도 생각해봤습니다. 지금 제 아이도 많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정부지원은 하나도 없고 제가 오히려 더 많은 아이들이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에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기부하고 있는 상황이죠. 인도처럼 획일화되고 경직된 우리 교육환경에서 대안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일 것입니다. 갑자기 제 개인적인 얘기가 나와서 죄송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마르티아 센 같이 더 많은 사람들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사람들이 더 나올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좀더 자유롭고 성적과 경제적 성공에서 자유로운 교육의 기회가 얼마나 중요할지 새삼 느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토요일(7월 13일)과 내일 일요일(주말)은 3부를 시작합니다. 11장 '캘커타의 도시성'과 12장 '칼리지 가'를 읽는 일정입니다. 산티니케탄 학교를 졸업한 아마르티아 센은 캘커타의 프레지던시 칼리지의 경제학과로 진학합니다. 3부는 대학교 학부생 아마르티아 센의 이야기입니다. 센은 11장에서 캘커타(콜카타)라는 도시를 소개하고, 12장에서 대학 생활 대부분을 보낸 칼리지 가를 둘러싼 이야기를 당대의 시대 상황(독립과 분단 직후)과 엮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깜짝 놀랄 만한 반전도 있어요. :)
11장에서도 언급되지만, 캘커타(혹은 콜카타)에 대해서 잠시 정보를 공유해요. 캘커타는 사실상 인도 대륙을 지배하던 동인도 회사의 수도였고, 그 연장 선상에서 인도 독립 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1912년 영국 식민 당국이 인도를 캘커타에서 델리로 옮기기까지 했지요. (2001년 1월부터 공식 명칭을 영어 캘커타에서 벵골어 콜카타로 바꿨습니다.) 현재도 인도 동쪽 서벵골 지역의 중심 도시입니다. 광역권 인구까지 더하면 1,500만 명이 살아 뭄바이, 델리에 이은 세 번째 규모의 인도 도시라고 합니다.
11장에서 캘커타의 연극과 영화에 대해 읽으니 제가 인도에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딱 한번 인도에 갔는데 기자 시절 취재를 위한 출장이었고 방문한 도시는 뭄바이였어요. 굉장히 바쁜 일정이라서 관광 같은 건 엄두도 못 냈는데 밤에 발리우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래도 인도에 왔으니 현지에서 발리우드 영화를 봐야겠다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였는데 관객 반응은 제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굉장히 흥겹게 볼 줄 알았거든요. (막 춤도 따라추면서...?) 그런데 그냥 박수와 웃음소리가 조금 나오는 정도였지 대단한 반응은 없었어요. 저는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차라리 이탈리아 관객들이 반응이 더 흥겹더군요. 조금 뜻밖이었던 것은 제가 인도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했을 때 인도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타타그룹을 취재하러 간 출장이었는데 타타그룹의 경영진 대부분 “인도 영화? 그걸 뭐하러 봐? 굳이 보려거든 뇌를 비우고 봐”라고 말하더군요. 무슨 인도영화를 보는 게 좋으냐, 요즘 인기인 영화가 뭐냐고 묻자 대답은 “다 똑같아, 아무 거나 봐”였고요. 그건 그렇고 키플링은 인도에서 그렇게 나쁜 대접을 받지는 않나 보지요? 키플링 이름이 자주 나와서 신기하네요. 카뮈는 알제리에서 거의 이름도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던데. 그리고 제가 경험한 뭄바이는 결코 걷기 좋은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캘커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문제의 12장입니다. 아마르티아 센, 젊었을 때 자기 잘 나갔다고 자랑하는 거 맞죠? 1. 프레지던시 칼리지에는 퀸카 여학생들이 많았어. 2. 그런데 그 시절 남녀 간의 데이트는 보통 남자들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었지. 3. 특히 나는 여성이 들어올 수 없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거든. 4. 그런데 내가 아파 누웠더니 여학생이 사감이랑 맞다이 떠서 내 방에 찾아오더라. 5. 아, 그게 또 소문이 나버렸네... 이런... 청춘 그렇게 아름답게 보냈으면 됐지 노벨상까지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 냐?
캘커타 공항의 공식 이름은 네타지 수바스 찬드라 보스 국제공항입니다. '네타지'는 지도자를 뜻하는 경칭이고, 수바스 찬드라 보스는 책에서도 언급되는 인도의 독립 영웅입니다. 수바스 찬드라 보스에 대해서는 역사학자 이병한 박사의 『유라시아 견문』(서해문집)에 실린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인도의 진짜 독립 영웅은 간디가 아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37801
유라시아 견문 1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젊은 역사학자 이병한의 장대한 유라시아 견문록 제1권. '반전'의 시대적 징후를 유라시아 도처에서 목도하며 증언하는, 성실하고 통찰 가득한 견문록이다. 단순한 기행이나 여행이 아니라, 가깝게는 <서유견문>을 잇고 멀리는 동방의 전통적인 연행록 혹은 견문록을 계승한다.
유라시아 견문 2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역사학자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3부작의 제2권. 지난 2016년 첫 출간 당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면서 독자들에게 ‘개안(開眼)’의 충격과 열띤 논쟁을 선사했던 화제의 책이다. 저자는 구미 중심의 패권경쟁과 냉전질서로 유지되던 이제까지의 세계체제가 막을 내리고 ‘반전의 시대’라 명명한 바 있다.
유라시아 견문 3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젊은 역사학자 이병한의 장대한 대서사, <유라시아 견문> 3부작이 드디어 완간됐다. 지난 2016년 첫 출간 당시부터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면서 독자들에게 '개안(開眼)'의 충격과 열띤 논쟁을 선사했던 화제의 책이다.
벽돌 책 함께 읽기를 하면서 생긴 버릇은 같이 읽으면 좋을 법한 벽돌 책을 자꾸 체크하는 일인데요. 최근에 나온 책 가운데 '벽돌 책'이라고 부를 법하면서 좋은 책이 한 권 있어서 소개합니다. 브래드퍼드 들롱의 『20세기 경제사: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고 있는가』(생각의힘). 저자도 경제학계의 대가고, 문제의식도 훌륭하고, 재미도 있다는 평이고, 우리가 앞서 읽었던 벽돌 책과도 상호 보완이 되는 책이라서 저는 꼭 읽을 책으로 찜해 뒀어요. (하지만, 올해 함께 읽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올해 경제학 책을 너무 많이 읽는다고 타박받을 것 같아요.)
20세기 경제사 -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고 있는가20세기의 성공과 실패를 경제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특히 세계가 어떻게 부유해졌는지를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도했는지를 살펴본다.
제가 요즘 읽기 시작한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감정의 연대기 1929~1930』(문학동네)도 있습니다. 같은 저자의 『1913년 세기의 여름』(문학동네)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서 나오자마자 찜해둔 책이에요. (전작이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1년 동안의 일을 다룬다면, 이번 책은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10년 동안의 벌어진 일을 다룹니다.) 역시 우리가 그 동안 함께 읽었던 벽돌 책과 상호 보완적인 책이라서 함꼐 읽고 싶긴 한데. 전체 584쪽, 본문 515쪽으로 벽돌 책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모자라서(특히 우리 @장맥주 작가님 기준으로는 더욱더!) 일단 읽고서 판단하려고 합니다. 이참에 일리스의 책을 같이 읽는 일을 해볼까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만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인 1929년~1939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1913년 세기의 여름2013년 논픽션 부문 독일 최고의 화제작.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누어 그려나간다. 날씨로 보면 1913년 여름은 끔찍했다. 이상기후 속에서도 유럽의 문화는 독특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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