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색하는 책 읽기2-아침의 피아노

D-29
죽음을 주제로 하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첫 책으로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읽었고, 그 책의 번역자의 애도 일기를 두 번째 책으로 읽고자 합니다. 번역가님이 바르트를 번역하셨을 때, 자신의 애도 일기를 쓰게 될 줄은 모르셨겠죠... 애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서점의 책소개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다.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의 일기 234편을 담았다. 하지만, <아침의 피아노>가 단순한 투병 일기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선생의 문학과 미학, 철학에 대한 성취의 노트이며, 암 선고 이후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건들에 시선을 쏟은 정직한 기록이다. "모든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됨"을 목격한 한 환자의 사적인 글임을 부인할 순 없지만, "환자의 삶과 그 삶의 독자성과 권위,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 세상과 타자들에 대해서 눈 떠진" 삶을 노학자만이 그려낼 수 있는 품위로 적어 내려간 마음 따뜻한 산문이다. 어려운 사상가와 철학을 알기 위해 배우는 교양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나오는 사유를 위한 공부를 귀히 여기라고 늘 당부했던 선생의 마음처럼 책은 선생이 선생 자신과 세상과 타자를 사유하며 꼼꼼히 읽어낸 문장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글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짧은 메모로 보일 테지만, 이 아포리즘 글들 안에는 선생의 모든 생이 다 쓰여 있다.
좋은 모임 열어주셔 감사합니다^^ 웰다잉을 공부하고 있어 책을 이미 사놓았는데 '아침의 피아노'를 선택하셔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한주간 즐건 시간 누리시기 바랍니다^^
@엔딩코디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모임지기입니다. 스스로를 애도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하는 맘으로 선택한 책입니다. 아무래도 맘이 가라앉을 거 같아 1주일 내 후다닥 읽어보려고 모임기간을 짧게 잡았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읽으시면서 인상 깊은 단상들을 그때그때 올려주시고 그 단상들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들을 들려주시는 걸로 모임 전체의 화제를 잡겠습니다. 단상이지만 오래도록 깊이 생각하게 하는 말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p.14, 김진영 지음
"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직면해서도, 한 치의 자기연민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마음이 더 아파집니다.
동네 한 바퀴 걷다가 노변 그늘에 앉아 있다. 한적한 오전은텅 비어 있 다. 저편 차도 위로 가끔씩 자동차가 지나간다. 자전거가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노란 양산을 든 젊은 여자가 모퉁이에서 꿈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옹벽 너머 나무들 안에서 벌레들이 다투어 운다. 크레셴도로 길게 목청을 뽑던 매미 소리가 툭 꺾어지더니 꼬리를 끌면서 사라진다. 잠자리 한 쌍이 서로 꼬리를 붙이고 한창 교미 중이다. 세상은 오묘하다. 고요하면서 찬란하다. 메시아가 와도 세상은 지금과 똑같다고, 그런데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고 탈무드는 말한다. 넋 놓고 있으면 갑자기 또 수시로 새로워지는 세상. 범속한 동네의 무심한 오전마다 메시아는 도착하는 걸까.(54p.) - 일상 가운데에서 메시아를 찾는 마음을 배웁니다. 나의 삶 가운데도 메시아가 늘 함께 했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새로워질테니까요.
@엔딩코디 일상의 소중함을 잃기 전에 알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좋은 것들과 사랑들이 내게는 너무 많다. 그걸 잊지 말 것, 늘 기억하고 자랑스러워할 것, 그리고 환대하고 응답할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일이며 모든 일이다.(129p.) - 늘 긍정적인 사고로 살ㄹㅕ고 합니다.
@엔딩코디 죽음에 직면해 있는 저자가 원망과 분노는 거의 없고, 인용하신 글처럼, 감사와 사랑으로 긍정하는 마음을 담은 글만 남기신 걸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주영은 물건들을 챙기러 잠깐 귀가했다. 간호사가 혈액을 뽑아간다. 수액대를 끌고 병동 복도를 한 바퀴 걷는다. 돌아와 침대에 앉아 더운물을 마신다. 어제를 돌아보면 후회가 있고 내일을 바라보면 불확실하다. 그 사이에 지금 여기의 시간이 있다. 몹시 아픈 곳도 없고 깊이 맺힌 근심도 없다. 짧지만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사이의 시간들은 내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는 일 없이 또한 존재할 것이다. 끝없이 도래하고 머물고 지나가고 또 다가올 것이다. 이것이 생의 진실이고 아름다움이다.(139p.) - 항암치료는 주기적으로 입원치료를 하더군요. 치료를 시작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외출을 금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지금 여기의 시간을 아름답게 지내고 싶어요.
@엔딩코디 외출을 금해서 어쩔수없는 자기만의 시간이라니 서글프네요... 이런 식은 아니지만, 살면서 종종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운명의 한 해가 간다. 해는 가도 운명은 남는다. 나도 남는다. 나와 운명 사이에서 해야 할 일들도 남는다.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p. 159, 김진영 지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남는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어떨지 헤아릴 길이 없네요...ㅠㅠ
선한 사람이 된다는 건 온전히 기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선함이 사랑하는 정신의 상태라면 기쁨은 사랑받는 육체의 상태이기 때문이다.(194p.)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은 물론 이웃과도 선한 영향을 나누고 받을 수 있기때문이다. 선한 영향으로 기쁜 사람이 될 수 있다. 선한 영향을 나눌 수 있어 기뻐할 수 있다.
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p23, 김진영 지음
요즘 저한테 꼭 필요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읽으니 투병 중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다스리셨을지... . 끝없이 사랑을 말하는 저자의 마음이 감히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호디에 그러게요. 분노와 절망만 남은 걸지도 모르는 삶에서 끝까지 사랑과 아름다움을 말하신 저자를 생각하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나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받기만 하고 나는 그 사랑들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색한 투자의 곳간처럼 내 안에 쌓여서 갇혀 있는 사랑들. 이곳간의 자물쇠를 깨고 여는 일-거기에서 내 사랑은 시작된다.(147p.) -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표현에 미숙합니다. 모두를 곳간에 모셔놓고 살아왔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젠 표현하는 일부터 시작하렵니다. 사랑~해.
@엔딩코디 받은 만큼 베풀고 표현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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